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 템플스테이 발우 공양 문화를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⑨] 태백산 2편

13.01.02 08:35l최종 업데이트 13.01.02 08:35l

 

 

 

 

 

 

▲ 태백산캠핑장 일명 당골캠핑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바라보는 태백산의 전경이 일품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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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태백산캠핑장에서 3일을 머물렀다. 이번편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다.


# 물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는 태백산 캠핑장

"야영비 받으러 왔습니다."

태백산 산신령님이 달콤한 잠을 내려 단잠에 빠져 있는데, 아침부터 누가 돈 타령을 하고 있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일 받으러 와요."
"..."

나는 당골매표소 아래쪽에 위치한 태백산캠핑장(일명 당골야영장)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당시가 장마철이라서 그랬는지 캠핑장에는 야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화장실 문을 잠가 놓고 샤워를 했다. 원래는 캠핑장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놈의 돈이 원수지!

필자가 보기에 태백산 캠핑장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내부는 숲이 둘러싸고 있고, 외부는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말 그대로 숲 속에서 캠핑을 하는 식이었다. 또 캠핑장 옆으로 당골천이 흐르고 있어, 밤에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잠자리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작은 소음에도 잠을 뒤척일 수 있지만 태백산 캠핑장은 당골천이 소음을 중화시키기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취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밤에 산 새 소리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는 캠핑장이라면, 정말 좋은 캠핑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갈수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태백산 베이스캠프 저렇게 태백산캠핑장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참 단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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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텐트 내 텐트와 비교하면 저 텐트는 궁궐 같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저런 멋진 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

 

 

 

 

 


그렇게 좋은 태백산 캠핑장에서 필자는 3일을 머물렀다. 하지만 돈 한푼 안냈다. 처음 수금하러 온 이후에는 징수원들이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규칙을 위반하고,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는 등 민폐를 끼쳤다고 필자에게 손가락질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필자는 민폐를 끼쳤으면 그만큼의 값을 한다.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했고, 캠핑장 식수대를 말끔히 치웠다.

어느 캠핑장을 가나 식수대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퇴수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찌꺼기들을 손으로 직접 다 끄집어내, 퇴수가 잘 되도록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골든보이 캠핑장에 가면 색다른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다. '골든보이' 이 친구도 태백산캠핑장에서 만났다. 그는 3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 일대를 여행했다고 한다. 3개월 동안 강원도를 돌아다닌 터라 그의 허벅지는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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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에 템플스테이 식문화를 이식시키자


한편 그 음식물 찌꺼기는 필자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음식물을 왜 남기는가? 넉넉히 먹고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캠퍼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숨 가쁜 도시생활을 벗어나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캠핑에서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필자는 답답함부터 느낀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 주말 섹션에 겨울캠핑과 관련하여 전기장판에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됐다. 필자는 그 기사를 보고 혀를 찼다.

'과연 이 엄동설한에 뭐 하러 전기장판까지 준비해서 캠핑에 나서는가? 전기 꼽을 곳은 있나? 그렇게 갖출 거 다 갖추고 싶으면, 동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는 게 최고일 텐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캠핑시장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그런가?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캠퍼들이 기본적인 캠핑 매너도 안 지키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캠핑장을 애용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캠핑장 사용을 매우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먹고, 마시자, 죽자'라는 캠퍼들의 소음에 새벽까지 잠을 설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캠핑장 필자가 손으로 음식물 찌꺼기를 끄집어 낸 식수대. 그 뒤로 필자가 몰래 샤워를 한 화장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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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최첨단 장비에 걸맞게 캠핑문화도 최첨단으로 향상 시킬 때가 됐다. 성숙한 캠핑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할 때가 됐다. 이제 캠핑장에서는 좀 덜 먹고, 덜 마시는 분위기가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식문화와 정숙함이 전국 캠핑장에 만발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급진적인 생각인가?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 캠핑장에서 수금 징수원을 가장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이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대규모 캠핑장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기에 사기꾼들의 좋은 활동처가 되곤 한다. 그들은 캠핑장 직원과 동일한 복장과 동일한 영수증 용지를 들고 다니며 캠퍼들을 현혹시킨다. 그런 사기에 넘어간 캠퍼들은 사기꾼과 정식 수금요원에게 두 번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캠핑의 낭만은 사라지고 불쾌지수만 높아질 것이다.

