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영상기기, 탁자... 왜 캠핑하세요?___2탄

EBS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단상... 적게 쓰는 캠핑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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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 캠핑장 옆에 있는 뱀사골 계곡이다. 바위 위에 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다. 시각적으로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2012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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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왔나?

장비 과시욕은 다른 아웃도어 영역에서도 늘 잡음을 발생시켰다. 소형차 한 대 값에 맞먹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나 슬슬 다니시는 분,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명 아웃도어 메이커로 도배했지만 등산은 잘 못하시는 분 등등. 그런 분들이 있으니 아웃도어 업체에서도 계속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은 그래도 과도한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렇다. 필자가 캠핑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이 부분은 캠핑을 즐겨하시는 분이나 캠핑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공통적으로 공감하실 것이다.

요즘에는 캠핑식이라 해서 캠핑 요리 레시피를 모은 가이드북도 발간됐다. 캠핑장에서 먹는 요리는 꿀맛이다. 대자연에서 캠핑도 즐기고, 요리도 해먹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밤마다 캠핑장은 바비큐 파티장으로 변신한다. 고기가 구워지고, 자연스럽게 술잔이 돈다. 자연 속에서 고기와 술을 즐기니 그곳이 무릉도원인가? 그렇게 먹고 마신다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한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다 보면 그렇게 부산물들이 발생하지만 캠핑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정도를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그렇게 '파티의 끝'은 항상 쓰레기였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물들은 왜 가지고 와서 버리고 가는가? 도시에서도 그렇게 음식물을 버리는가? 차라리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은 남은 음식물들을 공용 냉장고에 넣어 둔다. 그러면 다른 숙박인들이 재활용(?)할 수 있다. 필자도 제주도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 냉장고에 있는 오징어를 재활용해서 요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캠핑장에서는 그런 재활용 과정 없이 그냥 버려진다. 필자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먹으로 오셨나요? 먹으러 오셨으면 다 드시고 가시지, 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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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박 비박이란 야외에서 텐트를 치지 않고 취침을 하는 것을 말한다. 텐트를 설치하면 캠핑이 되는 것이고, 사진에서처럼 그냥 침낭만 깔고 자면 비박이 되는 것이다. 2013년 여름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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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캠핑은 안녕하십니까?

필자는 우리나라 캠핑장에 발우공양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신이 먹을 만큼만 음식을 준비해서 남기지 않는 것이다. 뒤끝이 없게 캠핑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다.

그럼 필자는 캠핑을 하면서 무엇을 먹었을까? 콘플레이크를 먹었다. 두유에 동동 띄어서 먹었다. 밥도 지어먹기는 했지만 콘플레이크를 더 많이 먹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혀 남기지 않았다.

물론 필자처럼 캠핑장에서 콘플레이크 같은 행동식을 취식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미에서 콘플레이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좀 더 계획적으로 일정을 짜서 좀 더 적게 버리자는 것이다.

이제껏 필자가 언급한 것들과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에서 질타한 내용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또한 백패킹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도 동일하다. 먹고, 마시고, 장비 과시에 집중된 우리의 캠핑문화는 변해야 한다. 물량공세식의 소비지향적 캠핑은 지양돼야 한다. 캠핑은 자연을 느끼러 가는 것이지 도시적인 소비패턴을 연장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혼잡한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은 힐링이 아니다. 그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짜증 캠핑'일 뿐이다.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는 그릇된 캠핑문화의 폐해를 잘 지적한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캠핑, 아웃도어 문화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방송을 다 시청한 후 필자는 이런 의문을 품어 봤다. 

'당신의 캠핑은 안녕하십니까? 진정 캠핑을 제대로 잘 즐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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