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녀원 알베르게: 성탄절 이브에 미사를 함께 보고, 작은 파티를 함께 즐겼다. 저기서 한국말로 '징글벨'을 불렀다. 그렇게 부르는데 이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것이다. 징글벨이 한국 노래가 아니었나?ㅋ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Iglesia de Santa María del Camino 성당

 

 

 

 

*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11일차 / 안개

- Carrion de los condes 알베르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루시아님은 여기서 약 30km 떨어진 Moratinos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난 여기서 Leon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 새벽 시간이었다. 속이 매시꺼우면서 울렁거렸다. 위장약을 꺼내 먹고 누웠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어 다시 소화제를 먹고 누웠다. 그래도 울렁거림은 여전했다. 화장실을 갔더니 구토 증상이 있어 크게 카~악을 했다.

- 솔직히 저녁에 뭐를 크게 잘못 먹은게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순례길 걷기는 여기까지... 라는 하늘의 계시인거 같았다. 구토를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뱃속에서 가스가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용트림 같은 카~악으로 뱃속이 편해지다니... 그것도 좀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용인가?ㅋ

- 새벽 6시 30분 경이었다. 루시아님은 Moratinos를 가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루시아님과 더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제 난 스페인 버스 여행을 해야 한다.

- Carrion de los condes 도착했을 때 분명 레온(Leon) 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봤다. 그런데 이날은 없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배차가 있는게 아니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있는 거다. 더군다나 이날이 성탄절 전날이 아닌가! 당연히 버스가 없는 것이다. 알고보니 버스는 26일 화요일에 있다고 했다.

- 별 수 없었다. 나아갈 수도 없고, 그냥 수녀원 알베르게에 머무를 수밖에... 성탄절 주간을 이곳 수녀원 알베르게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오후 8시에 인근 성당에서 성탄 미사가 있어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참가를 했다. 사찰만큼이나 성당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 미사가 끝난 후에 알베르게에서 수녀님들이 작은 파티를 열어주셨다. 수녀님들이 '코리안 캐롤'을 부르라고 해서 '징글벨'을 한국말로 불렀다. 어쨌든 함께 박수를 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수녀님이 따라주신 샴페인도 맛났다.

- 이렇게 타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서로 격려해주고, 보듬어주고... 각박한 우리 삶에 한 박자 쉼표같은 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 Iglesia de Santa María del Camino 성당의 내부

 

 

 

 

 

* 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12일차 / 안개

-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레온 가는 버스가 없었다. 그래도 바르(bar)는 열렸다. 성탄절에 바르가 열려 무척 고마웠음.

- 크리스마스였음에도 순례자들은 계속 Carrion de los condes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 커피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청년이 있었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하다 '칼디커피'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그 청년은 고향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 프랑스 리옹 출신 순례자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요리사란다. 이 요리사 순례자가 만들어준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다. 알베르게에서 프랑스 출신 셰프가 해주는 요리를 먹다니! 이 알베르게에서는 좋은 일들만 계속 일어났다.

- 나를 제외하고 총 5명의 순례객이 있었는데 이들은 프랑스 4명, 스위스 1명이었다. 이들이 한국인 순례객을 좀 꺼려한다는 말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난 한국인들을 변호했다. 영어나 스페인어가 안 되니 그런 거다.

 

 

 

* 프랑스 아재: 순례길 마니아인 그의 크레덴셜. 이 프랑스 아재는 순례길만 수십 차례 완주했을 정도로 순례길 마니아였다.

 

 

 

* 셰프: 프랑스 리옹 출신 셰프. 세프가 해주는 요리라서 그런지 맛이 달랐다. 싹싹~ 긁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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