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한강대교 폭파... 그런 일이 있었냐고?

 

아픈 역사 간직한 한강 다리 곳곳, 자전거·도보 탐방으로 '딱'

 

15.03.11 20:11   최종 업데이트 15.03.11 20:11

 

 

 

 

 

 
▲ 노들텃밭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에 있는 노들텃밭. 텃밭 뒤로 한강대교 아치가 보인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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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와 관련된 한강 다리는 몇 개일까? 총 26개다. 지난해 11월 구리암사대교의 임시 개통으로 26개로 늘어났다. 동쪽 강동대교에서부터 서쪽 신행주대교까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다리들은 한강철교와 같은 열차 전용 교량도 있고, 방화대교처럼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다리도 있다. 물론 사람과 자동차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교량이 대다수다.


서울의 팽창과 함께 한강에도 차곡차곡 다리들이 놓이게 됐다. 한강 다리들은 '한강의 기적'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상징물이 된 것이다. 한강 다리 교각 아래로 우리의 근현대사가 흘러갔고, 또 흐르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역사성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이 강한 다리들도 생겨나면서 한강 다리를 따라 도보 탐방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보행로의 확장과 연결로 정비 등으로 한강 다리 자체가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대사 비극 품은 한강대교

한강에 처음으로 들어선 인공 교량은 한강철교다. 1900년도에 들어선 한강철교는 말 그대로 철도 전용 다리였기에 일반 사람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이야 교통카드만 있으면 전철을 타고 느긋하게 한강을 넘어갈 수 있지만, 옛날 구한말의 백성이 기차표를 쉽게 끊을 수 있었겠는가?

일반 백성이 편리하게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된 건 1917년부터였다. 한강 인도교라고 불렸던 한강대교가 개통됐기 때문이다. 한강철교 제작 때 남은 자제들로 건설되어서 그런지 개통 당시 한강대교는 대교(大橋)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중앙 차로 부분이 4미터, 좌·우측 보도 부분이 각각 1미터, 총 6미터의 폭이었기 때문이다.

한강대교는 당시 경성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룻배에 의존해 도강해왔던 한강을 느긋하게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척 신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한강대교는 그 긴 역사만큼 큰 아픔도 가지고 있다. 한국 전쟁 시기였던 1950년 6월 28일 다리가 폭파됐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공격으로 서울 함락이 눈앞에 이르자 당시 이승만 정권은 한강대교 폭파라는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 한강철교 63빌딩 부근에서 촬영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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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 작전은 기습적으로 감행됐다. 당시 한강대교에는 수많은 피난민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어떠한 사전 통보도 없었다. 그래서 500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폭파와 함께 생명을 잃거나 한강에 수장됐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당시 시내에서는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음성이 계속해서 퍼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때 이승만 정권의 수뇌부는 이미 대전으로 피난을 간 상태였다. 수도 서울을 버리고 시민의 피난 행렬을 묶어둔 채 앵무새처럼 녹음 방송만 틀어댔던 셈이다.

한강대교 폭파로 군사적인 피해도 엄청났다. 한강 북부에 남아 있던 국군의 퇴각로가 봉쇄됐기 때문이다. 만약 순차적인 퇴각이 이뤄졌다면 국군은 한강 이남에서 전열을 정비해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할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1950년 7월 14일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전시 작전 통제권 이양도 없었을 수도 있었다.

분명 한강대교 폭파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런 사실들을 모르는 듯했다. 필자가 몇 차례 걸쳐 한강 다리 트레킹을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한강대교가 끊겼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리가 끊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절단한 주체를 잘못 알고 있었다. '미군의 공중 폭격으로 교량이 폭파되지 않았냐'고 물었던 참가자도 있었으니까. 필자는 한강대교 설명을 마칠 때 이런 말로 항상 마무리를 지었다.

