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월정

 

 

 

 

*** 지난 11월 22일부터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경남 함양군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지리산 둘레길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함양에는 지리산 둘레길말고도 '화림계곡 선비문화탐방로'라는 계곡트레킹을 할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 있다.

 

일명 선비문화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함양군 서하면부터 안의면까지 약 9km에 걸쳐 이어진 길이다. 총 연장이 총 9km면, 도보여행길 치고는 무척 짧은 편이다. 지난 10월 31일에 개통된 남파랑길을 보라. 총 연장이 무려 1470km라고 하니까.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논할 때, 흔히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여기서 '우 함양'을 '우 안의'로 바꿔도 될 만큼 안의 지역은 풍부한 선비문화를 창달했던 곳이다. 선비문화길이 있는 화림동(花林洞) 계곡은 용추계곡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심진동(尋眞洞) 계곡, 거북바위로 유명한 원학동 계곡과 더불어 안의삼동(安義三洞)이라고 불렸다. 원학동, 화림동, 심진동이 안의 지방의 3대 계곡이라는 뜻이다.

 

안의는 현재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으로, 면 단위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안의현이라 불리며 함양, 거창과 함께 그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한다.

 

주변에 큰 산들이 많은 이 일대는 예로부터 정자가 많기로 유명했다. 큰 산들이 뿜어내는 풍부한 유량과 평평한 너럭바위들은 풍류객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충분했을 것이다. 그때도 막걸리 잔부터 돌렸을까?ㅋ

 

사진에서 보이듯 화림동 계곡은 매우 완만하게 이루어져있다. 통상적으로 계곡이라하면 급경사와 급류가 떠오르는데 화림동 계곡은 평평한 모습이다. 그래서 선비문화길의 난이도는 '하'이다. 통상적인 계곡트레킹이 '중' 이상인 것을 생각해보시라. 큰 부담없이 계곡길을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일대는 정자가 많이 있다. 그래서 선비문화길은 정자를 따라 걷는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는 이렇게 된다.

 

거연정 ☞ 동호정 ☞ 농월정

 

이렇게 하면 약 6km 정도다. 6km 정도로는 성이 안 찼다면, 3km를 더 걸어 안의면 버스터미널까지 가면 된다. 그래서 총 연장이 9km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연정에서 농월정까지의 6km를 추천한다.

 

 

 

 

 

* 거연정

 

 

 

 

 

* 거연정 자연석 주초

 

 

 

 

 

트레킹의 시작은 거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에 갔을 때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거연정의 주춧돌이었다. 사진에서보듯 거연정은 계곡의 바위 위에 지어졌다.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지어지다보니 통상적인 주춧돌이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보통 건물의 주춧돌은 잘 다듬어져 있다. 하지만 '덤벙주초'라고 해서 자연석을 거의 그대로 주춧돌로 삼기도 했다. 그러면 주초가 나무기둥에 맞혀지는게 아니라 반대로 나무기둥이 주초에 맞혀지게 된다.

 

그런데 거연정의 주춧돌은 덤벙주초를 넘어 아예 울퉁불퉁한 계곡 바위다. 그러니 나무 기둥도 그에 맞춰 생김새가 아주 독특한 것이다. 전에는 잘 모르고 넘어간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가니 눈에 확 들어왔다.

 

동호정 앞에는 차일암이라고 불리는 평평한 너럭바위가 있다. 이 차일암은 하도 커서 100명이 동시에 앉을 수도 있다고 한다. 족구도 한 판 할 수 있을 거 같이 차일암이 크긴 크더라.

 

마지막으로 농월정을 탐방했다. 선비문화길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 바로 농월정이다. 농월정 앞은 거대한 너럭바위들이 크게 펼쳐진 곳이다. 확 트인 곳에 시원스럽게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큰 너럭바위들까지 펼쳐져있으니 '음풍농월' 하기에 제격이 아니던가!

