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을 만나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11] 경북 봉화 여행기②

13.02.02 09:56l최종 업데이트 13.02.02 09:56l
▲ 청량사 청량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 사찰 한 가운데에는 석탑과 함께 부처님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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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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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하늘다리에서 스릴을 즐기다!

 

다음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는지 늦잠을 잔 것이다. 세면을 하고 난 후에 어제 내가 '물아일체'를 했던 곳을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는 좀 움푹 파인 곳처럼 보였다. 선녀탕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의 틀은 나왔다. 그래서 난 내식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선탕으로.

그런데 신선탕 주변에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그대로 놓고 간 것이다. 어제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난 좀 짜증이 났다. 자연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유명관광지 티'를 내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떤이들이 '유명관광지 티'를 내던 곳에서 난 좋다고 물아일체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청량사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은 주위가 확 트여 있어, 풍광이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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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까지 와서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텐트를 잘 놓아두고 등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신선탕 근처에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갔다. 내가 전날 물아일체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풍기문란도 했기에 그 벌로 환경미화를 자청했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남들도 재밌게 놀 수 있게 뒷정리를 깨끗이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청량산도 국립공원 클럽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산이다. 낙동강 상류와 어우러진 청량산의 모습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도 만나 뵐 수 있다.

한편 청량산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그 곳에 서면 자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산바람이 세게 분다.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번지점프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은 청량산 하늘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통과할 때,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었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다리가 요동을 쳤다. 스릴 만점이었다.

 

 

▲ 청량산 하늘다리 저 하늘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다리를 건널때 강력한 횡풍이 불면 그 스릴감은 공포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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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의 계곡'에 하늘다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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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물귀신, 오늘은 고기귀신의 유혹에 넘어가다!


즐겁게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난 후, 필자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 경이었다. 그런데 내 베이스캠프 옆쪽에 승용차와 함께 작은 텐트가 하나 쳐져 있었고, 수염을 기른 어떤 아저씨가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겹살을 굽는지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내 코를 자극시켰다. 어제는 물귀신이 나를 유혹하더니만 오늘은 고기귀신이 나를 유혹하나?

"자전거여행 다니시나 봐요? 여기 와서 같이 식사 하시겠어요?"

서울에서 봉화군으로 귀농을 하셨다는 분이셨다. 자신도 젊었을 때 자전거여행을 많이 다녔던 터라 자전거 여행족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

"아참, 아까 저 아래에서 쓰레기를 줍던데..."
"그거요. 제가 먹은 건 아니고요. 그냥 보기 흉해서 제가 환경미화 좀 했죠."
"아, 역시 그랬구나! 진짜 자전거여행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야."

별 뜻 없이 쓰레기를 주었을 뿐인데, 그 덕에 난 푸짐하게 삼겹살과 술을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착한 일을 해서 내가 상을 받았던 것일까? 그 귀농아저씨도 그날 같이 캠핑을 했다. 젊은 시절 캠핑을 자주했던 분이라 귀농 이후에도 종종 캠핑을 해오셨다고 한다.

"그 팔각정 명당자리에요. 그 자리 내가 좋아하는 자리인데..."

알고 보니 내가 아저씨의 명당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량산 등반에서 오는 피로감에다 푸짐한 저녁 식사까지 대접받았더니 노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날은 자리에 눕자마자 그냥 눈이 감겼던 것 같다.

다음날.

 


그토록 예쁘게 안개가 낀 산을, 난 난생처음 보았다. 낙동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청량산 봉우리들을 휘감고 있는 모습은 장관중의 장관이었다.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맛에 강변 캠핑을 하는 거구나!

그렇게 진기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뒤로 하고 나는 계속 자전거여행을 이어갔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으니, 난 행운아였던 셈이다.

 

▲ 차 한 잔 청량사 같은 고즈넉한 사찰에서 느긋하게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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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청량사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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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청량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 사찰 한 가운데에는 석탑과 함께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사: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곳에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산 베이스 캠프 완성

 

 

그러면서 손수 커피 한 잔을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역시 아웃도어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른 듯싶었다.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자칫하면 숙소도 못 잡고 노숙을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시골 인심에 아웃도어 인심까지 더해진 행운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그 직원이 알려준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팔각정 같은 곳으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좋은 풍광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장소인 듯싶었지만 내 시야는 가로등 불빛 너머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주위 풍광만 지레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서둘러 의자와 테이블을 한 쪽으로 몰아 텐트 칠 공간을 마련했다. 그것들이 돌처럼 무거워서 힘을 좀 쓴 후에야 그럭저럭 비가 들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드디어 나의 '청량산 베이스캠프'가 완성될 수 있었다.

 

 

▲ 청량산 하늘다리: 저 하늘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다리를 건널때 강력한 횡풍이 불면 그 스릴감은 공포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의 계곡'에 하늘다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청량산 하늘다리에서 스릴을 즐기다!

다음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는지 늦잠을 잔 것이다. 세면을 하고 난 후에 어제 내가 '물아일체'를 했던 곳을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는 좀 움푹 파인 곳처럼 보였다. 선녀탕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의 틀은 나왔다. 그래서 난 내식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선탕으로.

그런데 신선탕 주변에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그대로 놓고 간 것이다. 어제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난 좀 짜증이 났다. 자연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유명관광지 티'를 내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떤이들이 '유명관광지 티'를 내던 곳에서 난 좋다고 물아일체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청량산까지 와서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텐트를 잘 놓아두고 등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신선탕 근처에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갔다. 내가 전날 물아일체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풍기문란도 했기에 그 벌로 환경미화를 자청했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남들도 재밌게 놀 수 있게 뒷정리를 깨끗이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청량산도 국립공원 클럽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산이다. 낙동강 상류와 어우러진 청량산의 모습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도 만나 뵐 수 있다.

한편 청량산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그 곳에 서면 자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산바람이 세게 분다.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번지점프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은 청량산 하늘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통과할 때,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었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다리가 요동을 쳤다. 스릴 만점이었다.

 

 

▲ 래프팅: 낙동강 상류는 물살이 급해 래프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청량산 도립공원 인근에는 래프팅 업체들이 산재해 있었다.

 

▲ 청량사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은 주위가 확 트여 있어, 풍광이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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