"인민군의 남침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강대교 폭파에 면죄부가 부여될 수 없지요. 자기는 안전하게 대전에 내려가 있으면서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거짓말이나 해대고... 그게 바로 이승만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뭘 건국했다는 건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유도를 품고 있는 양화대교

 
▲ 양화대교 선유도에서 촬영한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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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런 명칭이 통용되지 않지만 예전에는 '제1한강교', '제2한강교'처럼 한강 다리에 번호들이 매겨졌다. 제1한강교는 앞서 언급한 한강대교이고, 제2한강교는 이번에 소개할 양화대교다. 1965년 양화대교가 들어서기까지 한강에는 인도교가 두 개밖에 없었는데 한강대교와 1936년에 준공된 광진교가 바로 그것이었다. 둘 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양화대교는 우리나라 기술진에 의해 한강에 만들어진 최초의 인공 교량이 된 것이다.


양평동과 합정동을 연결하는 양화대교는 서울 서남부권의 교통량 해소라는 목적과 함께 서부전선의 물자 수송을 위한 군사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건설됐다. 그래서 유사시에는 군사 작전에만 이용하도록 그 용도가 제한됐다. 양화대교는 선유도를 품고 있어 한강 다리 트레킹을 하기에 가장 좋은 다리다. 또한 합정동 방면으로는 절두산 성지를 지척에 두고 있어 역사 탐방까지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    

 

 

 

* 선유도: 선유교를 넘어 선유도로 갈 수 있다.

 

 

 

 


선유도는 처음엔 섬이 아니었다. 원래는 선유봉(仙遊峰)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말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유봉은 맞은편 잠두봉과 함께 중국 사신도 즐겨 찾았다는 절경이었다. 잠두봉은 뽕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인데 흥선대원군 시절 절두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은 천주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선유봉은 일제 강점기 때 여의도 비행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채석 작업이 이뤄져 그 높이가 점점 낮아지게 됐다. 해방 이후에도 채석 작업이 진행됐고 결국, 그 원형을 잃게 됐다. 이후 한강의 강폭이 넓어져 섬이 되었고, 1978년 그 자리에 정수장이 건립됐다가 지난 2000년에 폐쇄됐다. 선유도 공원은 그 정수장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유도의 역사는 곧 한강 개발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런 아픔을 품고 있는 선유도는 한강을 찾는 서울 시민의 좋은 휴식처가 됐다. 선유도는 산책하기도 좋고, 소풍 가기도 좋은 곳이다.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확 트인 한강을 넘어 인왕산과 남산, 멀리 북한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잠수교와 잠실철교


 
▲ 잠수교 한강다리들 중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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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있는 다리를 직접 걸어서 건너다보면 자연스럽게 순위가 매겨진다. 그 중 단연 1등은 잠수교다. 도보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가장 중시되는 부분은 진·출입의 편리성이다. 다리에 설치된 보행로는 만족스럽지만, 다리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수교는 보행로뿐 아니라 진출입의 편이성에서도 최고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강 시민 공원에서 바로 잠수교로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잠수교는 795m로 한강 다리 중에서는 가장 짧다. 넓게 확보된 보행로와 진·출입의 용이성, 거기다 최단 거리로 한강을 건널 수 있기 때문에 잠수교는 한강을 가장 편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 1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한강 다리 중에는 지하철과 속도 경쟁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잠실 철교가 그곳이다. 1979년 10월. 지하철 2호선의 일부 구간으로 개통된 잠실철교는 교량 중앙에 철로가 있었고 양옆에는 도로가 놓여 있었다. 약 4미터 정도의 폭을 가진 이 도로는 현재 자전거 도로와 인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자전거 도로를 따라 전동차와 속도 경쟁(?)을 벌이는 라이더들도 있다. 그만큼 잠실철교는 자전거와 전동차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공간인데 그 간격이 가까워 전동차에 탄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될 정도다. 달리 말하면 전동차에 탄 승객들이 라이더가 힘들어하는 모습도 쉽게 관찰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전동차를 따라잡겠다고 너무 세게 페달을 밟지는 말자.

