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여차해서 2019년 상반기가 종료됐다. 올 상반기는 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작년 겨울에 세웠던 일정들이 생각만큼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지금 왼쪽 무릎과 종아리쪽에 이상이 생겨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당분간 물리치료를 해야할 판이다.

예상했던 것에서 어긋나고 막판에는 병원 신세까지!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거 같다.

커뮤니티 문제도 그렇다. 무슨 커뮤니티 하나 만드는데 그렇게 까다롭던지... 이건 첨언을 해야겠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리니까.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계속했지만 나는 트레킹 강사다. 역사트레킹 강사. 단순히 리딩만하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를 찍어서 그곳에서 해설도 한다. 그래서 내 강의가 인기가 좀 많았다. 그래 좀 잘난체 좀 했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트레킹의 주 소비층은 50~60세대들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 기반을 두고 강의를 했다. 50플러스센터는 명칭에도 나와있듯이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중년층 세대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5060세대들과의 만남이 간절히 필요했던 나로서는 당연히 그곳에 노크를 했던 것이다.

50플러스센터는 한 곳만 있지 않고 여러곳이 있다. 나는 집과 가까운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주로 강의를 했었다. 그외에도 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노원50플러스센터에서도 강의를 했다.

지난 2년 정도를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정식 강의를 행했는데 앞으로 정식 강의는 어려울 거라는 전언을 통보받았다. 트레킹 강의를 못한다는 건 수강생들한테도 나한테도 참기 힘든 일이었다. 트레킹으로 얻는 효용은 생각보다도 더 컸던 것이다. 사실 내가 코스를 진짜 좋은 곳들만 갔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대안으로 커뮤니티가 제시됐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동아리다. 트레킹 동아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건 좋았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으니까. 하지만 만들기까지가 예상외로 까다로웠다. 다른 여타 커뮤니티는 잘도 만들어지는데 우리 커뮤니티만 계속 진도를 못나가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커뮤니티명은 내 강의명과 동일하다.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만드는 건 어려웠지만 그래도 한 번 만들어지면 다음은 일사천리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 나만의 착각!

정식 강의는 접수 10분 만에 마감을 친 적이 있을 정도로 내 강의는 인기가 많았다. 내가 좀 노력을 했었다. 좀 더 입소문을 타게, 좀 더 많은 이들이 오게... 그렇게하려고 답사도 많이 다녔고, 현장해설을 위한 자료 준비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체제로 넘어오니 마감은커녕 최소인원 달성도 안 되는 강의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폐강! -_-

정식 강의와 커뮤니티 강의는 외형적으로는 99% 동일하다. 다를게 거의 없다. 하지만 정식 강의는 50플러스센터의 인프라를 타고 널리널리 홍보가 된다. 그러니 인기가 좋은 강의는 하루만에 마감이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커뮤니티 강의는 말그대로 동아리에 소속된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니 호응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런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폐강

내가 런칭한 강의는 거의 다 하루만에 마감을시켰다. 가장 길게 간 것이 72시간 마감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시작 10분 만에 마감시킨 것도 있었다.

그랬던 내 강의가 계속 폐강을 때리니... ㅋ 예상하지 못한 폐강에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또한 폐강이 되니 일정도 무척 꼬였다. 순서지가 아주 어그러졌다고 해야 하나. 스텝이 완전 꼬여버린 것이다.

솔직히 승승장구하다가 무언가 확 꺾인 느낌이다.

1. 더이상 정식 강의는 없다.
2. 대안으로 커뮤니티 강의를 개설할 수는 있었지만 계속 '폐강'을 찍었다.
3. 앞으로도 폐강을 찍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상반기 시즌이 끝나고, 이제 트레킹 비수기 시즌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이런 엇박자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가을단풍트레킹 시즌이 오면 커뮤니티 강의도 마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제 강의가 짤릴지 모르는... 그런 불안감을 항상 달고 살아야 하는게 이 바닥의 생리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성수기와 비수기가 너무나 명확히 갈리는 이 트레킹 바닥의 구조상의 한계를 내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다는 점도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뭐 투잡하면 되겠지만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일정도 꼬여버리고 다리도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터라 좀 답답하다. 항상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여 내 자신이 미워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것도 팔자가 아니겠는가.

사실 트레킹 강사로 밥 벌어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프리랜서 바닥에서 월 300만원 이상 버는 프리랜서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 갈리는데 더하면 더했지!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다리 치료에 만전을 기할 셈이다. 또한 다가올 가을트레킹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게 해야지. 가을 금방올거다. 올 가을트레킹은 정말 재밌게 해 볼 셈이다.


