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이 만든 돌다리를 건너며

 

삼성산 역사트레킹

 

 

흥미로운 질문 두 가지를 던져볼게요. 서울 인근에 경주 불국사보다 더 오래된 연혁을 가진 사찰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또 그 사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조대왕 시대에 축조한 돌다리가 있다면요?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분명 이런 물음에 흥미를 느끼실 것입니다.


불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사찰은 삼성산에 있는 삼막사라는 사찰이고, 정조대왕 시대에 축조된 다리는 만안교라는 석교(石橋)입니다. 이 두 문화재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여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편리하게 수도권 전철을 타고 탐방을 할 수 있답니다. 이를 두고 저는 일명 삼성산 역사트레킹이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 만안교.







 

화산 능행차와 만안교(萬安橋)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관악역 1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번 출구에서 나와 안양역 방면으로 약 500미터 정도를 걸어가면 만안교를 만날 수 있답니다.


1795(정조19)에 축조된 만안교는 정조대왕의 화산 능행차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효심이 깊었던 정조는 1789년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경기도 양주 영우원에서 수원 화산의 현륭원으로 이장을 합니다. 그리고는 자주 참배에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화산 능행차가 된 것입니다.


처음 능행차는 도성에서 동작나루를 거쳐 남태령을 넘는 길이었지만 이후 시흥과 안양을 거치는 길로 변경됩니다. 남태령 길이 협소하다는 지형적인 한계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다른 사정도 있었습니다. 과천 행차로에는 김상로와 그의 형 김약로의 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의 명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도 뒤주에 갇혀 죽게 되지요. 이것을 두고 임오화변(1762, 영조 38)이라고 부릅니다.


임오화변 당시 영의정이었던 김상로는 사도세자 처벌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해원하기 위해 떠나는 능행차 길에 사도세자의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상로 형제의 묘소를 지나는 것이, 정조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쾌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1794년 이후부터는 능행차 노선이 시흥과 안양 방면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당시 왕의 행차 길에는 임시로 나무다리 등을 가설한 후, 행차가 끝난 뒤에는 철거 하는 방식이 반복됐습니다. 이에 정조는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고, 인근 주민들이 평상시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천을 넘을 수 있게 튼튼한 돌다리(石橋)를 건설하라고 왕명을 내립니다.


석교의 축조에는 경기관찰사, 병마수군절도사, 수원개성강화 유수까지 동원됐습니다. 큰 공사였지요. 하지만 건설 기간은 3개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왕명으로 지어진 돌다리는 길이가 31.2m, 넓이가 8m에 달하는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왕의 뜻대로 인근 백성들도 안심하고 하천을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돌다리가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 다리를 두고 정조대왕은 만년동안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리를 건널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만안교(萬安橋)라는 이름을 직접 작명하였습니다.

 

 





* 만안교. 만안교를 건너는 트레킹 팀.








 

백성들을 위해 튼튼한 돌다리를 축조한 정조대왕

 

 

한편 원래 만안교는 지금의 자리보다 남쪽으로 200m 지점인 삼성천 위에 축조됐습니다. 그러다 1980년 국도 확장 공사 시에 지금의 삼막천 위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 다리가 놓여 있는 안양시 만안구의 명칭은 만안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만안교는 무지개교라 불리는 홍예교입니다. 조선 후기에 축조된 홍예교 중에서 가장 큰 다리로 모두 7개의 아치가 놓여 있습니다. 판석과 장대석을 서로 맞물려 축조했는데 그 기법이 매우 정교하여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홍예석교로 불린답니다.


저는 처음 만안교를 탐방했을 때 좀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4대문 밖, 그것도 한강 이남에 이렇게 정교하고 거대한 아치형 석교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돌다리는 박물관에 갇혀 있는 죽은(?) 다리가 아니라 지금도 인근 주민들이 건너다니는 살아있는 생활다리였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진두지휘하는 화산 능행차를 볼 수 없고, 다리 주위로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지만 정조대왕의 바람은 계속 이어지는 듯싶습니다. 인근 백성들이 만년동안 편안하게다리를 건널 수 있게 하는, 그런 애민 정신 말입니다.

