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플로냐 도시성벽: 4개의 큰 홈은 대포가 거취되는 곳이다. 가운데 종처럼 생긴 공간은 초소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인천공항

 

 

 

 

*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1일차 / 서울 비

- 비행기가 12시 55분발이라 아침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집을 나섰다. 미리미리했어야 했는데... 하다보니 일이 많아져 시간에 쫒기는 형편이 됐음. 이러다 비행기를 못 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오전을 분주하게 보냈음.

- 부모님께 인사하고 나오는데 비가 오고 있었음. 마드리드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 약3년 만에 비행기를 타게 됐음. 정말 오랜만임. 신형 B-787 드림라이너를 탔음.

- 사실 전날 밤을 세우고, 작업까지 해서 몸이 무척 피곤했음. 그래서 나름대로 비행기에서 잘 잤음. 코 골고 잤나? 그렇게 자서 그런지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음.

- 인천공항에서 약 20분 정도 연착해서 그런지 마드리드 공항에 예상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했음. 서울은 비가 내렸지만 마드리드는 비가 오지 않았음. 4번째 스페인 여행이 시작됐음.

- 새벽 1시 15분발 심야버스를 타려고 마드리드 터미널4(T4)로 이동했음. 근데 이 버스가 팜플로냐(Pamplona)로 직접 가지 않아 중간에 Soria라는 곳에서 환승을 해야함. 한 새벽에 낯선 동네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음.

-T4 버스터미널에서 식사할 곳이 없어 첫 끼니부터 샌드위치로 떼웠음. 궁시렁대면서도 맛나게 먹었었음.

 

 

*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터미널4에서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배낭 무게가 대충 17kg 정도였음. 하지만 계속 줄어들었음.

 

 

 

 

 

*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2일차 / 맑음(팜플로냐 비 온 뒤 갬)

- 새벽 1시 15분에 마드리드발 소리아(soria)행 버스에 탑승함. 이후 소리아에서 팜플로냐(pamplona)행 버스로 환승함. 피곤해서 그랬는지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았음. 대신 비행기에서도 버스에서도 계속 앉아 있다보니 허리가 눌리는 느낌이었음.

-팜플로냐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오전 7시가 안 되는 시각이었음. 문을 연 바르(bar)가 있어 오랜만에 cafe con leche와 함께 빵을 먹었음. 역시 스페인은 커피와 빵이 맛남. bar를 스페인어에서는 '바'라고 하지 않고, '바르'라고 읽음. animal(동물) 같은 경우도 '애니멀'이 아니라 '아니말'로 읽음. 영어와 스페인어는 좀 다르다. 카페콘레체(cafe con leche)는 카페라떼를 말함. 레체(leche)가 우유를 뜻한다.

- 순례길을 걸으려면 순례자여권이 필요함. 그래서 팜플로냐 대성당 인근에 있는 알베르게 albergue Jesus y Maria에 갔음. 이곳에서는 순례자여권도 발급받고, 1박도 할 것임. 그런데 12시에 문을 연다고 했음.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숙소를 말함.

- 이렇게 된 거 팜플로냐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음. 나름대로 팜플로냐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 우연히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e라는 작은 요새를 탐방했다. 이곳은 작은 정원이 딸려있었는데 순례길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었다. 유명한 팜플로냐 요새(ciuadadela de pamplona)나 팜플로냐 구시가지 성벽하고도 다른 곳이었다.

-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 옆쪽으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나무조각 같은 조형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안내판을 봤더니 스페인내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이었다. 얼핏봤을 때는 낙엽이 떨어져 있고 해서 그 위에 발을 올려놓고 신발끈을 묶으려고 했는데... 그랬으면 큰일날 뻔 했다.

