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길 표식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안개낀 순례길: 메세타평원 구간은 안개가 자주 낀다.

 

 

 

 

 

*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9일차 / 안개

- 이날의 목적지는 프로미스타(Fromista)로 약 26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아침부터 안개가 너무 짙게 끼였다. Castrojeriz를 벗어나 언덕돌탑으로 올라갔을 때도 주위가 다 안개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메세타 평원의 풍광이 무척 인상적이고, 광활한데... 그걸 이번에는 못 보고 간다.

-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공립 알베르게도 문을 닫을 정도였다. 그래서 같은 순례자인 루시아님은 틈만나면 알베르게 검색을 했다. 걷는 것도 버거운데 알베르게 오픈 여부를 계속 체크한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부지런한 루시아님 덕분에 프로미스타에 있는 betania 알베르게에 손쉽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 betania 알베르게는 가정집을 개조한 사설 알베르게로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은 2019년 때에도 묵은 적이 있었다.

 

 

* 안개와 나무

 

 

 

*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10일차 / 맑음

- 계속 언급한 것처럼 겨울 카미노는 알베르게 잡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꾸준히 알베르게 업데이트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계속 그 작업을 루시아님이 해주셨다. 길을 걷는 것도 어려운데 객식구(?)의 예약일까지 도맡은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결 수월하게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다.

- 이날은 Calzadilla de la cueza까지 가려고 했다. 프로미스타에서 Calzadilla de la cueza까지는 약 35km 정도인데 이렇게 이 구간을 치고 가면 이후 일정이 손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나를 제외한 다른 순례자들의 일정이다. 난 프로미스타 이후로는 보너스 개념이기 때문이다.

- 사정이 생겨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까지만 가기로 했다. 원래 가기로 했던 곳의 숙소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리온까지만 갔는데 프로미스타에서 카리온까지는 약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오전 내내 거의 안 쉬고 왔는데 중간에 바르가 다 문을 닫은 것이다. 성탄절 주간은 알베르게는커녕 바르도 문 여는 곳이 많지 않다.

- 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프로미스타 - 카리온 구간은 재미가 없다. 차도 옆에 길을 걸어서 그렇다. 차 소리도 별로고, 매연도 싫다. 그래서 이 구간은 사진도 별로 안 찍고 열심히 걷기만 했다.

-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음. 이곳 espiritu santo 알베르게는 수녀원에서 운영을 하는데 전에도 2번이나 와서 숙박을 했음. 지금이 3번째인데 3번 모두 좋았음. 시설도 좋고, 관리하시는 분도 좋고... 모든게 다 만족스러웠음. 원래 일정대로 가지는 못했지만 이 수녀원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아쉬움을 좀 덜어낼 수 있었음.

- 광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음. 이후 루시아님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음.

 

 

*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

 

 

 

* 프로미스타(Fromista) 가는길

 

 

 

 

* 프로미스타(Fromista)

 

 

 

 






* 순례자: 순례자 조형물과 내 배낭. 잘 어울리나? villalcazar de sirga에서.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fromista: san pedro 성당.





* fromista: san pedro 성당 야경.





* 2020년 1월 4일 토요일: 19일차 / 흐리다 갬

1. fromista에 있는 betania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 30분경 체크아웃했음. 보르도 출신 프랑스인 3명과 함께 1박을 했는데 이들의 이름이 재밌었음. 엠마, 폴, 기윰이었는데... 기욤을 빼놓고선 다 영어 이름으로 보였으니까. 하긴 보르도 지역은 영국과 오랜동안 관계가 있는 지역이었으니까. 그 지역에 영국과 관련된 흔적들이 짙게 베어있을 수도 있지.

2. betania는 가정집 알베르게였다. 신앙심이 깊은 주인장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탄복했다. 알베르게 주인장이라는게 참 쉽지 않은 직책인데 싫은 내색없이 순례자들을 한 명 한 명 맞이하더라. 자신의 생활 공간 한 곳을 순례자들을 위해 내놓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덕분에 따뜻하게 하룻밤을 잘 보냈다. castrojeriz에서는 너무 춥게 잤는데...

3. 길을 걷다 배가 고파 villalcazar de sirga라는 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작년 순례길에서도 들러 점심을 거하게 먹은 곳이다. 이번에도 점심을 거하게 먹을 생각으로 치킨샐러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다보니 몸이 너무 축 늘어지는게 아닌가. 식사를 하면 기운이 나야하는데 오히려 반대가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바르 위에 있는 호스텔에서 1박을 할까 라는 생각까지 했을까! 몸이 축나긴 축난 것이다.