지금이야 폐강이지만 가을트레킹 때에는 조기 마감이다~!!!


ps. 투잡 준비중입니다. 웹소설이요.





















다이어리 첫 장에 2019년 목표를 적어놓았다. 남들처럼 연초에 결심하는 뻔한 것들을
기술하였다. 어차피 그렇게 정한 목표들이 성공할 거라고 기술한 건 아니었다. 작심삼일은
둘째치고, 해당 목표들이 성공 / 실패로 딱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 불교, 생태에 관심 갖기
2. 독서 많이하기

뭐 이런 목표들을 성공 / 실패 틀거리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난 계속 불교와 생태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한 시간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불교와 생태에 대한 나의 내공이 확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패를 하지 않았지만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독서도 그렇다. 책을 계속 읽고 있기는 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실패를 하지 않았지만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런데 올해 확실히 한 가지 성공한 목표가 있다. 이제 상반기가 지났을 뿐인데...

3. 트레킹 코스 60개 이상 확정하기

정확히는 2019년 7월 3일 현재 58개이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정을 앞둔 예비 코스가 3개이니 목표 성공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트레킹으로 밥을 먹고 사는 나에게 트레킹 코스는 생명줄과도 같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코스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뭐 그까이거 지도보면 다 나오는 거 코스 하나 짜는 게 뭐가 어렵다고 징징대고 있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까이거 대충~' 하기에는 코스 만들기라는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나 혼자 행하는 트레킹이라면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 하지만 난 수강생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대중트레킹 강사다. 대중트레킹을 행하는 만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코스를 기획해야 한다. 

* 역사유적이 있어야 한다.
* 화장실이 최소 2개 이상되야 한다. 
* 숲길이 적어도 50%이상 되어야 한다. 
* 스토리텔링이 있는 코스여야 한다. 
* 전망대가 있으면 좋다.
* 팔각정 같은 시설이 있으면 좋다. 우천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계절적 특성에 맞는 코스가 좋다. 갈대가 있는 구간은 가을, 봄꽃이 피는 구간은 봄에 배치한다.
* 너무 완경사로만 다니면 지루할 수 있다. 적절한 높낮이가 있어야 한다.

혼자 다닌다면야 이런거 저런거 다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킹으로 밥을 먹고 살려면 이런거 저런거 다 고려해야 한다. 그게 수강생들이 내게 바라는 점이다. 

하여간 요즘 트레킹 코스를 짜기 위해서 열심히 발걸음을 분주히 옮겨댔다. 10km 짜리 코스를 만들기 위해 100km를 탐방한 적도 있었다. 

실외강의(트레킹) - 답사 - 자료정리 -실외강의 - 답사 - 자료정리- (가끔) 실내강의 - 답사







계속 이렇게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좀 탈이 났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하다보니 몸살이 제대로
걸린 것이다. 뭐 일하다보면 몸살도 걸리고 약도 먹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몸살을 걸리면서까지 움직였더니 2019년 목표 중에 한가지를 조기 달성하게 된 것이다. 

* 트레킹 코스 60개 이상 확정하기!!!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다니! 내일은 내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 맛난 거라도 하나 사 먹어야지.

목표가 조기에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난 앞으로도 계속 답사를 다녀야 한다. 

* 트레킹 코스 75개 이상 확정하기!!!

목표를 상향했기 때문이다. 올 해까지는 힘들고, 내년 2020년까지 달성할 생각이다. 시간적 여유는 있으나 좀 만만치 않은 구간을 탐방해야 한다. 몸살약을 달고 살아야 하나? 조절 좀 하면서 다닐란다. 

트레킹 강사가 체력이 저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아! ^^;
 















더운 요즘입니다. 수박 한 덩이가 간절하게 그리운 계절이네요.


휴가철이라 많은 분들이 피서를 떠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휴가를 못 떠납니다.


명색이 역사트레킹 마스터고, 여행작가이기도 한데... -_-


하지만 며칠 전에 저에게 시원한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역사트레킹을 행하게 된 것입니다.


정식으로 런칭을 했고, 모집 공지도 문화센터 홈페지에 정식으로 올라왔더군요.


한겨레문화센터는 제가 수강생 입장으로 방문을 했던 곳인데... 이제 저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강사 타이틀을 얻게 됐네요.





 

* 한겨레문화센터: 역사트레킹 패키지. 이번 가을 학기에는 총 5회 실시한다. 패키지를 구매하면 10%를 할인 받는다.









