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시 기포리: 마을회관 앞에서 느긋하게 텐트치고 잤는데 한 밤중 폭우가 쏟아져 수해를 겪었다.

그래서 빨래 말리듯 마을회관 난간에 젖은 옷가지와 물품들을 말렸다. 2011년 7월 27일에 찍은 사진이다.

 

 

 

 

모기장에 방수포를 씌운 새로운 보금자리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북 익산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어섰다. 마침 여름시즌 상품을 할인세일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그렇죠 뭐."
"그럼 이 제품 한 번 보세요. 가격도 저렴한데다 캠핑용품으로 유명한 OOOO사 제품이에요. 신제품이고요."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가격이...?"
"여름 시즌 특별할인 행사를 해서 20만 원이랍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나는 돌아섰다. 탐나는 제품이었지만 20만 원이라는 돈은 나에게 큰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20만 원이면 내가 2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돈인데...'

하지만 망가진 텐트로는 여행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수가 필요했다.

'푸하핫!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전북 전주에 도착한 나는 그 길로 'O마트'에 가서 모기장텐트를 구매했다. 모기장 텐트에 방수포를 씌워 사용할 생각이었다. 방수포는 폴대가 부러진 그 텐트에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2만 원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탄생했다.

'모기장 텐트는 비가 오면 쥐약이니까 일기예보를 더 잘 들어야겠군. 그리고 웬만하면 팔각정 같은 곳에다 텐트를 치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거야!'

방수포는 모기장텐트에 맞춰 딱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랫부분 10cm 정도가 채워지지 않았는데 그 부분은 취약지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물망 너머에 각종 벌레들이 들러붙어 있었고, 노상에 덕지덕지 깔린 껌딱지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 그 비타민 냄새를 맡을 수밖에….

 

 

 

* 충남 홍성 만해기념관: 만해 한용훈 선생 기념관 옆 공원에서 텐를 쳤을 때의 모습. 사진 맨 위쪽  정중앙 부근에 폴대가 부러진 모습이 보인다. 싸구려 텐트를 짊어지고 가야 했던 비애였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도시의 공원에서 야영했을 때는 사람들의 하반신도 관찰되었다. 어느날인가 내 얼굴 바로 앞쪽에 하이힐 신은 여자의 발목이 보여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통풍이 잘되어서 아주 시원했기 때문이었다.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으니 그냥 밖에서 침낭을 덮고 자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을 걸, 괜히 내려앉은 텐트 속에서 허우적거렸네. 하여간 시원하고 좋네. 푸하핫!'

 

새벽의 저주

모기장텐트로 보금자리를 꾸민 나는 마이산이 있는 전북 진안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무엇에 홀렸는지 계속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서 갔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주행을 해야 했다. 이미 시간은 새벽 1시를 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야영지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조급해졌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비가 온다는 예보도 없었다.

'이러다 밤새겠다. 비도 안 온다니까 그냥 텐트 칠 곳이면 그냥 쳐야겠다.'

우여곡절 끝에 어떤 농로길 옆에 텐트 칠 공간은 마련했다. 전북 완주군 부근이었는데, 외곽지역이라 인적이 드물어서 야영을 방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늦었지만 맛있게 저녁을 지어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서산에서 봤던 별보다 더 많은 별들이 촘촘히 밤하늘에 박혀있었다. 장시간 주행으로 몸이 지쳐서 더 그랬을까? 인적이 끊긴 외진 농로길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센티멘털해졌다.

'참 별들이 많아 좋네. 어쨌든 오늘은 단잠을 잘 수 있겠어. 푹 자고 내일은 가뿐하게 달려보는 거야!'

한두 시간 정도 곯아 떨어졌을까, 무언가가 내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뚝, 뚝, 뚝... 잠결이라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었만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그렇다. 비였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폭우였다. 서산에서 맞은 폭우에 못지않은 강력한 비였다. 나는 허둥지둥 거렸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휴대폰이나 디카 같은 전자제품을 챙기는 것이 전부였다. 
 

