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 옛길을 가다!



차령 옛길을 다녀왔습니다. 쌍령 옛길도 다녀왔습니다. 차령은 천안시 광덕면과 공주시 정안면을 연결하는 고개입니다. 고려 왕건이 언급한 훈요 10조에 등장하는 그 차령입니다. 쌍령은 차령 바로 옆에 있는 고개입니다.

차령은 약 190미터 정도로 해발은 그리 높지 않지요. 하지만 호남대로 상에 있는 고개 중에서 가장 험한 곳 중에 하나입니다. 실제로 차령 옛길은 등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가파른 구간이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가파른 구간이기에 있기에 역설적으로 옛길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옛길 걷기가 유행이지요. 그런데 가끔 그 옆에 난 임도길을 옛길과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임도길도 도로라 산을 깎고 만들 수밖에 없지요. 또한 차량의 등판력을 고려해 길의 경사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간간이 도보여행자의 시야각에서 벗어날 정도로 구불구불하게 되는 것이죠. 횡각이 크니 코너를 돌아야 다음 구간이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옛길은 그런 고려를 할 필요가 없으니 구불구불함이 덜 한 것이죠. 실제로 옛길의 횡폭은 크지가 않습니다. 그 범위가 한 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뻔하다는 것이죠. 임도길의 횡폭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답니다.

옛길이든 임도길이든 우리 같은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왜? 걷기 좋기 때문이죠.










 

 

다툰 연인들에게 특효약인 '단풍천국길'

 

오대산 선재길을 걸으며 얻은 깨달음

 

14.10.22 09:22l최종 업데이트 14.10.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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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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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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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일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는 여자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고, 화가 난 나머지 도망치듯 강원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분이 풀리지 않아 버스 안에서도 '씩씩' 거렸다.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평창군에 있는 오대산이었다. 그 전부터 오대산에 가려고 단단히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그런 준비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필자는 '멘탈 붕괴' 상태로 월정사 부근에 도착했던 것이다. 사찰에 들어서도 씩씩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산행을 하면서도 씩씩거렸다.

서로 다툴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게 사랑 아닌가? 갈등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주거리'도 안 될 만큼 사소한 다툼이었지만 당시는 상당히 심각했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방향을 잡을 때까지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길을 터벅터벅 걸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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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사 상원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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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까지 와서 티격태격하다니!


지난 12일.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오대산을 방문했다. 10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던 시기라 그런지 오대산은 온통 오색찬란한 단풍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날씨도 화창해서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한 산들이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주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단풍놀이하기에 제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월정사부터 상원사 입구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산악회 버스들과 승용차, 등산객들까지 서로 뒤엉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사찰에서 사찰로 연결되는 도로인데 그 길을 사람과 차로 막아선 느낌이었다. 그렇게 붐비다 보니 다툼도 일어났다. 주차 문제로 서로 삿대질을 해대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오대산 하면 문수보살 신앙의 중심지이고, 문수보살하면 깨달음의 지혜를 품고 있는 분인데. 사람들 참 적당히 좀 하지! 여기까지 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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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푸른 하늘과 잘 어우러진 단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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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들이 걸었던 옛길, 선재길

 


도시에서 봤던 주차 문제를 오대산까지 와서 지켜보자니 저런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곧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선재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선재길은 2013년 가을에 개통된 도보여행길로 월정사와 상원사를 연결하는 트레일(오솔길)이다. 선재길은 스님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갈 때 다니던 옛길이었다. 월정사가 643년, 상원사가 724년에 창건됐으니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길인 셈이다.

'선재'라는 말도 불교용어다. 동자인 선재는 지혜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표상으로 <화엄경>의 중심인물이다. 월정사를 창건한 자장은 선재동자의 구도행각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뒤뜰에 53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53은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만난 선지자의 숫자였다. 정리를 해보면, 옛 스님들이 오가던 선재길을 걸으며 '나를 찾아보는'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안내문에도 선재길을 걸으며 선재동자처럼 깨달음을 얻어 보라고 적혀 있었다.

 

 


 

 

 
▲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선재길은 2013년 10월에 개통된 길이다. 오래전 스님들이 오가던 옛길을 되살려, 일반인들도 걷기 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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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계곡길을 따라가는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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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천국 선재길, 여기가 혹시 무릉도원?