물론 저는 다른 문화센터에서도 역사트레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문화센터는 인지도 면에서나 영향력에서나 다른 문화센터보다는 좀 남다르잖아요.


그래서인지 한겨레문화센터에 역사트레킹이 런칭된 것이 정말 감격스럽더군요!


런칭이 확정됐을 때는 좀 울컼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삼 시 새끼를 빵 뜯어 먹으며 답사다녔던 기억들, 당사자는 무심코 내뱉었지만 내게는 비수가 되었던 이야기들,


지독하게 내렸던 빗줄기 때문에 어느 마을회관 처마에서 오도가도 못했던 그 때, 그때 내 얼굴에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그 때의 기억들...


다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만 기어이 그런 기억들이 제 눈 앞에 떠오르더군요.









* 인왕산 역사트레킹:  이번 가을 학기의 첫번째 스타트는 인왕산 역사트레킹이 끊는다. 9월 24일에 실시된다.








세상 참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제가 문화센터에서 강연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지요. 정말 세상일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역사트레킹을 해왔으니까요. 대신 자만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더 열심히 길을 걷고, 자료를 더 많이 습득해야겠습니다.


또한 열심히 아재 개그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참가자들이 은근히 아재 개그를 좋아하거든요... ㅋ



클릭 ---> 역사트레킹         










역사트레킹 관련 글 썼다 강사되고, 펀딩도 하게 됐네!


오마이뉴스에 쓴 역사트레킹 기사 덕분에 생긴 일들


16.04.08 15:01 최종 업데이트 16.04.08 15:01

곽동운(artpunk)             








 
▲ 서강 강원도 영월에 있는 서강에서 찍은 필자의 사진. 트레킹을 하며 전국에 있는 명소를 다니다보니, 저런 멋진 풍광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영월강변 트레킹을 실시할 때 찍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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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에 말씀 드렸죠. 펠리페 2세 시기에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가지고 있었다고요. 그 스페인 무적함대가 임진왜란이 있기 4년 전인, 1588년에 영국의 드레이크 함대에 의해 칼레에서 대파를 당합니다. 칼레는 도버해협 중에서 도버 반대편에 있던 프랑스 땅이랍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을 한 후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뗐습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수군이랑 당시 무적함대랑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닮은 점은 둘 다 수군이면서, 한편으로는 강력한 지상군이었다는 점입니다. 둘 다 래밍(ramming, 상대방 배에 부딪히기)과 보딩(boarding, 상대방 배에 올라타기) 전법을 썼는데 그렇게 했다가 둘 다 크게 패했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이 말을 끝낸 후 저는 몸을 틀어서 참가자들이 제 옆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른팔로 대포를 쏘는 시늉을 했습니다.


'빵빵빵'


"당시 판옥선은 제자리 선회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현에서 대포를 쏜 다음에 바로 뱃머리를 돌려서 좌현에 있는 대포가 불을 뿜었습니다."


'빵빵빵'


그 말대로 저는 제자리에서 몸을 돌렸고, 이번에는 왼쪽팔로 대포를 쏘는 시늉을 했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 수군의 주력함인 세키부네는 속도를 빨랐을지 몰라도 선회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이 설명을 할 때는 판옥선 때와는 달리 작은 원을 그리며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조일전쟁 당시 판옥선의 특성을 일본군의 주력 함정과 비교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제 몸을 설명 도구로 썼던 셈이지요. 이때 참가자 중에 한 분이 '아~'라는 외침을 내뱉더군요. 어떤 참가자는 고개를 끄떡이며 응답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온몸으로 표현해서 그랬던가요? 제 설명이 영 '꽝'은 아니었나 봅니다.






 
▲ 서울성곽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 성곽이 곡선을 그리고 있어, 그 멋을 더하고 있다. 인왕산 역사트레킹을 실시할 때 찍은 사진.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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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트레킹과 글쓰기, 내가 할 줄 아는 두 가지


지난 3월 23일. 저는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문경새재에 서 있었습니다.


"준비는 하긴 했는데 버벅대면 어떡하냐. 한 열댓 명은 커버가 되는데 30명은 솔직히 좀 버겁네. 핀 마이크도 써야 되고..."


당시 저는 모 기관에서 개최하는 '힐링 트레킹'에 강사로 초빙됐습니다. 제 역할은 30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을 리딩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문경새재와 관련된 역사적인 스토리텔링을 설명하는 역할도 부여받았습니다. 그냥 걷기만 한다면 굳이 저를 강사로 초빙할 이유는 없었겠지요. 우리나라에 트레킹 강사들은 많이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저는 문경새재 역사트레킹을 리딩하는 강사였습니다. 