 

 

 
▲ 백캠핑 대형오토 캠핑도 좋지만 요즘은 호젓하게 백캠핑을 하는 캠퍼들도 많이 늘어났다. 백캠핑은 배낭에다 캠핑장비를 짊어 지고 다니며, 캠핑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백캠핑의 관건은 짐의 경량화에 달려 있다. 필자가 행한 캠핑도 백캠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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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비를 받아서 얼마나 남겠냐고, 의문을 표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텐트의 경우는 통상 2만 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한다. 그런 텐트가 10동 이상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한 시간도 안 되서 사기꾼들은 수십 만원을 챙길 수가 있는 셈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캠퍼 자신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본다.


1. 영수증을 꼭 확인한다.
2. 징수원의 직원증을 확인한다.
3. 쓰레기봉투를 요청한다.

2번 직원증 확인의 경우는 쉽지 않다. 수금요원이 직원증이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사전에 캠핑장 관리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전화를 걸어 수금 요원의 신분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요즘은 웬만한 대형캠핑장은 사용료를 지불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발행한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니, 쓰레기봉투 지급여부도 잘 확인을 해보면 가짜 징수원들의 사기 행각의 덫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캠핑장 요금도 안 내고 도망간 주제에 말이 많다고, 아직도 필자를 질책할 분이 있을지 모른다. 여행이 다 그런 거지 뭐. 여행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그리고 캠핑장 팁도 알려드렸으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캠핑 적기에 맞춰 이런 팁을 알려드렸어야 하는데 엄동설한에 이런 글을 쓰니, 필자도 그게 참 아쉽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8편] 태백산 주목, 혹시 당신이 산신령?

태백산여행기 1편

 

 

12.12.31 20:23l최종 업데이트 12.12.31 20:23l

 

 

 

 

▲ 태백산 주목 죽은 것 중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있을까? 죽으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흉하게 썩고 만다.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나무는 껍질이 썩어들어가 종국에는 흰개미가 득실거리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썩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주목은 다르다. 오히려 죽어서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 같다. 죽어서 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 같다. 생(生)과 사(死)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태백산 주목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든다. '혹시 태백산의 진짜 산신령은 주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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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은 언제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할까?

지난 7월 5일, 울릉도에서 다시 육지로 돌아온 나는 '태백산 산신령'을 만나러 강원도 태백시로 향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개천절이면 산 정상부에 있는 천제단에서 단군을 위해 제례를 들이는 곳. 예로부터 계룡산과 더불어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곳.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로 북악(北嶽)이라 불렸던 곳. 이렇듯 태백산(1567m)은 예로부터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축적되어 온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태백산이,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공원 '품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뻘인 소백산(1440m)도 국립공원인데 태백산이 아직도 도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의문을 표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국립공원 지정은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교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해관계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다. 군립공원보다는 도립공원이, 도립공원보다는 국립공원이 더 많은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 망경사 용정 당골매표소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오르다보면 8부 능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망경사 옆쪽으는 '용정'이라는 시원한 샘물이 있다. 한편 사진 오른쪽에 있는 가부좌를 튼 보살상이 이채롭다. 용정에서 조금만 더 오르다보면, 단종 임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단종비각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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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은 국립공원, 태백산은 도립공원 


지난 12월 27일에 지정된 21번째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국립공원이 지정된 해는 1988년이다. 그해, 변산반도와 월출산이 지정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1967년에 지정됐고 20호인 월출산이 1988년에 지정됐으니, 21년 만에 무려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24년 동안 새로운 국립공원 지정이 전무했던 것은 시대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권하에서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서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항쟁 이후로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그 수위가 높아졌을 거라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12월 27일에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의 경우는 참 반가운 사례다. 서울의 북한산과 더불어 무등산은 광주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순번 대기를 하고 있는 국립공원 후보군들이 재산권 제약이라는 난관을 뚫고 '국립공원 클럽'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무등산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번호표를 뽑고 '국립공원 클럽' 앞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몇 명 보인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녀석'은 단연 태백산이다. 도대체 언제쯤 태백산은 국립공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 태백산 주목 이 사진을 보니 비룡이 용솟음 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장면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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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서도 아름다운 태백산 주목
 


태백산은 태백시내에서 약 5~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강원도에 있는 다른 큰 산들에 비해 접근성이 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태백시내에서  도립공원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

태백산의 등산로는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매표소 입구에서 부지런히 걸으면 정상까지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당골매표소-반재-망경사-단종비각-천제단 코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산을 할 때면 그 반대편인 유일사매표사 코스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 코스도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태백산 산 정상부는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그 능선길 양 옆으로는 장구한 세월을 올곧게 서 있는 주목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단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목의 고사목들이다.