 


선재길을 걸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걷다보면 오색찬란한 단풍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집착과 번뇌를 잊어버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섶다리, 징검다리 같은 정겨움을 더하는 구조물들이 있었지만 선재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계곡이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는 상원사 계곡길 주위로 울긋불긋하게 펼쳐진 단풍나무 숲을 지날 때의 매력이란! 그 매력에 빠지며 걷다보면 무아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맑은 계곡물 위로 붉은빛을 머금은 단풍잎 하나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니까.

오대산 선재길은 약 9km 정도에 달하는데, 계곡을 끼고 있는 길치고는 경사도가 상당히 완만했다. 그래서 넉넉히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3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대신 계곡길이란 한계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폐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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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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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관계는 깨달음의 영역이 아닌가?

 


10년 전 필자는 선재길을 걷지 않았다. 그때는 선재길은 없었으니 걸을 수도 없었다. 어쨌든 월정사 쪽에서 상원사로, 또한 그 넘어 비로봉으로 올라가다보니 무언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는 봄날이었는데 상원사 계곡물에 봄꽃들이 흘러가는 모습에 무언가 큰 감흥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도 계속 씩씩거린다면 오대산에 올 자격도 없지!"

문수보살의 깨달음이 전해졌는지, 서울로 올라가자마자 여자친구에게 '백기투항'을 했다. 그 덕택인지 애정 전선에는 평화가 깃들었다. 하지만 영구적인 평화는 없는 것인가? 어느 순간 그녀는 떠나버렸고, '전선'을 펼칠 대상조차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남녀 관계는 깨달음의 영역이 아닌가... 이 부분은 문수보살님도 어찌 하시지 못하는 건 아닌지...

10년 전 봄날과 올 가을을 빗대서 생각해 보니, 선재길은 가을도 좋고 봄에도 좋은 길인 듯싶다. 가을에는 단풍 트레킹, 봄에는 봄꽃 트레킹을 향유할 수 있으니까. 그럼 내년 봄 트레킹 목록에 선재길은 맨 앞쪽에 등재되겠군! 내년 봄에는 선재길을 걸으며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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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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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1. 오대산 선재길: 약 9km / 예상이동시간 3시간 정도.

 


2. 동서울터미널에서 평창군 진부면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음. 배차간격 1시간. 소요시간 2시간 20분.

 


3. 진부면 공용터미널에서 상원사 입구까지 군내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음. 하루 6편 운행. 월정사행은 하루 12편 운행.

진부에서 상원사까지 약 55분 소요됨.

4. 월정사행이 버스편이 많음으로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함.

 

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라고 합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 이진성터: 이진성터는 현재 해남군 북평면 이진리에 속한다. 자연석을 이용하여 축성된 옛 이진성은 해안방어 기지로 이용되었다.

이 담장은 성의 일부였다고 판단되는 석축인데 지금은 농가의 돌담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 왼쪽처럼 석축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 이진성터: 옛 이진성은 구릉지대를 이용하여 석축을 쌓았다고 한다. 해남에서 제주도로 들어가는 항구였던 이진에 성을 축조했던 것이 이진성이었던 것이다.

 

 

 

 

 

 

 

 

역사트레킹의 마스터로서 본인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트레킹 코스의 개발이다.

필드가 있어야 역사트레킹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 문화재를 검색한 후 서로 서로간의 지점을 연결하여 자동차로 이동을 하면 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트레킹은 그런 수학여행식의 '버스 뺑뺑이'를  자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해당 문화재를 방문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도보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넉넉히 살찌우자는 것이

역사트레킹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지덕체가 골고루 함양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문화유산과 함께 좋은 트레킹 코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백년의 세월을 이겨낸 장엄한 문화유산과 함께 탄성을 자아내는 유려한 풍광의 도보여행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좋은 역사트레킹 길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1. 유려한 풍광

2. 안전성

3. 접근성

4. 명확한 IN_OUT(타 교통편과의 연계)

5. 이용성

 

이 외에도 몇가지 사항이 있으나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생략한다. 또한 역사유물 존재 유무도 생략한다. 역사유물이 없는

역사트레킹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제주의 현무암: 이진 항구에는 저렇게 제주산 현무암이 즐비했다. 이 돌들은 제주도에서 군마를 실어올 때 배에 함께 실린 돌들이라고 한다. 항해에 익숙지 않은 말들이 요동을 치면 배가 전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배의 중량을 늘이려고 저런 돌들을 갑판 아래에 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저 현무암들은 중심돌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해남에 와서 역할을 다한 현무암은 이진 항구의 갯벌에 버려졌다.