 

 

 

 

 

* 전북 완주: 전주에서 모기장 텐트를 하나 구입한 후, 그 모기장텐트에 위쪽으로 방수포만 씌어서 여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송송 뚫린 모기장이라 통풍이 잘돼 아주 시원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전북 완주에서 엄청난 물폭탄을 맞았다. 송송 뚫린 모기장이라 물길도 시원스럽게 났다. 그 물길을 보면서 필자는 인생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야 했다.

 

 

 

 

 

조금 지나니 안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단순히 텐트에 빗물이 스미는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누워 있는 침낭 양 옆으로 새롭게 물고가 생겼다. 텐트를 친 곳이 하필이면 기울어져 있어서 농로에 있던 물들이 텐트 안으로 다 들어오는 것이었다. 모기장텐트에 방수포를 씌운 것인데 무엇을 바라겠는가! 나는 그저 양 옆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물줄기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난 이 낯선 동네에서 새벽에 저주를 당하고 있는가? 왜 나는 한 치 앞도 못보고 이 곳에다 텐트를 쳤는가? 왜 나는 스스로의 감에 의해 날씨를 예측하여 이런 낭패를 자초했는가? 왜 인간은 이다지도 어리석은 존재란 말인가?'

폭풍우는 그칠 줄을 몰랐고 천둥번개는 불꽃쇼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그럴수록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은 더욱 더 깊어졌다. 복잡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누구나 다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무섭지도 않고 시간도 잘 간다.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쨍했다. '새벽의 저주'가 풀린 것이다. 그 이후에도 비는 계속 내 곁을 따라다녔다. 특히 지리산 성삼재에서는 '무위파'라는 태풍까지 맞아야 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더 이상의 '새벽의 저주'는 없었다. 한편 그런 재밌는 경험을 했으니 이렇게 캠핑공모전에 응모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쏟아진 토사: 2011년에도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다. 그래서 저렇게 길 위로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명과 차량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저 길을 달리고 있을 때 토사가 쏟아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충남 서산에서 홍성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여행은 계획대로 딱딱 안 맞아 떨어진다. 2011년의 제2차 국토종단자전거여행이 '새벽의 저주'에 의해 몸살을 앓았다면, 2012년에 행한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은 마을사람들과 야생동물들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았었다. 왜 너구리가 텐트에 들어와서 내 귀중한 식량을 뺏어 먹는지! 왜 남의 텐트를 발로 뻥뻥 차는지!

그렇다. 그것이 여행이고, 캠핑이다. 틀에 박힌 도시생활과는 다른 경험들 느끼고 싶다면 캠핑을 떠나보시라고 권해드린다. '새벽의 저주'를 느끼며 인생의 존재론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할 수도 있으니 나름 색다른 경험이 아니겠는가?

 

 

 

 

*** 원래는 8월 14일에 2013년 여름정기 투어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에 생겨서 하루를 미뤄 8월 15일에 떠납니다.

그러고보니 광복절에 여행을 떠나네요!

 

 

 

 

 

 

 

 

 

 

 

 

 

 

 ▲ 청량산 베이스캠프: 낙동강가에 세운 청량산 베이스캠프. 청량산을 병풍 삼고, 낙동강 끌어 안을 수 있었던 최고의 캠핑지였다!

한편 저렇게 정자 아래에 텐트를 치니 밤새 비가 내려도 물난리를 겪을 일이 없었다. 이 사진은 2012년에 행한 백두대간자전거여행 때 찍은 사진이다.

 

 

 

 

* 충남 천안: 2009년, 천안에 있는 풍세천이란 곳에서 캠핑을 했을 때의 모습이다.

장거리 여행이 익숙지가 않아서 그랬는지 모든 것이 어설펐을 때다.

위험천만하게 하천변에 텐트를 쳤을 정도로 어설펐다. 이 풍세천을 따라가면 호두나무 산지로 유명한 광덕산이 나온다.

광덕산 입구에는 천년고찰인 광덕사가 있다.

