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졌더니... 기대 이상입니다 1편

 

사량도 행 배 놓치고 간 신수도... 남일대 코끼리바위 등 볼거리

 

 

14.10.07 10:28 최종 업데이트 14.10.07 10:28

 

 

 

 

 

오래 전, 고등학교 때 일이다. 국어 선생님께서 수업 도중에 하소연을 하듯 목소리를 높이신 적이 있었다. 국어 선생님은 현직 수필가셨는데 자신이 발표한 에세이를 보고 삼천포 사람이 전화를 해서 강하게 항의를 했다며 운을 떼셨다.

"내용 중간에 있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라는 표현이 거슬렸다는 거야. 그런데 그 에세이는 그냥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정 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니까."

평소에는 좀 무뚝뚝하고 말소리가 작아, '졸음 대마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선생님이셨는데 그때만큼은 목소리에 강력한 '포스'가 방출되고 있었다. 그 항의 전화 때문에 심기가 무척 불편하셨던 것이다.

 

 

 


 
▲ 신수도 아름다운 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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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때 필자는 삼천포가 어디 붙어 있는 줄도 몰랐다. 대신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의 뜻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쨌든 선생님은 수업시간 내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정당함을 역설하셨고, '수면보충'시간이었던 국어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수면보충 시간은 날려 버렸지만 그날 교훈을 하나 얻었던 셈이다. 나중에 삼천포에 갈 일이 있으면 이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 

 

 

 

 


헬리콥터도 타보고... 정말 잘 나갔다

 


지난 9월 26일. 그날 필자는 상당히 잘 나갔다(?). 난생 처음 헬리콥터를 타 봤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한 항공기제작 업체에 초청되어, 국산 수리온 헬기에 시승했던 것이다. 예전부터 헬리콥터는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그 기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 비행기(고정익)는 여행 가느라 몇 번 타봤지만 헬리콥터(회전익)는 타 본 적이 없었다. 그럴 기회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이 헬리콥터를 쉽게 탈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헬기 탑승은 필자의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오죽했으면 군대에서 헬기 강습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부러워했을까!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헬리콥터를 타게 됐으니 '잘 나갔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버킷 리스트를 하나 해냈다는 기쁨을 뒤로 하고 그날 오후 삼천포로 향했다. 다음날 삼천포항에서 출발하는 사량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미리 이동을 한 것이다. 사천시내에서 삼천포항까지는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 신수도 신수도항에서 경남 남해군 방면을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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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三千浦)의 유래가 된 물길 삼천(三千)리

 


삼천포(三千浦)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자. 삼천포의 근간이 된 삼천(三千)은 '물길 3000리'를 뜻한다. 고려 성종시대에 이 지역에 수세미 수취를 위한 통양창이 설치됐는데 개성에서부터 통양창까지 거리가 물길로 무려 3000리였다는 것이다. 개성에서 삼천포까지 직선거리는 약 400km 남짓이기에 육로로는 1000리 정도 되지만 남해안 일대와 서해안을 타고 가야 하는 조운로는 그보다 훨씬 더 먼 3000리였다. 그렇게 조운로의 물리적 거리가 삼천포의 유래가 됐다.

이후 삼천포는 진주, 고성, 사천 등 인근 여러 지역에 통합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러다 1956년 시로 승격해 삼천포시가 된다. 하지만 1995년에는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합쳐져 통합 사천시로 행정개편이 이루어졌다.

삼천포에서 출항하는 사량도행 여객선을 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 터미널에서 오전 6시(하계기준)에 출발하는 배편이 있고, 삼천포 신항에서 출항하는 오전 7시(하계기준) 배가 있다. 구터미널과 신항은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배편도 확인했으니 이제 다음날 사량도에 갈 일만 남았다.

'환상의 섬이라는 사량도에 가서 지리산에 오르는 거야. 내일 날씨도 무척이나 좋다는데 사량도 지리산에 올라가서 내륙에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는 거야! 그럼 섬 지리산에서 내륙 지리산을 보는 거잖아. 정말 멋지겠군!'

 

 


 
▲ 신수도 신수도는 섬 일주 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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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삼천포'에게 화풀이를 해대다

 

9월 27일. 배를 타지 못했다. 배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늦잠을 잤더니만 배 시간을 놓친 것이다. 다음날 일정이 있어 그날 다시 서울로 상경을 해야 했기에 다음 배를 타기에는 무리였다.

'정말 잘 나가다... 첫날 헬기 탄 걸로 만족하고 그냥 바로 서울로 올라갔어야 했나...'

자신의 게으름은 모른척하고 애꿎은 '삼천포'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일기예보대로 날씨는 무척이나 청명했다. 바닷바람도 상쾌했다. 하지만 필자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어시장 일대를 왔다 갔다 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갈매기 몇 마리가 새우깡을 달라는지 필자의 머리 위로 왔다 갔다 했다.

"이 배 어디로 가는 배예요? 혹시 사량도 가나요?"
"아니요. 이 배는 신수도 가는 배예요."
"신수도요? 거기가 어딘데요?"
"저기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에요. 여기서 10분밖에 안 걸려요."

어시장 근처에 풍차공원이 있어 그리로 향하다 항구 한 편에 정박해 있던 작은 여객선을 봤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신수도라는 섬을 오가는 배편이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섬이나 구경하고 가야겠다. 배 삯도 2천원 밖에 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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