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피레네




* 여행 3일차: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하루종일 비 옴

1. 생장피에르포드(saint-jean-piedport)에 있는 refuge라는 알게르게에서 오전 9시경 나옴.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 숙소를 말한다. 겨울철이라 생장피에르포드에 오픈한 알베르게는 refuge 알베르게 한 곳 뿐이었다. 하긴 사람도 안 오는 비시즌에 뭐하러 이곳저곳 문을 열어 놓겠나. 

2. 확실히 12월~1월은 비시즌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펜션들을 생각해보라. 겨울철에 문을 닫는 펜션들이 많지 않은가? 

3. 그래서 그런지 겨울철에 순례길을 걷는 이들은 무언가 한가닥(?) 하는, 무언가 좀 있어보이는 이들만 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정말? 말그대로 소문!!! 난 11월까지 비즈니스가 있었고, 12월에 겨우 시간이 나서 순례길에 온 것이다. 

4. 순례길 첫날부터 아주 제대로 당했다. 역시 피레네는 피레네였다. 나폴레옹 루트가 아닌 평탄한 곳으로 올라갔지만 계속 헥헥거리면서 올라갔다. 또 처음부터 어의없게도 길을 잃어버려 스텝도 꼬였다. 길을 잃어버려 거의 2시간 정도를 날렸던 것이다. 

5. 비는 주적주적 계속 내리고 있지, 무려 2시간이나 길을 헤매였지, 어깨는 배낭 때문에 내려 앉을 거 같지... 완전히 첫날부터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짐 때문이었다. 짐 무게가 무려 16~17kg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뭐하느라 쓸데없이 그렇게 무겁게 가지고 왔는지! 스스로 고행을 자초했다니...ㅋ  

6. 짐을 줄여야 한다! 짐 때문에 순례길이 고행길이 되는 것이다. 고행도 적당히 해야지 어깨가 고장나는 고행은 사절이다!

7. 프랑스에서 스페인 국경을 넘는데 국경 경계 표식이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난생 처음 걸어서 국경을 넘어보려고 했는데 그래서 국경 표지석 앞에서 폼 좀 잡아보려고 했는데... 아이고 어깨야!^^;

8. 산 정상부에 올라서니 빗줄기가 더 강해졌다. 또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8년 전 지리산에서 맞은 태풍 이후로 처음  겪어보는 산중 비바람이었다. 피레네가 환영식을 아주 거창하게 해주었다. 

9. 초반에 너무 늦게 출발한 것도 있고, 2시간 정도 길을 헤매여서 결국 야간트레킹을 하게 됐다. 구닥다리 헤드랜턴을 켜고 산길을 걸어갔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좀 무서웠다. 바람이 거세게부니 귀신도 무섭다고 안 나오려나...ㅋ

10. 밤 9시경에 목적지인 스페인 론세바레스(roncevalles) 수도원 알베르게에 도착했음. 프랑스 생장피에르포드에서 오전 9시경에 출발했으니 1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그래~ 12시간 만에 국경도 넘고, 피레네도 넘었다. 배낭이 가벼웠으면 한 8시간 만에 주파했을 수도 있었는데.

11. 하도 이때 된통 당해서 그런지 피레네를 꼭 한 번 다시 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해야 하나? 피레네에서 당한걸 피레네에서 다시 갚아준다? 하여간 피레네는 내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 생장피에르포드




* 피레네: 비바람이 몰아치는 피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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