주목은 색깔이 붉다고 하여 적목(赤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고산 식물이다. 그래서 백두대간 고산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주목은 가장 오래 사는 식물들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또 주목은 한약재로 쓰이는 좋은 나무라고 한다. 주목이 약재에 좋은 나무라는 것이 잘 알려져서 그런지, 알게 모르게 많이 벌목이 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소백산 정상에 있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 태백산 주목 이 주목은 큰 수사슴의 뿔처럼 여겨진다. 이 기사가 발행되는 시점이 한겨울이라 태백산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주목 사진이 더 시의성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 2013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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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이 오래 살고, 약재에도 좋다고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죽은 주목'만이 눈에 뛸 뿐이었다. 왜? 주목의 고사목처럼 죽어서 아름다운 나무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주목의 올 곧은 자태는 태백산의 정기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등산 중에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린 적이 있다. 필자가 힘이 센 '슈퍼맨 나무꾼'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두께가 얇은 나무는 죽으면 쉽게 쓰러진다. 그 쓰러질 타이밍에 필자가 손을 댔던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우쭐해 하며 내 힘 자랑을 떠벌렸다. 산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 나를 진짜 슈퍼맨으로 알겠지만 노련한 등산가들은 필자를 허풍쟁이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렇듯 죽은 나무는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제 본 모습을 잃고 흉하게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죽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정상에 서 있는 주목 고사목들은 기품이 있었다.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은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주목의 자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죽어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있구나! 혹시 태백산 산신령이 있다면 이 주목들이 아닐까?'

 

 



▲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은 태고적부터 우리조상들이 신성시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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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그런 신성스러운 공간에 필자가 올랐다. 자전거는 저 산 아래 태백산캠핑장에 주차시켜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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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의 산신령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태백산은 우리민간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속설에 의하면 태백산이 내뿜는 기가 매우 강렬하여 무속인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샛길로 빠졌는데, 그 곳에서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치장한 나무 성황단을 만나게 됐다. 그곳은 그나마 있던 샛길도 끝나는 후미진 곳에 있던 나무 성황단이었다.

아무래도 태백산 산신령을 모시기 위한 제단처럼 여겨졌다. 제단이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지트와 같은 곳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제단에는 지폐 몇 장과 동전이 쌓여 있었다. 싹 쓸어 담으면 한 2만 원 돈 이상이 되는 듯했다.

 



▲ 나무 성황단 태백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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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님한테는 죄송한데, 저걸 가져다 여행 경비로 써? 어차피 지폐는 비 맞고 하면 훼손 되잖아. 이참에 한 번 조폐공

사에서 감사패 한 번 받아봐?'

그 순간 갑자기 푸드득 거리며 내 앞으로 새가 한 마리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난 좀 놀랐다. 아무래도 그 짓을 하지 말라는 '산신령의 계시'인 것 같았다. 뒤가 밟혔던 나는 돈은 그대로 두고, 제단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을 말끔히 치웠다. 그리고는 생수 하나를 개봉하여 정화수로 올렸다. 괜히 제단에 있는 재물을 탐했다가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하긴 앞으로도 수많은 '백두대간 산신령'들을 만나뵐 텐데 괜히 거기서 밑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태백산은 참 복받은 산 등산 중에 배수로 작업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도립공원 직원이 아니었다. 그냥 자진해서 등산로 배수로 작업을 하시고 계셨다. 그냥 태백산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작업을 하신다고 했다. 극구 사진 찍는 걸 원하지 않으셨지만 난 살짝 '몰카'를 찍었다. 그러고보면 태백산은 참 복 받은 산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분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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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주목: 죽은 것 중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있을까? 죽으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흉하게 썩고 만다.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나무는 껍질이 썩어들어가 종국에는 흰개미가 득실거리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썩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주목은 다르다. 오히려 죽어서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 같다. 죽어서 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 같다. 생(生)과 사(死)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태백산 주목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든다. '혹시 태백산의 진짜 산신령은 주목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사진을 보니 비룡이 용솟음 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장면이 연상된다.