저는 '역사트레킹 마스터'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유일하게 저 직함을 쓰고 있을 겁니다. 딱히 시비 거는 사람도 없으니 계속 저 직함을 쓸 생각이지요.


역사트레킹은 제가 할 줄 아는, 아니 할 수 있는 단 두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저도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움켜쥐려는 습성을 보이더군요. 그렇게 움켜쥐었던 게 역사트레킹과 글쓰기였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모래알 빠지듯이 다 빠져나가고 저 두 가지만 남아있더군요.





 
▲ 꽃길걷기 서울내부트레킹에 참가한 분들을 찍은 사진이다. 이 구간은 버티고개인데 꽃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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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쓴 글 덕택에 트레킹 강사가 되다


역사트레킹은 주로 서울에서 행했습니다. 열 명 남짓 되는 인원을 모아서 함께 떠났지요. 참가비가 있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가비는 명목상으로 받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항상 운영비는 마이너스였지요. 그래서 제 사비를 턴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제가 멍청한 걸까요? 그렇게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짓을 저는 왜 했을까요? 재밌어서 그랬습니다. 참가자들에게 해당 코스의 역사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재밌었고, 사람들과 이것저것 세상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트레킹을 진행하다 보면 에피소드들도 생기고, 아이디어도 얻게 됩니다. 글감이 생기는 것이죠. 역사트레킹을 할 때만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담아 <오마이뉴스>에 풀어냈습니다. 그나마 글쓰기도 할 줄 아는 것 중에 하나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글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가며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작성을 했습니다. 사진도 예쁜 것만 추리고 추렸지요. 역사트레킹 기사를 작성할 때도 참 행복했습니다. 진행했을 때의 사진을 보면서 미소를 짓곤 했었죠.


그렇게 나름대로 공을 들여서 그랬는지 역사트레킹 관련 기사들은 그런대로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사이드에 실린 것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몇몇 기사들은 메인탑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기사들은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실리기까지 했지요. 그 기사를 보고 어떤 여자분이 트레킹에 참여하고 싶다며, 제 블로그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기사를 썼다가 생판 모르는 여자분의 '전번을 땄던' 셈이죠.







 
▲ 문경새재 문경새재 제1관인 주흘관.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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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에 실리든 사이드에 실리든, 그렇게 저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차곡차곡 결과물이 쌓이게 된 것이죠. 그 결과물을 보고 모 기관에서 연락을 했던 겁니다. 트레킹 강사로 나서달라고, 트레킹을 하면서 역사 지식을 설명해달라고, 강사료는 챙겨줄 테니 걱정 말라고...


아무리 역사트레킹이 할 줄 아는 것 중에 하나라지만 그래도 '강사님'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 앞에 서니 좀 떨렸습니다. 더군다나 30명 정도 되는 인원을 리딩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어떻게 됐을까요? 제 첫 강사 데뷔 무대는 성공했을까요? 성공까지는 모르겠는데 망치지는 않았습니다. 버벅대기는 했지만 준비했던 걸 거의 다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온몸을 설명도구로 썼던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된 듯했습니다. 반응이 괜찮았으니까요. 문경새재 코스가 걷기에 편해서 참가자들의 부담이 덜했던 것도 제게는 이점이었습니다. 사전답사를 하고, 어느 지점에서 무슨 설명을 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던 것도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 스토리펀딩 스토리펀딩에서 역사트레킹을 주제로 모금을 하고 있다. 역사트레킹의 부제는 길 위의 인문학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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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트레킹 펀딩


저는 얼마 전부터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역시 역사트레킹입니다. 역사트레킹펀딩도 오마이뉴스에 쌓아둔 결과물이 아니었으면 진행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요즘 아무리 펀딩이 흔하다고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모금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 결과물이 있어야지 펀딩 기획서도 통과될 수 있잖아요. 기획서가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바로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다가 강사도 되고, 펀딩도 하게 됐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딱 두 가지를 가지고 오마이뉴스에 적용시켰더니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변화들이 제게는 큰 활력소로 다가오네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오마이뉴스에 글을 쓸 생각입니다. 메인에 실리든 사이드에 실리든 계속 쓸 생각입니다. 그렇게 쓰다보면 결과물이 계속 축적되겠지요. 그런 결과물로 인해 흥미로운 변화들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 남태령 망루: 참가자와 함께 포즈 취하기!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artpunk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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