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에서도 매너는 필요합니다

 

- 표식으로 보는 산책 매너

 

 

 

 

평소 동네 뒷산을 자주 산책하는 김인선(가명)씨는 최근 무척 불쾌한 경험을 했다. 지정된 산책로를 걷다 개의 배설물을 밟은 것이다. 당시 산책로에는 목줄이 풀려 있는 애완견 하나가 배회하고 있었고, 인선씨는 그 주인을 찾아 자신이 당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주인에게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살다보면 개똥을 밟을 수도 있죠. 제가 화가 나는 건 그 견주 분이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는 거예요. 왜 저한테 부주의했냐고 하더군요. 저한테 잘 좀 피해 다니라고 핀잔을 주면서요.”

 

‘동네 뒷산’이라고 불렸던 도시 근교산 들이 최근 산책로 정비, 안전시설 확충 등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선씨처럼 산책을 즐기는 사람,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몸매 관리에 나서는 사람 등 도시 근교 산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가 한 발짝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즉, 아웃도어 매너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판에 있는 표식과 현수막을 이용하여 기사를 작성해봤다.

 

 

 

 

꽃은 눈으로만 보세요!

 

 

식물 채집 금지 표식

 

 

 

야생화에는 꽃집에서 파는 꽃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야생성’이 그 아름다움에 배어 있는 것이다. 한겨울 엄동설한을 견뎌냈다가 봄이 되면 노랗고, 붉은 ‘비주얼’을 선사하는 봄꽃들은 말 그대로 계절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봄은 꽃들이 수난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꽃을 꺾어 그 ‘야생’적인 아름다움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보기도 하고, 꽃반지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 장면들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까지 한다.

 

그러지 말자. 야생화는 야생화다. 꽃은 꺾지 말고 눈으로만 보자. 한편 꽃은 나비와 벌의 도움으로 수분을 한다. 즉 꽃이 꺾이면 나비와 벌의 활동들도 위축받게 된다는 뜻이다.

 

 

 

음악은 이어폰으로 들으세요!

 

도시 근교 산들은 말 그대로 근교에 있다 보니, 중심부에 진입을 해도 도시에서 발생하는 소음들이 가깝게 들려온다.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심지어 멀리 아파트 공사장의 기계음까지 들린다. 하지만 그런 소음들보다 때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더 듣기 싫다는 사람들도 많다.

 

 

 

음악 소음 줄이기

 

 

 

일부 사람들은 등산이 무료하다는 이유로 ‘뽕짝’을 크게 틀어 놓고 산책을 한다. 만약 이런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기라도 하면 장시간 동안 원치않는 ‘뽕짝’을 감상(?)하며 산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산에서는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자. 그래도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어폰으로 듣거나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 낮춰서 듣자.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즉각 수거해야!

 

애완동물 배설물 처리 표식

 

 

도시공원에서 애완동물을 동반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해야 한다. 더불어 배설물도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만약 처리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대변의 경우는 7만원이고, 소변의 경우는 벤치 같은 곳의 경우엔 동일한 과태료도 부과될 수 있다. 해당 조례에 따른다면, 인선씨를 곤욕스럽게 했던 그 견주는 과태료 처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 된다.

 

 

 

 

쓰레기 좀 버리지 맙시다!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유명 국립공원, 동네 뒷산의 구분도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쓰레기 때문에 산들이 늘 몸살이다. 일단 도시 공원에 입산을 할 때는 가져간 쓰레기는 본인이 되가져오는 게 기본이다. 산을 사랑하는 등산 전문가들은 입산할 때 아예 쓰레기 봉지를 두 개씩 지참한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의 것이고, 또 하나는 등산로 옆에 떨어져 있는 줍기 위해 가져가는 것이다.

 

산책로에 진입할 때, 쓰레기가 발생할 물건들을 아예 가지고 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중 포장으로 되어 있는 초코바 같은 경우, 외부 포장을 미리 제거한 후 입산을 하는 방식이다. 그럼 내부 포장만 남게 되니 처리하기에 용이하다.

 

 

 

그밖에, 자동차, 오토바이 입장 금지 표식

 

 

이제까지 안내판과 현수막을 이용하여 도시 근교 산에서 주의할 점들을 살펴봤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코 어렵지 않은 행동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매너만 지켜주면 누구나 다 즐겁게 근교 산을 산책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쓰레기 투기 금지 표식

 

 

* 음주, 고성방가 금지 표식

 

 

 

 

 

 

 

새소리 들으러 갔는데 '뽕짝'... 이건 아니잖아요

 

[주장] 행복한 봄 등산을 위한 실천 제안 4가지

 

곽동운(artpunk)

 

 

 

 

 

 

 
▲ 봄꽃 산수유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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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서 일하는 최아무개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다. 얼마 전 서울 근교로 등산을 떠난 그는, 산책로를 걷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앞장선 중년 남성이 카세트의 볼륨을 너무 크게 틀었기 때문이다.


