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정렴치에서 찍은 사진이다. 지리산에서는 태풍 '무이파'를 만났다.  자전거에 걸린 노란색 깃발이 강풍에 날라갈 것 같다!  사진 촬영 기능이 고장이 나서 동영상에서 찍은 걸 사진으로 뽑아내었다. 그만큼 여러면에서 애로점이 많은 여행이었다. 그나마 무위파 때문에 디카는 완전히 망가져 지리산 이후로는 사진이 남는게 없다. 태풍을 맞으니 디카, 자전거속도계, 휴대전화 등 모든 전자기기가 고장이 났던 것이다. 역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

 

 

 

 

"이거 뭐야? 여기 텐트가 왜있어?"
"왜 그래요? 거기 뭐가 있어요?"

"응. 누가 여기서 야영을 하나봐. 아무튼 깜짝 놀랐네!"

깜짝 놀란 건 오히려 나다. 당신의 오줌 소리에 단잠을 깼기 때문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왜 내 텐트 옆에다 노상방뇨를 하는 것인가? 비타민을 복용했는지 그 남자의 소변 냄새는 참 '거시기'했다. 나는 억울했지만 그래도 꾹 참아야 했다. 팔자려니 해야지 별 수 있겠는가. 이게 다 돈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는가.

누구는 캠핑을 자연 속에서 누리는 '웰빙'이라고 표현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하룻밤 보내기'에 불과했을 뿐이다. 매일 같이 야영지를 물색하는 것이 곤욕이었고 그저 하룻밤을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누구는 나에게 이렇게 툭 질문을 내던질지 모른다.

"캠핑장 가면 되잖아. 요즘 캠핑장이 얼마나 싸고 좋은데..."

 

 

 

 

 

 

 

* 순천만: 요즘은 일반 민박보다는 한옥 팬션이 인기가 좋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전통 가옥 체험도 하니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저 텐트에 비가 안 세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였으니까.

 

 

 

 

 

무척 공포스러웠던 새벽의 폭우



2011년 여름. 나는 제2차 국토종단자전거여행을 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여정은 충남을 거쳐 전북, 그리고 지리산으로 이어졌다. 위의 '텐트 노상방뇨' 에피소드도 그때 발생했다.

7월, 장마철 한복판에 행했던 여행이었던 터라 웬만한 비는 맞을 각오를 했다. 하지만 비도 비 나름이다. 수인한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적당량의 비는 찌는 듯한 더위를 날려주는 청량제가 되지만 엄청난 폭우는 여행객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더군다나 나처럼 여행 중 매일같이 텐트생활을 해야 하는 자전거여행자들에게, 물폭탄과 같은 폭우는 정말 지긋지긋한 '악귀'와도 같은 존재다. 돈이 없어 싸구려 텐트를 들고 다녀야 했던 나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벽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마치 호러영화에서 핏방울이 주인공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그런 엄청난 공포!

그만큼 나의 텐트는 방수가 안 됐고 비가 오는 날, 특히 새벽에 비가 오는 날은 비상이 걸렸다.

'이거 오늘도 좋게 잠자기는 땡이구만!'

이런 상황이니 캠핑장에 간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캠핑장에서 비를 맞나, 야산 같은 곳에서 비를 맞나 결론은 같았다. 그 다음날은 수해복구에 나서야 했던 것이다. 한편 자전거여행이나 장거리도보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생각보다 캠핑장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다. 마음먹은 것처럼 딱딱 안 맞아 떨어진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 수도 있고,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는 게 여행이다. 그래서 장거리 무동력여행을 하실 분들은 공동묘지에서도 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떠나시는 게 차라리 속 편하실 것이다.

 

 

 

 

 

 

 * 평택: 평택에서는 저렇게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가 있었다.

 

 

 

 

 

충남 서산에서 맞은 물폭탄

'텐트 노상방뇨' 에피소드도 전북 전주에 있는 한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늦은 시각까지 야영지를 못 찾다가 한적한 공원이 있기에 눈을 딱 감고 텐트를 쳤던 것이다. 다행히 그날은 비를 안 맞았지만 웬 낯선 남자의 노상방뇨 세례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에피소드는 그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캠핑을 하다보면 일상생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2011년 여행 당시 나는 충남 서산에서 제대로 물폭탄을 맞았다. 해미읍성을 탐방한 후 기포리라는 곳에 베이스캠프를 꾸렸을 때였다. 저녁을 지어먹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가끔 별똥별도 떨어지고.

'이야 별 뜬 거 보니까 비가 안 오겠네. 푸하핫!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겠어!'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겠나? 그날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단순히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었다. 거의 2~3시간에 걸쳐 양동이로 쏟아 붓듯이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텐트 안에도 빗물이 흘러 넘쳤고, 그날 밤 나는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자기 전에 봤던 그 초롱초롱한 별들이 정말 미웠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어차피 젖은 옷가지 등은 햇볕에 말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텐트의 위쪽 폴대에 금이 갔다. 예비 폴대도 없던 터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제발 지리산까지만 버텨라. 서울 가면 정말 멋진 텐트로 바꿔주마!'

하지만 그건 나만의 기원이었을 뿐이다. 날이 갈수록 폴대의 금은 더 깊어졌고 텐트의 모양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갔다. 원래 삼각형이 되어야 할 텐트가 형태를 잃고 주저앉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지붕 부분이 내 얼굴에 내려 앉아 깜짝 놀라 잠에서 깨기도 했다. 마치 비닐로 만든 관 속에 내가 누워 있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은 텐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새로운 텐트를 하나 구매를 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누구는 방수력이 빵빵한 텐트를 구매하고 싶지 않겠나?

 

 

*** 원래는 8월 14일에 2013년 여름정기 투어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에 생겨서 하루를 미뤄 8월 15일에 떠납니다.

그러고보니 광복절에 여행을 떠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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