한강은 큰 강이고, 이와 비례해 담긴 이야기도 아주 많다. 봄날을 맞이해 한강을 직접 건너보는 건 어떨까? 한강과 한강 다리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건너보는 것이다.

 

 



"님아, 이 강을 걸어서 건너보세요! 대신 옷은 따뜻하게 입고요!"

 



 
▲ 잠실철교 전동차와 나란히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잠실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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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http://blog.daum.net/artpunk)에도 실렸습니다.



● 한강다리 트레킹 추천 코스

1. 양화대교 - 한강대교 구간: 합정역 ▶ 절두산성지 ▶ 양화대교 ▶ 선유도 ▶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 63빌딩 ▶ 한강철교 ▶ 노들텃밭(한강대교)

2. 이동거리: 약 10km / 소요 시간: 약 3시간(휴식시간 포함)

 

 

 

 

 

 

 

 

 

 

 

안녕하세요?

저는 역사트래킹 마스터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한강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위즈돔을 개설해 봅니다.

 

저는 몇 해 전부터 아웃도어 여행을 꾸준히 해왔답니다. 총 5번에 걸쳐 국토종단, 국토횡단을

행했고 수 천 킬로 미터의 거리를 이동을 했습니다. 그것도 무동력(no-moter)으로 이동을 했지요.

무동력여행? 무동력여행은 자동차나 기차 같은 동력 운송 수단을 탑승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만 이동을 하는 여행을 말한답니다. 한마디로 무척 고단한 여행이지요.

 

매일같이 텐트를 쳤고, 직접 밥을 지어 먹었고, 공동묘지에서 잠을 자야했고, 지리산에서

태풍을 만났고, 속리산에서 다시 또 태풍을 만났고... 

 

그렇게 무동력 여행 기록이 쌓이다보니 어느새 6,500km가 되었더군요.

적지 않은 기록이지요. 그러다보니 첨부사진에서도 보듯 공중파 TV에도 나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그런 숫자놀음식의 기록은 별 의미가 없어보이더군요.

겨우 '나 잘났오!' 하는 자기 자랑이나 떠벌이는 제 자신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아웃도어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고심 끝에 역사트래킹(http://cafe.daum.net/historytrekking) 카페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트래킹을 통해 몸과 마음을 살 찌우고, 역사를 통해 머리를 채우자는 의미로 역사트래킹을 개설하게 된 것입니다.

 

TV뉴스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야스쿠니 젠틀맨'이라고 부르던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굳히게 된 것입니다. 그런 개탄스러운 인터뷰가 역설적으로 저에게 큰 동력을 준 셈입니다.

제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자각심을 주게 됐으니까요!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만큼 제일 좋은 게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문화답사 기행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 났지요. 하지만 그런 답사 기행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에 속도전 하듯 여러 답사지를 다니더군요.

수학여행식의 '버스 뺑뺑이'와 다를 바 없는 형식이 되는 것이지요. 

 

역사트래킹은 그런 식의 '버스 투어'를 지양합니다. 역사트래킹 코스를 개척할 때 고려 사항 중

하나가 대중교통 친화성입니다. 즉 대중교통만으로도 역사트래킹을 즐길 수 있게 코스를 짜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역사트래킹은 문화유적을 중심으로 10km 정도 걷기가 수반된 아웃도어 활동입니다.

역사트래킹 마스터는 문화유적 앞에서는 유홍준 선생이 되어 해당 유적을 설명하고, 트래킹에서는

엄홍길 대장이 되어 도보꾼들을 리딩합니다.

 

 

 

 

 

 

 

 

서설이 좀 길어졌네요. 역사트래킹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이번에 만나볼 역사트래킹은 <한강 역사트래킹>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의도 샛강을 지나 한강대교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약 8km 정도의 거리로 3시간 10분 정도 한강과 여의도 일대를 걸으며 트래킹을 할 생각입니다.

 

느긋하게 한강과 여의도를 산책하면서 그 곳에 관련된 역사이야기를 듣는 것이죠.

