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플로냐대평원: 대평원에서 바라본 주변 모습. 멀리 보이는 산에 눈이 쌓였다. 피레네 산맥 줄기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팜플로냐요새: 산티아고 순례길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걷는데 바뻐서 그러는지 순례자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3일차 / 맑음

- 스페인에 몇 번 와봤다고 여유가 있었다. 이러다가 된통 당하는 것인데 말이다. 실제로 당했다. 양 발바닥에 왕물집이 생기고, 야간트레킹에 내몰리고, 급기야 노숙까지!

- 전날 팜플로냐에서 트레킹화를 구매해서 새로 신었다고 했다. 도보여행 와중에 신발을 갈아신는 건 참 위험한 일인데 그 짓을 내가 한 것이다. 결국에는 왕물집이 양발에 제대로 잡힌 것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강렬함(?)이었다!

- 이날 일정은 pamplona를 출발해서 puente la reina-gares에 도착하는 코스다. 약 27km를 이동하는 코스니 좀 부지런히 이동을 해야했다. 하지만 팜플로냐요새(ciudadela de pamplona)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순례길 바로 옆에 위치한 문화유산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 팜플로냐요새는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었다. 전날 어두운 새벽에 어렴풋이 봤던게 바로 팜플로냐요새였던 것이다. 어두울 때 보는 것과 밝을 때 보는거랑은 꽤 차이가 컸다.

- 팜플로냐요새는 당시 Navarre의 수도였던 팜플로냐의 외곽을 수비하기 위해 1500~1600년대에 만들어졌다. 요새는 통상적으로 fortress로 많이 표현하는데 보시다시피 팜플로냐 요새는 ciudadela로 기재한다. citadel이라고도 불리는 ciudadela는 도시, 특히 도시와 인접해 있는 요새를 말한다. 팜플로냐에서 동쪽으로 약 120킬로 정도를 가면 하카(Jaca)라는 도시가 있는데 그곳에도 Ciudadela de Jaca라는 유명한 요새가 있다.

- 팜플로냐요새를 지나 본격적으로 트레킹에 나섰다. 드넓게 펼쳐진 팜플로냐 대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다시봐도 좋은 팜플로냐 대평원이었다.

- 트레킹 첫날이라 배낭 무게가 버거웠다. 인천공항에서 약 16kg로 체크됐고, 거기에 생수가 더해지니 약 17kg 정도가 된 것이다. 배낭 무게에다 신발도 길들여지지 않아서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후에 왕물집으로 발전하더라.

- 이날 목표지점은 puente la reina-gares였다. 시작점인 팜플로냐 알베르게에서 puente la reina-gares까지는 약 27km 정도가 된다. puente la reina-gares에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멋진 돌다리가 있는 곳이다. 팜플로냐 대평원을 넘어야 하니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하지만 이전에 두 번 넘어봤다고 만만하게 봤다. 해는 이미 넘어갔고, 다리는 아파왔다.

- 느그적거렸더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puente la reina-gares에 도착하니 이미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좀 불안했다. 알베르게가 닫은게 아니야? 그랬다. 공립 알베르게가 아예 닫혀있었다. 그래서 전에 묵었던 사설 알베르게로 갔다. 역시 문이 닫혔다. 호스텔도, 호텔도 다 문을 닫았다. 이걸 어쩌나? 첫날부터 노숙을 해야할 판이었다.

- 당혹스러웠다. 실질적으로 첫 날인데 첫날부터 왜 이러냐? 어차피 노숙할 거 밤길을 헤치며 약 7km 정도를 더 이동했다. 로마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면 로맨틱할 거 같았다. 하지만 새벽 강바람이 얼마나 춥겠나! 그렇게 해서 cirauqui라는 곳에 도착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마을 초입에 노숙하기 좋은 썩 괜찮은 벤치가 있었다. 그곳에 자리를 세팅하고 누웠다. 공항에서 배낭을 넣으려고 김장봉투를 하나 준비해서 왔는데 기가 막히게 잘 써먹었다.

- 4년 만에 다시 순례길에서 노숙을 했다. 핫팩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침낭 안에 핫팩을 넣으니 발쪽이 덜 시려웠다. 핫팩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추웠을 거다.

- 스페인의 밤하늘은 참 별이 많았다. 노숙을 하며 별도 헤아려봤다. 그렇게 순례길의 첫날이 종료됐다. 아이고 추워라!

 

 

 

* 팜플로냐요새: 별 모양을 한 기본 성채에다 방어력을 더 증강시키려고 성벽을 더 두른 모습이다. 겹성 형태를 띄는 것이다.

 

 

 

* 팜플로냐요새: 전시되어 있는 대포

 

 

 

 

 

* 2023년 12월 17일 일요일: 4일차 / 맑음

- 역시 겨울철 노숙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장봉투에 핫팩까지 있다고 하더라도 겨울 노숙은 겨울 노숙이다. 그래도 바스크 지역의 수많은 별빛들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어서 눈이 호강했다. 하긴 추워도 코 골면서 잔 거 같다.

-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8시쯤 떴다. 굳이 빨리 일어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밝아졌을 때 침낭 정리를 했다.

- 잠을 잤어도 충분하지 않았고, 왕물집도 생겨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더이상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버스를 타고 estella(에스텔라)로 점핑하기로 했음.

- 알베르게 문이 닫혀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cirauqui에서 estella행 버스를 탔다. 요금이 2.5유로였고, 버스 기사에게 직접 돈을 건냈다. 오전 10시 40분경 버스였다.

- 에스텔라까지는 약 20분도 안 걸렸다. 2018년애 묵은 알베르게, 즉 공립 알베르게에 묵으려고 했는데... 공립 알베르게는 열리지 않았다.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그래서 결국 2019년에 묵었던 albergue hosteria de curtidores로 갔다. 처음부터 이리고 올 걸 그랬다. 사설 알베르게라 그런지 시설이 양호했다.

 

 

 

* 팜플로냐 jesus y maria albergue: 공립 알베르게치고는 상당히 시설이 좋다.

 

 

 

 

* 팜플로냐대평원

 

 

 

 

* 팜플로냐대평원 바람의 언덕에서

 

 

 

 

* 노숙하기 좋은 cirauqu라는 동네의 벤치

 

 

 

* puente la reina-gares에 있는 로마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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