 

그랬던 농월정이었지만 2003년에 큰 아픔을 겪게 된다. 누군가 방화를 해서 농월정이 전소된 것이다. 아주 천벌을 받을 놈이지! 소중한 문화재를 왜 망가뜨리냐고!

 

지금 보는 농월정은 2015년 9월 16일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다시 지어졌을 때는 칠이 칠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화려하게 단청까지 칠해져있었다.

 

무리없이 계곡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인 화림동계곡 선비문화탐방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끄적이다보니 다시 가고 싶네~^^

 

 

 

 

* 거연정

 

 

 

 

 

 

* 동호정

 

 

 

 

 

 

 

*화림동계곡

 

 

 

 

 

 

 

* 소나무숲: 농월정 가는 길

 

 

 

 

 

 

 

 

 

* 농월정

 

 

 

 



















오늘 농월정에 다녀왔습니다. 농월정이 어디냐고요? 농월정은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있답니다. 안의면에는 화림동이라고 유명한 계곡이 있는데 그 계곡 하류쪽에 농월정이 자리잡고 있지요.

달빛 아래에서 노닌다는 농월정. 비록 낮에 가서 달을 희롱하며 노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눈은 시원했습니다. 계곡에 유량이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화림동 계곡은 더욱더 시원해지겠지요. 그렇게 시원하게 굽이치는 물에다 근심걱정을 다 실어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몸과 마음이 다 상쾌해지겠네요!













'풍류객' 퇴계 이황 선생이 이름 붙여준, 수승대


경남 거창 '수송대'를 '수승대'로 바꾼 퇴계 이황


16.03.21 15:50  최종 업데이트 16.03.21 15:50
    
곽동운(artpunk)            


    




이런저런 이유로 속세의 근심이 밀려올 때, 우리는 도피처를 찾아갑니다. 수려한 자연 속에 자신을 맡기며 잠시나마 세상 시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신선들이 산다는 무릉도원에서 시름을 달래면 좋겠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 곳을 갈 수 없으니 '대타'를 찾아야겠지요. 여기 무릉도원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달래며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냐?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수승대(搜勝臺)'라는 곳입니다.





 
▲ 수승대 수승대 거북바위. 여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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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삼동이라고 불렸던 수승대 계곡

수승대는 널찍한 바위와 그 옆을 흐르는 맑은 물, 푸른 숲이 어우러져 일품 풍광을 자랑합니다. 그 물의 발원지는 덕유산이랍니다. 물과 바위와 숲이라... 그렇습니다. 수승대는 계곡 한복판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거북바위를 말합니다.


원학동(猿鶴洞)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수승대는 거창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한 곳입니다. 거창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수승대라는 뜻이죠. 원학동 계곡은 함양의 화림동(花林洞) 계곡, 용추계곡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심진동(尋眞洞) 계곡과 더불어 안의삼동(安義三洞)이라고 불렸습니다. 원학동, 화림동, 심진동이 안의 지방의 3대 계곡이라는 뜻입니다.


안의는 현재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으로, 면 단위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안의현이라 불리며 함양, 거창과 함께 그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합니다. 이후 행정구역이 개편됐고, 그래서 현재 수승대는 거창군 소속이 된 것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논할 때, 흔히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우 함양'을 '우 안의'로 바꿔도 될 만큼 안의 지역은 풍부한 선비문화를 창달했던 곳입니다. 수승대가 안의삼동이었던 만큼 수승대도 선비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라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그 명칭을 둘러싼 이야기부터 아주 선비적(?)이었답니다.






 
▲ 수승대 구연교. 이 다리를 이용하여 계곡 반대편, 요수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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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승대의 옛 이름 '수송대'

수승대의 옛날 명칭은 수송대(愁送臺)였습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근심 수(愁), 보낼 송(送), 돈대 대(臺)입니다. 한자에서도 보이듯 수송대라는 명칭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보낼 송(送)자에서 보듯 '근심을 떨쳐낸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죠.