그래서 이진항 일대는 제주도가 아닌 육지 항구에서 가장 많은 현무암들이 발견된다.

 

 

* 이진성 우물: 이 우물은 옛 이진성에 식수를 공급했던 우물이었다. 옛 이진성터에는 이 우물을 포함해서 2개의 우물이 있다.

 

 

 

 

 

 

역사트레킹의 코스가 10Km 정도이다. 필자는 그 10km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싶다. 해당 문화재는 물론 걷기에 안전하고 풍광이 유려한

길을 소개하고 싶다. 숲길도 있고, 바다도 보이고, 계곡도 보이는 그런 명품길으로 역사트레킹을 떠날 생각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기왕하는 트레킹, 안전하고 풍광이 수려한 길을 걸어야 하지 않겠나?

 

아스팔트 길을 걸을려면 트레킹을 할 필요도 없다. 바퀴가 열 개 달린 24톤 짜리 트레일러와 '맞서 싸우며' 걷기 여행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목숨 내놓고, 또는 매연을 들어 마시며 도보여행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도변에 널부러진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의 시체들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내장이 터지고, 안구가 튀어나온...-_-

 

명품 역사트레킹 코스를 개발하는 것은 마스터인 필자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한가지 아이템이 떠올랐다. 바로 삼남길 전남구간 3코스를 탐방한 후에

이거다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남길은 서울에서 해남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도보여행 길이다. 현재는 전남구간이 개통되어 있고, 다가오는 2013년 5월 25일에 

경기도 구간이 개통된다. 조선시대 8대 대로 중에 하나였던, 옛 삼남대로를 기본축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삼남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많은 역사적 유물을 담은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 역사트레킹도 삼남길을 많이 걸을 것 같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해남 이진성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현재 이진성터는 삼남길 전남구간 3코스(해들길)에 놓여 있다.

옛 이진 나루는 제주도를 향하는 배가 출항하는 항구였다. 그래서 이진 항구 위쪽으로는 남창이라 하여 제주도에서 수치한

공물들을 축적하는 창고가 있었다. 현재의 지명은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이다.

 

 

 

 

 

 

* 해들길: 해들길은 삼남길 전남구간 3코스를 지칭하는 애칭이다.

삼남길은 서울에서 해남까지 600Km에 걸쳐 조성되는 국내 최장거리 트레킹 코스다.

 

 

 

 

 

 

 

옛 삼남대로의 종점은 옛 이진성이었다. 땅끝 전망대가 있는 땅끝마을이 삼남대로의 종점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땅끝 개념은

근래에 들어선 개념이다. 조선시대에는 굳이 땅끝 개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이진항이 더 좋은 지리적인 잇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항 바로 옆으로 완도의 부속섬인 달도가 있고, 그 뒤쪽으로는 완도 본섬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완도로 내왕하기도 편했고

제주도로 나아가기에도 수월했던 곳이 바로 옛 이진항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삼남대로의 종착점도 이진항이었던 것이다.

옛 이진성은 그런 전략적 요충지인 이진항을 보호하기 위해 축성됐다고 한다. 또한 조선 후기에 수군만호부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역사트레킹은 이렇게 역사유물을 직접 답사하고, 이후에는 트레킹을 통해 즐거운 도보여행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삼남길 전남구간 3코스인 해들길에는 시원한 바다 풍광과 함께 숲길이 펼쳐진다. 역사유물을 직접 탐방하고

즐겁게 해안길과 숲길을 걷는 것이다.

역사지식도 쌓고 트레킹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단순한 도보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 이진성터: 옛 이진성터는  1999년에 일부 구간이 복원됐을 뿐이다.  

 

 

 

 

 

 

 *이진성터

 

 

 

 

 

 

 

* 현무암: 이진항에 있는 제주산 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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