* 철의 십자가: foncebadon에서 molinaseca로 넘어가는 길에 있음.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molinaseca가는길

*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25일차 / 맑음

1. rabanal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는 그럭저럭 따뜻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2층에 주인장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1층에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1층과 2층이 목재로 구분되어 있는데 층간 소음이 엄청났다. 스페인에 와서 층간 소음의 피해를 당할 줄이야!

2. 주인장 부부가 새벽 2시경에 돌아왔는데 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새벽 단잠에서 깨고 말았다. 휴~

3. 내 옆 침대에 있던 스페인 할매가 옷을 갈입는데... 브라자도 갈아 입더라. 순례길 알베르게에 있다보면 의외의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지만 오늘 장면은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화장실도 가깝고 남자들도 많았었는데... 그 할매한테 내 똥배나 보여줄까보다! ㅋ

4. 오늘은 molinaseca까지 가는 길이다. rabanal del camino에서 molinaseca까지는 약 25km에 달한다. 25km라 못 걸을 거리는 아닌데 산길이라 시간이 더 걸린다. 더군다나 막판 3시간 정도는 계속 내리막 길이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고역일 것이다.

5. 그렇다고 이 코스를 점핑할 수도 없다. 왜? 이 구간은 너무 멋지니까! rabanal del camino에서 약 8km 정도 떨어진 foncebadon 일대는 팜플로냐 대평원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foncebadon 일대는 정말 눈에 다 넣고 싶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6. 하지만 산길이고, 경사도가 있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5060세대들에게는 좀 무리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 곳을 점핑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7. 이 코스를 정상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좀 느그적거리며 9시 30분 이후에 출발을 했고, 점심도 느긋하게 먹었다. 그랬더니 오후 6시가 넘어 molinaseca에 도착했다. 5060세대들과 함께 올 때는 늦어도 8시 30분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8. 좀 긴장하고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 그렇게 해야 그토록 아름다운 구간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지!

* 이동거리: 약 25km

* 누적거리: 526km



* foncebadon: 폰세바돈(foncebadon) 마을을 배경 삼아 한 컷.

*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26일차 / 맑음

1. molinaseca에서는 senor oso라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1박함. 사설 알베르게라 그런지 출입문이 항상 개방되지 않았다. 스페인의 출입문은 왜그리 열고 닫기가 어려운지... 같이 묵었던 프랑스 친구들이 문을 안 열어줬으면 밤새 밖에서 벌벌 떨었을지 모른다.

2. 부르고스(burgos)에서 숙박했던 호스텔도 아스트로가 호스텔도 모두 다 문을 열고 닫기가 정말 어려웠다.

3. 이 알베르게에서 그럭저럭 잠은 잘 잤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은 ponferrada까지만 가고 거기서 villafranca del biezo로 버스를 타고 넘어갈 계획이었다. molinaseca에서

ponferrada까지는 약 8km 정도 걸리고,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약 20km 정도 걸린다.

4. 작년 기억에 의거하면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 구간은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어 그냥 버스 점핑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5. 어제 25km 산길을 걸은 여파 때문인지 왼쪽 다리가 욱신거렸다. 몸살끼도 있었고... 어찌어찌하여 ponferrada까지 왔고, 그럭저럭 점심도 먹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천근만근이었다.

6. villafranca del biezo까지 버스를 타려고 alsa 앱을 검색했는데 오늘은 버스편이 없다는 것이다. 멘붕이었다. 그래서 기차편을 검색했는데 villafranca del biezo 가는 기차편은 없었다. 기차역에 가서 직접 확인했다.

7. 기운은 없고, 왼쪽 다리는 아프고... 또 똥은 매려오고. 어쩔 수 없이 ponferrada에 있는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에 입실했다. 오후 2시 입실. 이렇게 빨리 알베르게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8.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하니 길도 알아둘 겸 슈퍼도 다녀올 겸 버스터미널에 갔다. 그런데 버스가 있다는 거 아닌가! 가격도 저렴해서 1유로70센트. 버스터미널에 오후 2시 50분경에 갔는데 오후 3시 10분경에 버스가 있다는게 아닌가!

9. 어제 산길을 걸으며 knocking on heavens door 노래를 읊조렸는데... 밥 딜런 오리지널 버전부터 건앤로즈 버전까지 읊조렸는데... 버스터미널에서 건앤로즈 버전으로 knocking on heavens door가 나오더라.

10. 안되는 발음으로 노래를 궁시렁거리며 따라불렀더니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하긴 내가 생각해도 미친놈 같더라...ㅋ

11. 슈퍼에서 장을 본 후 오랜만에 빨래를 했다. 저녁식사는 직접 조리해서 먹었다. 좀 이른 오후 5시경.

* 이동거리: 약 8km

* 누적거리: 534km





* 폰페라다성: 폰페라다(ponferrada)에 있는 기사의 성.






* 안개낀 villafranca del biezo

* 2020년 1월 12일 일요일: 27일차 / 맑음

1.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작년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2. villafranca del biezo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오전 7시 30분 경에 알베르게를 나왔다. 버스는 8시 10분 출발이었다. 티켓머신에서 1.7유로를 주고 샀다.

