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그 섬에 다녀오다!__ 1편

 

2014 이어도 해양아카데미를 다녀와서 2번째 이야기

 

14.08.01 13:11l최종 업데이트 14.08.01 13:21

 

 

 

 

 

 

 

 
▲ 우도 제주 우도의 명소. 검멀레동굴과 검멀레 해수욕장. '검멀레동굴'은 검은 모래가 있는 동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자세히보면 동굴과 해수욕장의 모래는 검은빛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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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들썩였다. 아무리 이어도 해양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강연들이 흥미로웠다지만 좀이 쑤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도어(indoor)보다는 아웃도어(outdoor)에 강한 필자에게, 어떤 강연은 지루하다 못해 '잠의 림프'까지 만나게 해줄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주강현, 강은정 박사가 진행한 제주해양문화유적 탐방은 필자의 눈에 붙은 '잠의 림프'를 내쫓아주기에 충분했다. 푸른 바다에 위치한 탐방지들을 시원하게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인 주강현 박사는 인문학, 민속학, 해양학 등 전방위적인 지식인으로 유명한 분이고, 연구원인 강은정 박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다. 다크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 천연재해를 당한 곳을 탐방하면서 역사적인 반성과 성찰을 해보는 새로운 형식의 테마여행을 말한다.

 

 

섬 속의 섬, 우도


제주해양문화유적 탐방의 첫 번째 목적지는 '섬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우도였다. 우도는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우도(牛島)라고 불린다.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 우도는 '우도 8경'이 있다.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해양아카데미 탐방단은 유명한 우도 등대에 올라가 우도와 바다건너 성산 일출봉 일대를 조망하였다. 우도 등대는 섬의 남쪽 쇠머리오름에 있는 등대로 1906년에 처음으로 점등되었다. 2003년에 새롭게 개축하였고, 일대를 등대공원으로 만들어 지금은 우도를 찾는 이들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 우도 우도 등대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제주대 명예교수 주강현 박사. 사진 중간에 물병을 든 이가 주강현 박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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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등대 앞에서 주강현 박사는 우리나라의 등대 문화에 대해서 문화해설을 하였다. 초기 등대는 일제가 우리해양을 수탈하기 위해서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당시 등대 관리자들은 전부 일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칼을 차고 근무를 했어요. 관헌들이었죠. 그만큼 일제는 등대를 전략 시설로 본 것입니다."

우도 제일의 명소인 검멀레 동굴 탐방이 이어졌다. 우도봉 아래에 있는'검멀레동굴'은 검은 모래가 있는 동굴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옆에 있는 검멀레 해수욕장은 검은빛을 띄는 모래사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검은색의 현무암이 오랜 세월 깎이고 깎여 검은색 모래로 변한 것이다.  

 


 

신이 내린 황금그물, 갯담


탐방단은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로 향했다. '신이 내린 황금그물'이라는 갯담을 보기 위해서였다. 갯담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는 재래식 어로작업을 말한다.

바닷가에 빌레(너럭바위)로 둑을 쌓아 놓으면, 밀물 때 밀려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 때에 못 빠져나가고 그 둑 안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갇힌 물고기를 걷어 들이는 방식이다. 원시적인 어업형태지만 가장 친환경적인 어로 형태가 바로 갯담인 것이다. 

 


 

 
▲ 갯담 갯담은 재래식 어로방식이다. 제주에서는 갯담을 원담이라고 불렀다. 밀물을 타고 온 물고기들이 갯담(돌)에 막혀 썰물때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을 어획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업 형태다. 충청지역에서는 독살이라고 불린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무두망개 갯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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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담을 두고 제주에서는 원담이라고 불렀다. 원담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획됐는데 그 중에서 멸치가 가장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멸치를 '멜'로 부르는데 이 '멜'은 식용 뿐아니라 토지의 거름으로도 쓰였다. 척박한 현무암 토양에 밑거름으로 뿌려진 것이다.


탐방단이 찾은 구좌읍 하도리 무두망개 갯담은 넘실대는 제주의 푸른 바다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자연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공미였다. 만약 주강현 박사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바다쪽에 쌓여진 돌무더기 정도로만 인식했을 것이다. 그만큼 무두망개 갯담과 거기서 이루어진 어로작업은 자연 그 자체였던 것이다.

주강현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탐방단은 운이 좋았다. 밀물일 때는 갯담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인생이든 여행이든 '때'를 잘 맞춰야 하는 것 같다. 밑바닥이 보이는 청정 제주바다 위에 올려진 무두망개 갯담을 바라보니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열대지방에 온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이가 이런 말을 했다.

"꼭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아요. 뭐 몰디브나, 남태평양 같은데요..."

 

 

 

 
▲ 무두망개 갯담 한 참가자가 갯담 밖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얼핏보면 남태평양의 한 휴양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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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 섬 '이어도' 보고 목숨 잃었던 이유___ 1편

2014 이어도 해양아카데미를 다녀와서

14.07.30 13:51 최종 업데이트 14.07.30 14:13

 

 

 

 

 

 

 

 

▲ 여객선 제주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향해가는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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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나이 바다로 가다


필자는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바다보다는 산을 더 자주 방문한다. 이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도 계룡산에 있는 갑사를 탐방하고 왔다. 그렇다면 산 사나이가 왜 산이 아닌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필자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개최된 '2014년 이어도 해양아카데미'에 참석했다. '2014년 이어도 해양아카데미'는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이어도 문제뿐아니라 우리나라의 해양문화 전반에 대해서 고찰해 보는 행사였다. 

해양아카데미는 실내 강의와 제주도 해양문화유적 탐방으로 나뉘어 실시됐다. 실내 강연에서는 이어도 문제에 대한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설명됐다면, 실외 탐방에서는 제주도 곳곳을 방문하여 해양문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문화해설자'는 민속학자이자 해양학자로 유명한 주강현 박사였다. 입담이 좋은 주강현 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제주도의 해양문화를 둘러보니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예전 단독으로 올레길을 걸었을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물체들이 주강현 박사의 설명에 얹히니 새롭게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래서 답사여행을 할 때는 어떤 문화해설자와 함께 가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 해양아카데미 2014년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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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공식별구역과 이어도


'이어도가 진짜 섬인가. 그런데 왜 이어도를 가봤다는 사람이 없지? 그 섬이 무슨 아틀란티스 제국이야?'

철모르던 시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어도가 섬이라는데 도대체 가본 사람도 심지어 본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어도의 대략적인 위치를 단번에 짚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다.

제주도 출신들에게 물어봐도 명쾌하게 답을 내놓은 사람들이 없었다. 그저 신비의 섬, 이상향, 돌아올 수 없는 섬 등등. 점점 더 깊은 '심연'으로 빠뜨리는 답들만 내놓았을 뿐. 지금이야 이어도가 어떤 곳인지, 또한 국제법상으로 어떤 지위에 있는지 깨닫게 됐지만 그때는 무척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고 이어도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듯 필자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다. 2003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준공으로 잠깐 부양을 했으나 다시 희미해졌다.

 

 


 
▲ 한국 방공식별구역 제주도의 서남단인 이어도 수역 부근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다.
ⓒ 이어도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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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깊은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던 이어도가 다시 고개를 내밀게 된 건 작년 11월경이었다. 2013년 11월, 중국 공군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했는데 그 선에 이어도 수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대한민국 정부는 12월에 이어도 수역을 포괄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2013년 12월에 선포된 확장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의거하면, 이어도 수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삼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게 된다. 지도상에 그어진 선들만 놓고 보면 이어도 수역은 동북아의 새로운 화약고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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