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넓이를 중시했습니다. 넓으면 깊어진다는 소리에 보폭을 넓혔던 것이죠. 깊이보다는 넓이에 방점을 찍었던 셈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진리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선문답을 되뇌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어느덧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넓이'와 '깊이'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게 부질없어 보입니다. 
 

꼭 넓다고 깊어지는 게 아니더군요. 반대로 깊다고 넓은 것도 아니었고요. 더군다나 '넓이'든 '깊이' 든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자체로 진리가 아니니까요.

어쩌면 진리라는 것이 찾는다고 찾아지는게 아닐 겁니다. 찾는다고 찾아지면 그게 진짜 진리일까요?

그런 혼자만의 착각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예전에는 저런 동자승 인형은 눈에도 잘 안 들어왔습니다. 그냥 조잡한 캐릭터 인형으로 치부를 했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 앞에 서서 한참 동안이나 미소를 짓는 답니다. 사진도 더 예쁘게 찍으려고 셔터도 여러번 누르고요. 

그렇게 찍다보니 수행 중인 부처님 사진도 찍게 됐네요. 물론 캐릭터 인형이지만. 저렇게 45도로 누워서 참선을 하고 있는 부처님 인형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듭니다.

'진리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충실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쫓아가면 달아나지만 묵묵히 내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옆에 와 있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백련사라는 사찰을 탐방하며 저런 선문답 같은 생각을 이리저리 해봤답니다.

























겨울에 떠나는 답사여행은 봄, 여름, 가을과는 다른 멋이 있습니다. 문화재들의 민낯을 볼 수 있기에 그런 것이죠. 울창한 수풀로 자기의 몸을 가렸던 문화재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눈까지 내려준다면 답사객들의 카메라는 더욱더 분주해질 겁니다. 설국으로 변한 세상이 문화재를 더욱더 돋보이게 해 줄 테니까요. 첫번째부터 세번째 사진까지는 북한산의 풍경을 담은 것입니다. 중성문, 산영루, 대남문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경복궁의 경회루입니다. 

이렇듯 겨울에 만난 우리 문화재는 여타 계절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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