근심을 잊으려면 잊을 망(忘)를 썼겠지요. 풍류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이 아름다운 장소에, 왜 '근심'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명칭에 드리워져 있었을까요? 무슨 이유로?


원학동 계곡은 백제와 신라의 접경지였습니다. 백제는 나날이 쇠락해졌고, 반대로 신라는 점점 더 강성해질 무렵이었습니다. 백제 사신들은 신라 조정에 가서 수모를 당합니다. 심지어는 목숨을 잃고 영영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술 한 잔 건네며 위로해 주었던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국경과 가까운 곳에 풍광이 수려한 곳이 있으니, 그 곳에서 마지막(?)을 잘 챙겨 보내주었다는 것이죠. 그곳이 바로 수송대라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일대에서 백제와 신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다는 사실입니다. 원학동에서 동쪽으로 약 8㎞ 떨어진 곳에 거열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산 정상부근에는 거열성이라는 산성이 있습니다.


삼국시대 말기, 거열성은 신라군에 의해 함락되기도 했고, 이후에는 백제 부흥 운동이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일대는 백제와 신라의 격전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백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거북바위는 그 이후로도 약 천 년 동안 수송대라고 불리게 됩니다.





 
▲ 구연서원 거북바위 옆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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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류객(?) 이황이 지어준 '수승대'라는 이름


거북바위가 수승대(搜勝臺)라는 현재의 명칭을 얻게 된 건 퇴계 이황이 지은 시 한 수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를 수취한 이는 요수(樂水) 신권(愼權)이라는 분이었습니다. 신권 선생은 일찍부터 벼슬길을 마다하고 원학동 일대에서 후학들을 양성했습니다. 거북바위 옆쪽에 구연재(龜淵齋)를 짓고 후학들을 가르쳤는데 이를 두고 구연서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관수루라는 멋진 문루를 두고 있는 구연서원은 이후 구연서당 자리에 들어선 것입니다. 계곡의 반대편에는 요수정이라는 정자도 지었는데 요수정에 오르면 거북바위를 정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과 학문을 벗 삼고 있던 신권 선생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안의지역을 유람하던 퇴계 이황 선생이 원학동을 방문하겠다는 전갈이 당도한 것입니다. 신권 선생은 요수정에서 한 상 차려 놓고 반가운 이의 발걸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라는 퇴계 선생은 오지 않고, 편지 한 통이 전해지게 됩니다. 왕의 부름 때문에 급하게 한양으로 떠나야 했던 퇴계 선생이 보낸 서찰이었습니다. 그 서찰에는 원학동을 방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시 한 수가 적혀 있었습니다.





 
▲ 수승대 사진 오른편에 요수정이 있다. 소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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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에서 퇴계 선생은 어감이 좋지 않은 '수송대'를 '수승대(搜勝臺)'로 고치라고 권유합니다. 한자를 거칠게 풀어보면, '찾아다녔던 뛰어난 곳' 정도로 쓰일 수 있겠네요. 발음도 비슷하니 못 바꿀 이유도 없었겠지요. 그렇게 하여 거북바위는 퇴계 선생 덕분에 천 년 동안 간직해오던 부정적인 이름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풍류를 즐기기에 딱 좋은 장소에 어울리는 '풍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이야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거북바위에는 퇴계 선생의 시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거북바위에는 수많은 풍류객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갔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소풍 가기 딱 좋은 계절이 다가온 거죠. 우리도 옛날 선비들처럼 산천이 수려한 곳에서 풍류를 즐겨볼까요? 근심을 떨쳐 보낼 수 있고, 찾아다녔던 멋진 곳인, 수승대에서 말이죠.





* 거북바위







■ 도움말

1. 서울에서 거창까지는 고속버스로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됨. 남부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를 탈 수 있음.


2. 거창읍내에서 수승대가 있는 위천면 면소재지까지는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음. 면소재지에서 수승대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소요됨.


3. 거창읍내-위천면 시골버스 이동시간은 약 15분 정도임. 배차간격은 약 30분 정도임.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artpunk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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