 

 

 

 

 

 

# 태백산과 주목

 

태백산은 태백시내에서 약 5~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강원도에 있는 다른 큰 산들에 비해 접근성이 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태백시내에서  도립공원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

 

태백산의 등산로는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매표소 입구에서 부지런히 걸으면 정상까지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당골매표소-반재-망경사-단종비각-천제단 코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산을 할 때면 그 반대편인 유일사매표사 코스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 코스도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태백산 산 정상부는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그 능선길 양 옆으로는 장구한 세월을 올곧게 서 있는 주목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단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목의 고사목들이다.

 

주목은 색깔이 붉다고 하여 적목(赤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고산 식물이다. 그래서 백두대간 고산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주목은 가장 오래 사는 식물들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또 주목은 한약재로 쓰이는 좋은 나무라고 한다. 주목이 약재에 좋은 나무라는 것이 잘 알려져서 그런지, 알게 모르게 많이 벌목이 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소백산 정상에 있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죽어서도 아름다운 태백산 주목

 

주목이 오래 살고, 약재에도 좋다고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죽은 주목'만이 눈에 뛸 뿐이었다. 왜? 주목의 고사목처럼 죽어서 아름다운 나무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주목의 올 곧은 자태는 태백산의 정기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등산 중에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린 적이 있다. 필자가 힘이 센 '슈퍼맨 나무꾼'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두께가 얇은 나무는 죽으면 쉽게 쓰러진다. 그 쓰러질 타이밍에 필자가 손을 댔던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우쭐해 하며 내 힘 자랑을 떠벌렸다. 산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 나를 진짜 슈퍼맨으로 알겠지만 노련한 등산가들은 필자를 허풍쟁이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렇듯 죽은 나무는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제 본 모습을 잃고 흉하게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죽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정상에 서 있는 주목 고사목들은 기품이 있었다.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은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주목의 자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죽어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있구나! 혹시 태백산 산신령이 있다면 이 주목들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주목은 큰 수사슴의 뿔처럼 여겨진다. 이 기사가 발행되는 시점이 한겨울이라 태백산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주목 사진이 더 시의성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 2013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로 좋을 것 같다.

 

 

 

▲ 망경사 용정: 당골매표소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오르다보면 8부 능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망경사 옆쪽으는 '용정'이라는 시원한 샘물이 있다. 한편 사진 오른쪽에 있는 가부좌를 튼 보살상이 이채롭다. 용정에서 조금만 더 오르다보면, 단종 임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단종비각에 닿을 수 있다.

 


 

 

 

# 태백산의 산신령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태백산은 우리민간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속설에 의하면 태백산이 내뿜는 기가 매우 강렬하여 무속인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샛길로 빠졌는데, 그 곳에서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치장한 나무 성황단을 만나게 됐다. 그곳은 그나마 있던 샛길도 끝나는 후미진 곳에 있던 나무 성황단이었다.

아무래도 태백산 산신령을 모시기 위한 제단처럼 여겨졌다. 제단이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지트와 같은 곳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제단에는 지폐 몇 장과 동전이 쌓여 있었다. 싹 쓸어 담으면 한 2만 원 돈 이상이 되는 듯했다.

 

 

'산신령님한테는 죄송한데, 저걸 가져다 여행 경비로 써? 어차피 지폐는 비 맞고 하면 훼손 되잖아. 이참에 한 번 조폐공사에서 감사패 한 번 받아봐?'

 

그 순간 갑자기 푸드득 거리며 내 앞으로 새가 한 마리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난 좀 놀랐다. 아무래도 그 짓을 하지 말라는 '산신령의 계시'인 것 같았다. 뒤가 밟혔던 나는 돈은 그대로 두고, 제단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을 말끔히 치웠다. 그리고는 생수 하나를 개봉하여 정화수로 올렸다. 괜히 제단에 있는 재물을 탐했다가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하긴 앞으로도 수많은 '백두대간 산신령'들을 만나뵐 텐데 괜히 거기서 밑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태백산: 그런 신성스러운 공간에 필자가 올랐다. 자전거는 저 산 아래 태백산캠핑장에 주차시켜 놓고.

 

 

 

 

▲ 나무 성황단: 태백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단종비각: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사사를 당한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고 한다.

 

 

 

 

* 태백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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