 

 

 

 

2010년 여름. 필자는 단독으로 L자형 자전거여행을 행하고 있었다. 이동한 지역을 선으로 이어보면 알파벳 L자와 비슷한 형상이 나와서 L자형 여행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짐을 앞·뒤로 주렁주렁 매달고, 한 여름 뙤약볕 속에서 질주를 한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옷은 싹 다 젖었다. 티셔츠는 등짝에 척 붙었고, 팬티까지 흥건했다.
다음은 필자가 추자도와 제주도에서 겪은 이야기들이다. 둘 다 물과 관계된 에피소드들이다.

필자는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을 때가 제일 싫었다. 매일같이 야영지를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캠핑장은 갈 수가 없었다. 물론 이동 경로에 캠핑장이 없기도 했다.

야영지 확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었다. 바로 밥 지을 물과 씻을 물을 확보 하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다보면 온 몸은 땀으로 범벅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씻을 물을 확보하는 것은 먹는 물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전라남도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추자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서해안 노선을 타고 가느라 바다는 언뜻언뜻 바라보았다. 그런데 추자도에 도착할 당시까지 바다에 발 한 번 담그질 못했다. 그게 좀 억울했다. 여름여행이라 수영복도 준비를 해갔는데….

 

 

 

 

* 추자도: L자형 여행 당시 방문했던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 본섬이나 전남지역과는 다른 멋이 있었다. 한편 이곳은 상추자도 지역의 고개마루였는데

어떤 주민 한 분이 아침에 쓰윽 오시더니, 우려섞인 눈빛으로 '전날 잠을 잘 잤냐'고 물으셨다. 귀신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오싹한 말을 하면서...  

 

 

 

 

 

 

[추자도] 몸을 벅벅 긁으면서 잔 이유

여객선에서 내려 자전거로 추자도 일대를 내달렸다. 추자도에 입도하는 날 안개가 짙게 끼어 좀 불안했지만 주행을 하는 데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추자도의 바닷물은 육지 해수욕장에서 보던 바닷물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정말 깨끗했다. 

넋을 잃고 섬 구경을 했다. 그러다 서쪽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추자도 구경 삼매경에 빠지다가 야영지를 잡을 시간을 놓친 것이다. 조바심이 났다. 추자도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는데… 해풍을 맞으며 노숙할 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 해수욕장 근처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씻을 물이 없었다.

수도시설이 있을 줄 알고 일부러 야영지를 해수욕장으로 정했는데… 요즘은 웬만한 해수욕장은 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추자도의 해수욕장은 화장실은커녕 수돗가도 없었다. 왜냐? 추자도는 아직도 제한급수를 할 만큼 급수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도 물 부족에 시달리니 몇 해 전에 빗물을 보관하는 저장시설을 완공했다 한다.

어쩌겠는가? 씻을 물이 없는데. 땀에 찌든 몸으로 그냥 잘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눈앞에는 시원한 바닷물이 출렁거리는데 내 한 몸 씻을 물이 없어, 필자는 그냥 바닷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바닷물에 빠져보자. 페트병에 물이 좀 남아 있으니까 그걸로 몸 좀 닦아내고.'

그래서 그냥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나? 땀으로 범벅 된 몸보다는 바닷물로 범벅된 몸이 낫다는 생각에 그냥 뛰어들었다. 그날 밤 필자는 자다가 벅벅 긁었다. 염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잤더니 자는 내내 너무 가려웠던 것이다. 정말 샤워물이 간절한 밤이었다.

 

 

 

 

* 한옥집과 텐트: 요즘은 한옥 펜션이 많다고 하는데... 저런 펜션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전남 순천에서 2011년에 찍은 사진이다.

 

 

 

 

 

 

 

 

* 수해복구: 싸구려 텐트를 치고 다녔던 터라 비가 오면 항상 물날리를 겪었었다. 그래서 비온 뒤에는 항상 저렇게 수해복구를 해야했다.

2011년에 충남 서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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