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가리골

 

 

 

 

 

 

***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6일간 강원도 일대를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인제 ☞ 속초 ☞ 양양 ☞ 강릉 ☞ 평창 ☞ 원주

 

 

2021년 1월 31일 .

 

강원도 동계 여행의 시작일이다.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좀 조심스럽게 움직였었다. 방역수칙을 항상 염두해 가면서 이동을 했었다. 뭐 물론 단독여행이었으니 누구랑 말 섞을 일도 없었지만...

 

이날의 일정은 강원도 인제군이었다.

 

인제오면 언제가나? 원통해서 어찌하리!

 

인제는 강원도 군번들의 특유의 푸념들을 다 담아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제에서는 아침가리골과 원대리 자작나무 숲, 두 곳을 메인 탐방지로 삼아 방문할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 동서울터미널로 향했고, 인제행 버스를 발권을 하려고 카드까지 꺼냈다. 그러다 딱 멈췄다. 아침가리골을 가려면 인제읍내보다는 현리터미널이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현리터미널은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해 있는데 인제읍내에서 남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져있다.

굳이 읍내를 들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현리터미널행 시외버스에 탑승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현리터미널까지는 약 2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든다. 기린면터미널로 불리는 것이 맞지 않나? 왜 '면'보다 '리'를 중시해서 현리터미널로 불리는지... 물론 그곳에 가면 '기린면터미널'이라고 입간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린면터미널이 아니라 현리터미널로 부른다. 동서울터미널 자동발권기에도 현리터미널로 적시되어 있다.

 

무슨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사실 현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전투 중의 하나로 불리는 현리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혹자들은 조일전쟁 때의 칠전량 해전, 병자호란 때의 쌍령전투와 더불어 한국전쟁 때의 현리 전투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3대 패전이라고 부른다.

 

1951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벌어진 현리 전투는 국군 3군단과 중공군 9병단이 맞붙었었다. 당시 중공군은 지금의 현리터미널에서 남서쪽으로 약 7킬로 정도 떨어진 오미재 고개를 점령한다. 오마치 고개라고도 불리는 오미재는 국군 3군단의 유일한 퇴각로이자 보급로였다.

 

문제는 중심을 잡고 지휘를 해야 할 군단장이 연락기를 타고 도망을 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퇴각로가 봉쇄되어 동요를 겪고 있는데 지휘관이 도망을 가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렇게 도망간 이는 유재흥 중장이었다. 별 3개가 아깝다.

 

지휘체계가 무너지니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군인들은 오합지졸처럼 퇴각을 했는데 많은 인원이 중공군에게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히게 됐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워낙 급박하게 퇴각을 하다보니 무기와 보급품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하나가 아쉬운 무기와 탄약, 보급품들이 중공군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현리 전투를 두고 당시 미군 사령관인 밴플리트 장군은 격노를 했다. 그리고는 3군단을 해체시키고 한국군의 지휘권을 박탈시키기에 이른다. 현리 전투의 결과 때문에 아직까지도 전시작전권을 미군에게서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소개한다면서 현리 전투에 대한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걸까? 아니다. 아침가리골과 현리 전투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아침가리골은 방태산에 자리잡고 있는데 3군단의 주요 퇴각로가 방태산이었으니까. 당시 군인들은 길도 없었던 그 험한 곳을 기어가다시피 했다. 사단장은 제복을 벗어던져 버리고, 장교들은 계급장을 떼어버렸다고 하니 얼마나 군기가 문란했는지 알 수 있다.

 

 

 

 

 

* 아침가리골

 

 

 

 

 

 

현리터미널에서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시작점까지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가 다니는데 하루에 6편밖에 없다. 잘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인아웃은 이렇다.

 

IN: 방동약수(방동약수마을)

OUT: 진동1리(추대)

 

하지만 필자는 인아웃을 거꾸로 했다. 진동1리로 들어가서 방동약수로 나온 것이다. 간간이 트레킹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만 반대방향이었다. 뭐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ㅋ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침가리골은 계곡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여름에 인기가 많다. 허리까지 오는 계곡물을 박차며 걷는 맛이 제격인 곳이다. 그만큼 계곡이 깊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얼음트레킹을 하기에도 제격이라는 뜻이 된다. 수위가 원만하니 얼음이 훅 꺼진다고 해도

양말이나 젖는 정도가 될테니까.

 

어쨌든 여름 계곡트레킹의 천국같은 곳에서 얼음트레킹을 하겠다고 나섰다. 운이 좋았는지 여러 조건들이 받혀줬다. 기온이 비교적 온화했고, 바람이 불지 않았다. 하지만 전전날까지 강추위가 몰아쳐 얼음이 꽝꽝얼었다. 물론 군데군데 얼음이 깨진 구간도 있었지만.

 

사실 얼음트레킹은 쉽게 할 수가 없다. 갑자기 얼음이 쑥 꺼지면 어떻게 하는가. 또 그만큼 얼음이 얼어야 한다는 건 날씨가 추워야 한다는 뜻이다. 동장군의 위세에 맞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필자도 정말 오랜만에 얼음트레킹을 하러 온 것이다.

 

챙겨온 아이젠을 끼고 열심히 걸었다. 아이젠을 끼고 걸었더니 얼음을 치고 나가는 소리가 계곡에 쩌렁쩌렁 퍼져나갔다. 간간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계곡을 전세낸 듯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안전에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 계곡 구간의 종료점인 조경교 인근까지 한 번도 얼음이 깨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원래 사고는 막판에 일어나는 거야! 끝까지 조심해야 돼"

 

딴에는 경각심을 갖겠다고 혼자서 궁시렁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 우지찍

 

계곡 구간 막판에 얼음이 제대로 깨져서 오른쪽이 싹 다 젖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몇 걸음을 종종 걸음쳤는데 또 얼음이 깨져 이번에는 왼쪽이 싹 다 젖었다. 그래 원래 사고는 막판에 일어나는 거잖아!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길이는 약 14km 정도다. 계곡 구간이 약 7km 이고, 임도 구간이 약 6km 정도 된다. 나머지는 마을입구까지 걷는 아스팔트 길이다.

 

방동약수마을 ☞ 방동약수 ☞ 방동리고개 ☞ 조경교 ☞ 계곡구간 ☞ 진동 1리

 

한 번 진입하면 나가는 길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열심히 걸으셔야 한다. 그렇게 경사가 심한 구간은 아니기에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도전해 볼만 하다. 하지만 중간에 매점은커녕 화장실도 없다는 걸 명심하셔야 한다. 벤치조차도 없다. 단단히 준비를 하시고 떠나셔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얼음트레킹은 쉽게 하기가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하천은 갑자기 쑥 꺼지는 부분이 있기에 무척 조심해야 한다. 뭐 그걸 선녀탕이라고 부르는데 선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하여간 얼음트레킹을 하려면 여러가지가 받혀줘야 한다. 여러가지 돌발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야만 설경과 빙설이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풍광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아침가리골: 필자 대신 가방으로 인증샷

 

 

 

 

 

 

 

* 아침가리골

 

 

 

 

 

 

 

* 아침가리골

 

 

 

 

 

 

* 아침가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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