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은 생각창고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까?



●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에 대해서 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을 시작했을 때 품었던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서울천도 600’, ‘한성백제 2000’ 등과 같은 역사교과서적인 수식어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물론 필자는 지금도 서울공화국’, ‘수도권과밀화’ 같은 서울에 붙여진 비판적인 꼬리표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있다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드리고 있는 이 블랙홀 도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적인 시각과 근원적인 물음이 꼭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었다예를 들어 서울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한 탐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울의 확대발전에 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가게 된다한편 서울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두 세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공룡 도시 서울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맞는 만큼 역사 도시 서울을 탐구하는 진지한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곳은 우리가 발을 딛고 구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니까자신이 속해 있는 이 도시가 잘 났는지 혹은 못 났는지 그것을 알아보자는 것이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의 취지인 것이다.


● 토박이를 이길 수 있는 여행작가는 없다


각 개인이 살아가면서 층층이 쌓아올린 생각들도 지역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산들로 둘러싸인 지역에서는 갯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반대로 바닷가 지역에서는 산신령을 모시는 신당을 찾아보기가 어렵다자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관념들은 결국 지역적인 틀 속에서 생성된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필자가 낙산의 성곽길을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했다면 어땠을까그저 벽화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성곽길을 잠깐 탐방한 후 이렇게 이야기했을지 모른다.


별 거 없네맛집이나 찾아서 가자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는 가이드북 정도의 인식 수준으로 낙산과 성곽길을 바라봤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비상한 여행작가라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토박이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학창시절에 그렇게 공부를 못했던 필자가 그나마 서울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건 45년 동안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이다서울에 있는 산들이 좋아 많이 돌아다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물론 군대생활 2년은 빼고.


필자는 이 책에서 역사적인 지식만 나열하지는 않을 것이다필자의 삶의 공간인이곳 서울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나갈 생각이다서울 촌놈인 필자가 트레킹을 통해 서울 곳곳을 탐방하고그곳에서 주어올린 생각들을 나름대로의 필체로 풀어낼 생각이다.

밥값을 하듯이 책값을 하고 싶다나름대로 열심히 쓸 생각이다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 필자: 해설을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트레킹은 생각창고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들어가면서


사실 본 원고는 몇 해 전에 출간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중견출판사에서 필자의 원고를 눈여겨봤다고 메일로 연락이 왔던 것이다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역사서를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본 원고의 네이밍이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이니 그들이 찾는 원고로 이었을 것이다트레킹과 역사가 서로 합쳐진데다 서울학개론이라는 독특한 명칭까지 더해지니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 김칫국을 제대로 마셨다


정말 기뻤다내 원고의 가치를 알아봐주었던 것도 기뻤고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 있다는 것도 기뻤다더군다나 찾기도 어려웠을 내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연락을 줬으니 출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아닌가!

두근두근 설렜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답장을 보냈다.


출간 제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그런데 글에도 언급되었듯이 제가 역사 전공이 아닌데 괜찮을까요전공자가 아닌데 괜히 역사서 썼다가 씹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또 저는 본격적인 역사서보다는 역사트레킹아웃도어 이런 것들을 다 다루고 싶은데요제가 트레킹 강사니까요.”


이렇게 점잔을 뺐다그냥 좋다고 덥석 물면 괜히 없어 보일 거 같아서물론 당시 내 머릿속은 인세부터 계산하고 있었다또 저자 사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중이었다그렇게 난 김칫국을 제대로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곽 작가님의 의견 잘 봤습니다전공비전공 부분은 저희도 감안을 했던 부분입니다그런데 우리는 역사에 방점을 찍고역사서를 출간할 생각이거든요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다지만 핵심은 역사거든요트레킹이나 아웃도어는 그저 부수적인 영역이고요트레킹을 무시할 수 없으시다면 우리가 애초 기획한 포지셔닝과 어긋나네요책 분류 자체도 달라져서 무척 애매해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결론은 내 원고로 책을 출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내가 너무 겸손을 떨었던 것일까그냥 덥석 잡았을 걸치고 나갈 때는 확 치고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난 겸손을 떨다가 김칫국만 제대로 들이켰던 것이다.









● 내 원고의 포지션은 반반 치킨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그렇다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그동안 더 많은 자료를 검토했고더 많은 코스를 탐방했다좋은 역사 해설을 위해서 책을 열심히 읽었고더 순조로운 트레킹을 위해 열심히 코스 답사를 다녔다김칫국을 들이켰을 때나 지금이나 내 포지셔닝은 반반치킨이다역사 반트레킹 반출간 제의를 했던 그 편집자 입장에서는 내 원고는 아직도 포지셔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일 것이다.


어쩌면 그때 책을 출간하지 않았던 것이 더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 원고는 부족해 보인다비역사 전공자의 한계가 고스란히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눈 비비며 작성했던 내 노력의 결정체가 다시 또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원고를 변경하기로 했다.  그럼 역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인가아니다오히려 역사의 비중은 그대로 두거나 줄이고 에세이적인 면을 더 보강하려고 한다


트레킹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해당 탐방지의 역사적인 면과 결합시켜 글로 풀어낼 생각이다반반치킨에 에세이라는 양념소스를 제대로 버무리려한다그래서 제목도 <트레킹은 생각창고>아니던가!


비전공자의 역사다루기라는 ‘잘 안 받아주는’ 포지션보다 역사적인 길을 걷다 느낀 단상들을 에세이로 풀어내는 게 더 그나마 ‘잘 받아' 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편집자도 비전공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피상적인 역사 원고를 ‘오케이’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거대한 장르라면 비전공자도 그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역사 글빨’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앉아서 하는 트레킹?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은 트레킹을 통해 자신의 두 발로 서울의 명소들을 탐방하는 아웃도어 프로그램이다이 책은 그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의 기록들과 함께 필자가 트레킹을 행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하였다그래서 역사아웃도어에세이가 결합된 짬뽕된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누구는 이런 결과물에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정체성이 없다고근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하지만 요즘같이 최첨단 초결합시대에 도서항목 분류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고를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시대가 변했다독자도 변했고.


독자여러분들은 필자와 함께 서울구경을 하실 것이다간간이 경기도구경도 하신다이제 필자와 함께 앉아서 하는 트레킹을 행하실 것이다.


자 함께 같이 떠나볼까요신발 끈 단단히 묶으셨나요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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