"저는 산에서 새소리를 듣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바람 소리도 좋잖아요. 그런데 그 분 때문에 뽕짝만 계속 들었어요. 새타령도 뽕짝으로 들었어요."

등산로가 한 방향 길이라 계속 동선이 겹쳤고, 그 덕택(?)에 그는 예정에도 없던 뽕짝을 '감상'해야 했다고 푸념했다.

"산에서는 음악 소리를 좀 줄여줬으면 좋겠어요. 주말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자기 좋다고 볼륨을 키우면 안 되잖아요."

최근 몇 년 사이, 아웃도어 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주말이면 서울 근교산들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요즘 같은 봄꽃 산행철은 성수기라 그 혼잡의 강도가 더 심해진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산을 찾다 보니, 위의 경우처럼 종종 볼썽사나운 일도 겪게 된다. 몇몇 불청객으로 유쾌해야 할 산행에서 불쾌감만 얻고 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봄엔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산행 예절도 필요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서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즐겁게 산행할 수 있다. 등산객 모두 즐거운 산행을 하기 위한 몇 실천 제안을 아래 덧붙인다.

 

 

 



[실천 1] 술 좀 그만 드세요

산허리 부근에 가면, 여럿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산의 '정상'은 그곳이 된다. 돗자리를 넓게 펴고 막걸리와 소주를 연신 들이키는 모습은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아니다. 말 그대로 '거한' 술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술잔이 더해질수록 술 냄새는 심해지고, 취기가 오른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 그렇게 술판이 벌어지다 보면 아무리 뒷정리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쓰레기가 남기 마련이다. 등산로 한편에 막걸리와 소주병이 뒹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편 산중에서의 과도한 음주는 하산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행 중 사고의 70%가 하산 시 발생한다. 그러니 산에서는 금주를 해야 한다. 만약 음복을 한다 하더라도 정상에서 딱 한 잔만 하자. '정상주' 딱 한 잔만 하시고, 하산한 후 마음껏 음주가무를 즐기시라.   

 

 



[실천 2] 꽃 좀 꺾지 맙시다

야생화가 아름다운 건 그 주위 배경이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꽃집에서 파는 잘 관리된 꽃들보다 흩뿌려지듯 무질서하게 나열된 야생화가 오히려 더 시각적인 미를 돋운다. 기암괴석과 소나무, 계곡물과 산새 소리들이 어우러진 곳에 꽃이 피어있다면 공감각적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은 그런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주인이 없다는 생각에 마구잡이로 꽃을 꺾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등산로와 인접한 곳에 핀 꽃들은 주말이면 몸살을 겪는다. 식물 채집도 마찬가지다. 봄나물이 입맛을 돋운다고 마구잡이로 캐는 등산객도 있다. 아예 등산할 때 호미나 야삽을 지참하고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마구잡이 식물 채집은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종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봄나물을 채집해 실제 식용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필자는 등산로 초입에 버려진 채집 식물들을 많이 보아왔다. 지하철 플랫폼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집 식물도 목격했을 정도였다.

 

 

 


[실천 3] 바위는 낙서판이 아닙니다

 
▲ 낙서 누군가 바위에 낙서를 했다. 몰상식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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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서 지우기 바위에 적힌 글씨를 지우고 있다. 누군가의 몰상식한 행위 때문에 시민들의 귀중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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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많은 산에서는 바위가 몸살을 앓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암석에 쓰인 낙서 때문이다. 아무리 그 곳에 적힌 내용이 주옥같은 명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서에 불과할 뿐이다. 산악회의 완등 기념 새김 글자도 마찬가지다.


스프레이로 쓰인 것, 페인트로 칠해진 것, 음각으로 새긴 것 등등... 낙서의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런 낙서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인부들이 동원되고, 행정력이 동원된다. 귀중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낙서는 연습장에다 쓰는 게 제격이다. 바위에 새겨서는 안 된다.  

 

 

 

 


[실천 4] 문화재를 아껴주세요

 
▲ 서울 성곽 탐방객들이 성벽에 올라가 있다. 성벽이 훼손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추락할 수도 있으니 성벽에 올라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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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곽길은 서울을 대표하는 도보 여행 코스다. 성곽길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적 명소들을 탐방하게 된다. 걷는 것 자체가 훌륭한 역사 공부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성벽을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시멘트로 덧댄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벽 곳곳에 누더기처럼 시멘트가 발라져 있으니 탐방자들의 눈에는 성곽의 문화재적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성곽에 버젓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 서울 성곽 복원이 부족하다해도 우리 문화재다. 사진처럼 쓰레기를 성벽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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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성벽 위로 올라가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복원이 미흡하다고 해도 문화재는 문화재다. 성벽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성벽이 훼손될 수도 있고,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쓰레기를 성벽 위에 투기하지도 말자. 넉넉하든, 부족하든 문화재는 문화재다.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어렵지 않게 실천이 가능한 것들이다. 누구나 다 어렵지 않게 행할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의 매너들이다. 한 발짝씩만 양보를 하면 모두가 다 즐겁게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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