- 이번에 처음 알게된 명소가 하나 더 있다. monument to the fueros라는 기념비이다. 이 길쭉한 조형물은 1893년 나바로의 푸에로법을 수호하기 위한 걸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monument to the fueros는 유명한 카스티요 광장(plaza del castillo)에서 불과 200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카스티요 광장은 예전에도 몇 번 둘러봐서 익숙한 장소다. 이곳에는 헤밍웨이가 맛집 탐방하듯 자주 들르던 식당도 있다. 익숙한 곳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인근에 중요한 기념탑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이걸 두고 등잔밑이 어둡다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 이미 두 번이나 팜플로냐에 왔으면서 이런 조형물의 존재자체도 몰랐다니! 아무래도 순례길만 허겁지겁 걷느라 그랬던 거 같다. 오늘은 몇 킬로를 걸어야 하나, 오늘은 어느 알베르게에서 자야 하나... 뭐 이런 고민들 때문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기념물들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무슨 속도 경쟁하듯 너무 열심히 걸었던 거 같다.

-전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팜플로냐 도시성벽(city wall)도 자세히 둘러봤다. 도시성벽(city wall)은 앞서 언급한 팜플로냐 요새(ciuadadela de pamplona)와는 좀 다르다. 성벽 사진을 찍다가 보니 귀엽게(?) 생긴 초소가 눈에 들어온다. 초소를 영어로는 sentry box, 스페인어로는 garita라고 부른다. 스페인은 워낙 성이 많은 곳이라 다양한 모습의 초소(garita)의 모습이 존재한다. 그중 팜플로냐 시티월의 초소 모습은 꽤 잘 생긴(?) 편에 속한다.

- albergue Jesus y Maria에 도착해 크레덴셜과 1박 숙박비를 지불했다. 크레덴셜 2유로, 1박 숙박 11유로. 숙박비가 좀 오른 거 같다. 3년 전에는 8유로였던 거 같은데...

- 샤워를 하고 누가 남기고간 즉석 해물스파게티를 데워 먹었다. 침대에 누우니 딱 좋다. 3년 전에 왔을 때는 1층에서 묵었는데... 이제는 침대를 다 제거해서 1층은 빈 공간으로 남겨놨다. 왜지?

- 그런데 강력한 발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누구야? 너야? 도대체 누구 발냄새야! 내 발냄새였다. 알베르게에 나 혼자밖에 없었으니까...ㅋ 아무래도 신발에 물이 들어와서 그런거 같다. 하긴 오래신긴 했지. 고민 끝에 새 신발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침 데카트론 매장이 가까이에 있었다. 카스티요 광장에서 5분 정도의 거리였다. 어차피 바꿀 신발이었으니 과감히 바꾸기로 했다. 약 70유로.

- 이 선택 때문에 이 여행은 아주 큰 격변을 겪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도보여행 중에 신발을 바꾸는게 아닌데... 그런 기본중의 기본을 무시한 댓가가 아주 혹독했다!

- 성탄절 주간이라 그런지 팜플로냐 대성당에서 행사가 있었다. 무슨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의식이었는데 거리행진도 하고 그랬다. 하루 사이에 팜플로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거 같다. 팜플로냐의 속살을 봤다고 해야 하나?

 

 

* 스페인내전 조형물: memorial de los centros de detención이 공식 명칭이다. 직역하면 '시내 구금자들의 추모' 로 읽힐 수 있다. detención은 스페인어로 구금, 체포를 뜻한다. 이 조형물은 구글 지도에서도 검색이 안 된다.

 

 

 

*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e

 

 

 

* 팜플로냐 도시성벽: 방어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겹겹이 쌓은, 겹성 형태를 띄고 있다.

 

 

 

* 소몰이축제 조형물: 팜플로냐는 바스크 지역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투우가 아닌 소몰이 축제가 열린다. 왜 그 순한 소를 화나게 하는지...

 

 

* monument to the fueros: 좀 어둡게 나왔다.

 

 

* 초소: 귀엽게 생겼다. 선물 가게 같기도 하다. 내가 군대 있을 때 들락거렸던 초소는 못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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