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산봉우리의 걸린 흰구름을 보니 아이스크림 생각이 간절해지더라!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배 맛 탱크보이가 그리웠었다.

 

 

 

* 장수대: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설악전투의 전승을 기념하고, 설악산을 찾은 탐방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지은 'ㄱ' 형태의 한옥집.

 

 

 

 

---> 전편에 이어서

 

 

 

#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어찌하리요!

 

인제군 원통리의 지형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다. 북쪽으로는 명당산(764m)이 있긴 하지만 동쪽으로는 소양강을 향해 가는 북천이 흐르고 있어 비교적 완만한 지형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원통리에는 원통체육공원도 자리 잡고 있다. 차라리 한계령을 품고 있는 한계리의 지형이 험하면 더 험한 듯싶었다.

 

원통(元通)은 원래 원산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넘으면 바로 원산이니 그런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리적인 의미의 명칭은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군사도시로 변모한 인제군의 모습 속에서 그 의미가 확연히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음속에 ‘슬픈 아리랑’ 한 곡조씩을 품고 사는 강원도 군번들에게 ‘인제’와 ‘원통’이란 명칭은 심심풀이 땅콩 같은 푸념거리의 소스로 제격이었던 것이다.

 

원통에 대해서 왜그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냐고 필자에게 질책을 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자전거여행을 하는 것인지 ‘명칭 따라 삼천리’를 하는 것인지 혼동스럽다고 비판의 화살을 내게 발사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필자는 원통을 보면서 한국전쟁과 뒤이은 분단으로 인해 해당 지역 명칭이 일반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각인되는지에 대해서 주목을 해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리산 피아골 같은 경우도 원래는 곡식인 피가 많이 재배된 지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리산 빨치산 토벌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골짜기가 피로 넘쳐 났다는 변형된 의미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하게 됐다는 것이다. 

 

 

 

 

* 설악산: 구름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 설악산

 

 

 

 

# 달려라 블루야크

 

한계령의 초입에 해당되는 한계교차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12시 경이었다. 40Kg 달하는 자전거를 끌고 한계령을 넘기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행동식은 준비가 됐는가? 식수는 몇 통을 챙겼는가? 만약 밤샘 이동을 한다면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등등의 물음들에 대한 답을 충족시키려면 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계령이 어떤 곳인가? 설악산을 가로질러 동해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높디높은 고개가 아니던가!

 

한계교차로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미시령 고개를 넘을 수 있고, 44번 국도를 타면 한계령에 다다를 수 있다. 인제군에서 만난 사람들은 인접 도시인 속초로 갈 때 주로 미시령 도로를 이용한다고 했다. 미시령은 터널로 연결됐기 때문에 보다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꼬불꼬불한 한계령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서울에서 속초로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주로 미시령을 이용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나아갔지만, 설악산의 속살을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난 콧노래를 부르며 나아갔다. 더군다나 차가운 개천이라는 뜻의 한계(寒溪)로 들어가는데 그 정도의 노고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확실히 자동차 여행과 자전거여행은 차이가 난다. 아무리 한계령이 험하다고 하지만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반대편 양양군에 입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공간을 빨리 이동할수록 인간의 두뇌가 ‘패스’시키는 지리적 장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하긴 운전에 집중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 수많은 자연풍광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지켜보겠는가.

 

비록 중고자전거지만 엄연히 내 자전거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 블루야크. 내 자전거가 푸른색이라 국내 모 아웃도어 브랜드 명칭을 빗대서 그렇게 지어본 것이다. 내 자전거가 무적 철TB라 히말라야 야크들처럼 튼튼하다는 의미에서 그런 네이밍을 붙여본 것이다.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거는 것도 아니니까.

 

산중에서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어차피 야간 이동을 각오했지만 밤이 되니 덜컥 무서운 것이었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었던 터라 시간이 더 지체됐던 것이다. 나도 블루야크도 지쳐갔다. 이전의 여행들을 통해 많은 경험이 쌓였지만, 한밤중 산중에서의 이동은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 장수대

 

 

 

* 설악산

 

 

 

 

* 설악산: 한계령을 지나 양양 오색약수 방면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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