3. 그런데 어떤 술취한 젊은놈 하나가 계속 달라붙었다. 이날이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이니 토요일 밤에 열심히 술을 마셨나보더라.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나한테 담뱃갑을 뜯어내려고 했던 거 같다.

4. 하지만 그런 넘에게 내 아까운 동전을 뜯길 수 없는 법! 그래서 제 풀에 지치게 터미널 주위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넘이 계속 따라왔고, 내가 탄 버스까지 올라오더라. 이 상황을 주시하던 버스 기사가 호통을 치니 궁시렁궁시렁 대다가 결국은 버스에서 내리더라. 버스 기사 말로는 소매치기일 거라고 했는데... 눈도 풀려있고 삐쩍 마른 거 봐서는 그냥 여행객들 상대로 동전 삥이나 뜯는 넘으로 보였다.

5. 하여간 순례길을 여행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단 말이야!

6.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렸다. 요금도 꽤나 저렴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편 없다는 단점이 있다.

7. 오늘은 o cebreiro로 까지 가는데 약 29km를 걸어야 한다. 거리도 길지만 막판 10km 정도는 산길을 걸어야 한다. 피레네 산맥 이후로 가장 난코스로 불릴만한 곳이다.

8. 하지만 작년에도 그 29km를 씩씩하게 걸었고, 오늘도 열심히 걸었다. 오후 6시경에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예상한 시각과 딱 맞아 떨어졌다.

9. 이 코스는 힘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주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o cebreiro 공립 알베르게는 산꼭대기에 있는데 그 경치가 정말 일품이다. 풍광만 따지면 최고의 알베르게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다.

10.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섰다. 이제 서서히 순례길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엠마와 폴 등등... 프랑스 팀을 다시 만났다. 엠마를 여친으로 둔 폴이 왜그리 부럽던지!

11. 다음에 비지니스가 아닌 그냥 순수하게 순례길을 걷는다면 여자친구랑 같이 걸어야겠다. 그러고 싶다!^^

12. 아참 이 구간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난이도 때문에 5060세대들과는 같이 걸을 수 없을 거 같다.

* 이동거리: 29km

* 누적거리: 563km




* 프랑스팀: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한 컷. 잘못 촬영했는지 좀 깨지게 나왔다.






* o cebreiro: 지붕을 짚으로 올렸다. 초가집? 신기해서 한 컷. 가정집은 아니고 창고로 쓰이는 곳으로 보임. 이렇게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 내륙과는 좀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 o cebreiro에서 바라본 일출.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일출을 순례길에서 보다니~!







☞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템플기사의 성: ponferrada





*여행 25일차: 2019년 1월 4일 금요일 맑음

1. 어제와 같이 오늘도 좀 쌀쌀했음. 중간에 바르에 들러 추위를 이겨냈을 정도임.

2. ponferrada에 있는 nicadas flute 알베르게는 외형적으로 훌륭했으나 내용적으로는 별로였음. 기부형으로 운영되는데 일부러 아주 적은 돈만 냈음.

3. ponferrada에 있는 기사의 성(castle)은 무척 인상적이었음. 6유로를 내면 성 내부까지 볼 수 있다고 함. 시간 관계상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와서 한 번 보고 싶음.

4.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rzo까지 이동함. 도심지를 걷는 길도 있고, 컨디션도 안 좋고 해서 22km만 이동했음.

5. villafranca del bierzo는 고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좀 쌀쌀했음.




* 템플기사의 성




* 인증샷: o cebreiro 가는길




*여행 26일차: 2019년 1월 5일 토요일 맑음

1. villafranca del bierzo의 알베르게는 너무 추웠음. 난방비기가 가동되지 않는 알베르게였던 것 같음. 순례자들 중에는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임. 밥도 맛있고, 샤워물도 따끈한데... 겨울 장사를 이렇게 하면 안됨.

2. villafranca del bierzo에서 trabadelo까지 약 10km 구간은 2차선 도로 옆을 지나왔음.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3. ruitelan부터 이날의 종료점인 o cebreiro까지는 걸을만 했음. 특히 las herrerias부터 o cebreiro까지는 산길이 이어졌고, 풍광도 아름다워 아주 멋졌음.

4. 오늘은 마지막 난코스라고 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걸을만 했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으니까. 역시 호들갑은 호들갑일 뿐임. 특히 나는 오르막 전문가 아닌가!...ㅋ

5. 종료점인 o cebreiro는 갈리시아 지방에 위치해 있음. 이제부터는 갈리시아 지방에 입성하게 된 것임.
별들이 쏟아지는 갈리시아...

6. o cebreiro는 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곳임. 산 정상에 알베르게가 있는데 밤하늘에 별들도 엄청 많고 야경보기도 정말 좋았음.

7. 왜 사람들이 이곳을 추천했는지 알겠음. 일일이동 거리는 약 30km 정도임.



* 소떼들: 나한테 들이밀었다. 스테이크를 해먹을까 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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