평소에 하는 산책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트래킹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걷다보시면 여의도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드실지 모릅니다.

 

 

트래킹을 하다보면 허기가 질 수 있으니 간단한 간식 같은 것을 싸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강바람이 추울 수 있으니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센스도 잊지 마시길!

 

 

일시: 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모임장소: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번 출구

이동경로: 당산역 ▶ 선유도 ▶ 샛강(여의도) ▶ 한강대교 ▶ 한강텃밭

준비물: 물과 간식, 여분의 옷

주의점: 트래킹을 하는 것이니 가급적 편한 복장을 해주세요. 하이힐 NO! 트래킹화 YES!

기타: 출발 즈음에 가볍게 스트래칭을 할 예정입니다. 아웃도어를 하기 전에는 꼭 스트래칭을!!!

 

 

 

 

 

 

 

 

PS. 숲길 같은 곳을 걸어야지 트래킹이지, 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한강 역사트래킹>은

시티워킹입니다. 제대로 오프로드를 걷고 싶은 분들에게는 좀 약할 수 있지요.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역사트래킹은 무궁무진합니다. 지금도 역사트래킹 코스는 계속 개척중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코스를 개척하고 있답니다. 제가 괜히 마스터라는 칭호를 쓰는 게 아니죠!^^;

 

 

 

 

 

 

 

 

 

 

 

 

 

 

 

 

 

 

 

 

 

 

 

 

 

 

 

 

 

 

 

 

 

 

 

 

 

 

 

 

 

 

 

 

 

 

 

 

 

 

봄날, 한강 다리 구경가자!

개성 만점 한강 다리들

시민리포터 곽동운 | 2013.03.08

 

 

 

 

 

 

[서울톡톡] 아무리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친다고 하더라도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법! 이미 계절은 춘삼월로 접어들었고 한강 시민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가뿐해졌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그렇게 계절의 변화가 스며든 한강으로 향했다.

 

그럼 이번 기사는 한강에 대한 기사인가? 아니다. 이번 기사는 한강 다리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서울시와 관련된 한강 다리는 25개이다. 동쪽 강동대교에서부터 서쪽 신행주대교까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 중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같은 교각을 사용하고 있지만 각자 개별적인 명칭이 부여됐고, 통행량도 다르게 집계하기 때문에 별개의 다리로 취급한다.

 

한편 1999년에 개통된 청담대교는 위로는 자동차가 통행하고 아래로는 지하철 7호선이 운행되는 복층형이지만 하나의 다리로 취급된다. 종합해보자면 서울시계 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세워진 인공구조물은 24개가 되고, 개별적으로 명명되고 관리 받는 다리는 25개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를 잇는 구리암사대교와 마포구와 영등포구를 잇는 월드컵대교가 한창 건설 중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도보여행을 즐겨하는 터라 한강에 있는 다리들을 직접 걸어서 건넌 적이 많았다. 그렇게 직접 걸어서 한강 다리들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위가 매겨졌는데 그 중 단연 1등은 잠수교였다.

 

도보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가장 중시되는 부분은 진출입의 용이성이다. 다리에 설치된 보행로는 만족스럽지만 다리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곳이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수교는 보행로뿐만 아니라 진출입의 용이성에서도 최고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바로 잠수교로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수교가 그렇게 걷기에 편한 다리가 된 것은 지난 2009년 4월에 일이었다. 왕복 4차선이었던 잠수교를 왕복 2차선으로 도로폭을 줄이고, 그만큼의 공간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잠수교는 795m로 한강 다리 중에서는 가장 짧다. 위층에 있는 반포대교가 1,135m이니 잠수교가 얼마나 단신(?)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넓게 확보된 보행로와 진출입의 용이성, 거기다 최단거리로 한강을 건널 수 있기 때문에 잠수교는 한강을 가장 편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 1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한강에 있는 다리를 말할 때 한강대교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한강대교는 도보로 한강을 넘을 수 있었던 최초의 다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1900년에 한강철교가 준공되어, 한강대교 이전에도 기차를 타고 한강을 넘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반 백성들이 쉽게 기차를 탈 수 있었겠는가? 결국 일반 백성들이 편리하게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은 그 뒤로 한참 시간이 흘러야 했다.