예전 삼성산 역사트레킹을 했을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정조대왕 시대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다리를 걷고 있습니다. 200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튼튼한 돌다리를 넘고 있는 거죠. 그 이름대로 만년동안 계속 잘 넘어 다녔으면 좋겠네요.”

 

 





* 남근석. 삼막사 칠성각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은근히 인기가 좋다.







 

울창한 숲길, 삼막계곡

 

 

다음 코스는 삼막천을 따라 이동을 합니다. 삼막천은 삼성산에서 발원된 작은 하천으로 그 상류 위쪽에는 삼막사가 터를 잡고 있고, 그 하류에는 현재 만안교가 놓여 있습니다. 만안교를 지난 삼막천은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안양천과 합수됩니다.


예전, 삼성산 역사트레킹을 행했을 때는 5월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여름과 같이 더운 날씨였지요. 땀방울이 눈앞을 가릴 정도였습니다. 봄소풍 같은 역사트레킹을 기대했지만 때 이른 더위로 자꾸 나무그늘만 찾게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지쳐갔고, 참가자들도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삼막계곡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솟구쳤습니다. 계곡을 끼고 있는 숲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직사광선이 내려찐다고 해도 숲속에 있으면 탈진할 일이 없습니다. 숲속이 강력한 썬크림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원한 나무그늘에 있으면 원기가 회복됩니다. 이런 숲길을 걷는다면 한 여름 때양볕 아래에서도 트레킹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듯싶었습니다.


1시간 정도 계곡 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삼막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삼막사.







 

불국사보다 더 오래된 삼막사


  

삼막사는 677,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원효, 의상, 윤필 3대사가 막()을 치고 수행을 하다가 그 후에 절을 지으니, 그 절이 삼막사가 된 것입니다. 삼성산의 명칭 유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효, 의상, 윤필의 성인이 수도를 한 곳이라 하여 삼성산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앞선 8화에서도 언급을 했었습니다. 참고로 삼성산은 관악산의 지산입니다.


서두에서 저는 삼막사가 불국사보다 더 오래된 연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개창 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불국사의 창건은 751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삼막사가 불국사보다 무려 70년 정도 앞선 연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서가 깊어서인지 삼막사에는 수많은 선승들이 다녀갔습니다. 신라 말에 도선국사, 고려시대에는 나옹선사,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와 사명대사,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수도를 했습니다. 특히 조선왕조 개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무학대사는 삼막사에서 새로운 왕조에 대한 융성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 삼막사.





유명한 선승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는 건, 달리 말하면 삼막사가 좋은 기운을 품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제가 처음 삼막사를 탐방했을 때였습니다. 기운이 사방으로 트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삼막사는 정상부 능선 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 그 곳에 올라서면 멀리 서해바다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데 그런 입지적 조건이 삼막사의 기운을 하게 생성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좋은 기운 때문인지 삼막사는 조선시대부터 남왈삼막(南曰三幕)으로 지칭됐습니다. 또한 진관사 등과 함께 서울 인근의 4대 명찰로 불리게 됐답니다

 

삼막사에는 무학대사가 중수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1880(고종 17)에 지어진 명부전과 그 다음해 지어진 칠성각 등의 당우(堂宇)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 고려중기 시대에 건립된 3층 석탑과 조선 후기시대에 제작된 아미타삼존불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습니다.


삼막사에서 바라보는 낙조도 일품입니다. 서해바다로 넘어가는 해가 세상을 붉게 만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시조 한 수를 읊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삼막사 아래에 있는 염불암 탐방을 끝으로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종료가 됩니다.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8화에서 소개했던 관악산 역사트레킹과 함께 묶어서 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서울 남부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 삼막사.






 

삼성산 역사트레킹

 

1. 코스: 만안교 경인교대 정문 삼막계곡 삼막사 염불암 안양예술공원

 

2. 이동거리: 8km

 

3. 예상시간: 3시간 30(쉬는 시간포함)

 

4.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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