 

 1917년 한강대교가 개통되고 나서야 일반 백성들이 손쉽게 한강을 건널 수가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강인도교라고도 불렸던 한강대교는 당시 경성 사람들의 좋은 나들이 장소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룻배에 의존하여 도강을 해왔던 한강을 느긋하게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자체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척 신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한강대교 중간에는 노들섬이 있다. 그 노들섬에는 '노들텃밭'이라 하여 시민들이 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경작을 하는 곳이다. 강변 주위로 대형아파트들과 고층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노들 텃밭에는 오두막이 있고, 허수아비들이 간간이 날아오는 갈매기들의 친구가 되어 준다. 노들텃밭은 2012년 6월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동호대교와 동작대교는 각각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중간에 놓여 있는 병용 교량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전동차와 나란히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에 비해 잠실철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전동차와 속도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전동차와 근접해서 주행을 할 수 있어서 재미까지 가미된다.

 

1979년 10월. 지하철 2호선의 일부 구간으로 개통된 잠실철교는 교량 중앙에는 철로가 있고 양 옆에는 도로가 놓여 있었다. 약 4미터 정도의 폭을 가진 이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극히 적었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근에 있는 넓은 차선을 가진 잠실대교(왕복 8차선)와 올림픽대교(왕복 6차선)을 놔두고 굳이 왕복 2차선인 도로를 이용할 운전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잠실철교 도로 중 한쪽이 2006년 12월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강변역 방면 진입로에는 자전거경사로가 설치되어 자전거뿐만 아니라 유모차나 휠체어의 진출입도 용이해졌다.

 

잠실철교는 자동차 매연 없이 한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의 페달 밟는 속도가 더 경쾌해지는 듯싶다. 그렇게 박진감 있게 페달을 밟다보면 자전거가 전동차를 이길 수도 있다. 단 경쟁을 했던 전동차 속의 탑승객들은 라이더를 무척 흥미롭게 쳐다보거나 안쓰럽게 바라볼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그만큼 잠실철교에서는 아주 가까이에서 전동차와 자전거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은 한강철교에 대한 이야기다. 한강철교는 1900년, 한강에 세워진 최초의 인공시설물이었다. 구한말에 세워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몸소 겪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증기기관차가 오갔던 한강철교에 이제는 초고속 KTX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

 

이런 장엄한 역사를 가진 한강철교도 한강불꽃축제가 개최되는 날에는 독특한 개성을 갖는 다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강불꽃축제가 한강철교 바로 옆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잘 아시다시피 한강불꽃축제 당일날 여의도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명당자리는커녕 인파에 밀려, 정작 불꽃쇼 관람도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제 당일날 노량진역에서 용산역까지 전철을 타보시라! 그 순간만큼은 불꽃관광열차가 될 것이다. 전동차 창문을 넘어 '빵, 빵' 터지는 폭죽은 말 그대로 장관 중에 장관이다. 더군다나 전동차를 타고 이동 중에 바라보는 터라 속도감까지 더해진다. 겨우 1구간 요금으로 흥미진진한 특별열차를 타는 셈이다.

 

이런 개성이 독특한 다리들이 있어 한강의 스토리텔링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기회가 된다면 한강 다리들을 직접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강 다리들이 얼마나 많이 좋아졌는지 직접 확인도 해보시고, 강바람을 맞으며 '에어샤워'도 해보시길!

 

 

 

 

 

* 노들텃밭: 한강대교 한폭판에 있는 노들섬. 그 노들섬에는 시민들을 위한 텃밭이 있다. 기사에는 게재되지 않은 사진임.

 

 

 

 

 

 

*서울소방: 여의도 부근에서 촬영한 119구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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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운 시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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