4. 겨우겨우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은 carrion de los condes라는 곳을 향해가는데 이곳은 작년 순례길에서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식사를 한 villalcazar de sirga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는 약 6km 정도 걸린다.

5. 식사를 할 때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아찔해서 6km는커녕 6m도 못 움직일 거 같더니 어찌어찌해서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그 원동력은 똥이었다. 아침도 점심도 좀 과하게 먹었더니... 몸이 축쳐졌던 건 온데간데 없고 발에 모터가 달리기 시작했다. 한 3km 정도를 갔을 때는 노상방변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하게됐다. 하지만 오늘 길은 노상방변을 하기에 적당하지가 않았다. 자동차 도로를 옆에 끼고 걷는데다 몸을 가려줄 숲길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6. 난 똥 마려운 순례자가 되어 점심 먹을 때의 축 쳐진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엉덩이를 붙잡고 종종 걸음을 치는 내 모습이란...ㅋ

7. carrion de los condes 초입에 있는 바르에 들어가 화장실도 보고 간식으로 또르띨라도 먹었다. 해우소도 가고 민생고도 해결하고. 꿩먹고 알먹고...ㅋ

8. 작년에 이어 올해도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알베르게에 체크인했다. espiritu santo 알베르게는 7유로임에도 시설이 참 좋았다. 오늘 점심의 헤프닝은 이 알베르게로 오라는 신의 계시였던 거 같다.

* 이동거리: 약 21km

* 누적거리: 387km



* villalcazar de sirga 성당.

* 2020년 1월 5일 일요일: 20일차 / 맑음

1.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경 체크아웃함.

2. 오늘 길은 재미가 정말 없는 길이다. calzadilla de la cueza까지 가는 길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길이었다. 약 17km에 달하는 carrion de los condes - calzadilla de la cueza 사이의 길은 작년에도 재미없게 걸었던 길이다. 17km 사이에 바르는커녕 마을 하나 못 본 구간이니까. 혼자 걸었으면 정말 늘어졌을 구간이었다.

3. calzadilla de la cueza에 있는 바르에서 햄버거를 먹었음. 햄버거가 무슨 음식처럼 나왔음.

4. 오늘은 어제처럼 몸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음. 그래서 sahagun까지 가려했음. 그러면 38km를 가야했음. 하지만 갑자기 배가 아파왔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계시인 듯... 그래서 moratinos의 마을 초입에 있는 hostal morations 알베르게에 잠시 멈춤. 이 알베르게에는 1층에 바르가 있음. 그래서 바르에서 콜라를 시켜놓고 화장실을 가서 일을 봤음. 알고보니 공사를 한다고 단수, 단전이 된 것임. 결국 변기 안에 내 흔적을 남겨놓고 민망한 상태로 나와 콜라잔을 들었음. 상황은 민망했지만 그래도 콜라는 맛있었음.

5. sahagun까지 약 9km 정도가 남아서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었음. hostal moratinos에 오후 4시 20분경에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뒤끝을 남겨놓고 가는게 거시기했고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었음. 그래서 hostal morations에서 1박을 하기로 함.

* 이동거리: 29km

* 누적거리: 416km



* calzadilla de la cueza 마을: 거의 3~4시간 만에 처음으로 마을이 나타났다.

* 2020년 1월 6일 월요일: 21일차 / 짙은 안개

1. 9시 30분경 hostal morations 알베르게에서 체크아웃함. 역시 한국인 단체 순례자들과 함께 알베르게를 쓰면 썩 좋지가 않음. 이 알베르게에는 나를 포함한 5명의 한국인이 1박을 했음. 다른 숙박객들은 없었음. 그렇게 5명이서 한 방을 썼는데... 한국인들만 그것도 아는 얼굴들만 있다보니 알베르게의 규율이 깨진 것이다. 밤 10시에는 소등을 해야하는데 11시가 넘어서까지 불을 켜고 소음을 냈던 것이다.

2. 전날 sahagun까지 가지 못했던 걸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제는 단체 한국인들은 좀 피해야 할 거 같다. 괜히 내가 옆에 가봐야 꿔다 둔 보릿자루가 될테니...ㅋ

3.그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새벽에 복통을 앓았다. 트림이 계속나왔고, 속이 울렁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오바이트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새벽에 알베르게 2층 테라스를 계속 뱅뱅거리며 걸었다. 마침 알베르게에 널찍한 2층 테라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걷다보니 좀 속이 풀리더라.

4. 아침부터 안개 짙게 끼었다. 오후까지도 계속 안개가 끼어 있어 시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안개보다는 화창한 날씨가 좋다. 안개 속을 걸으면 좀 음산한 기운이 드니까.

5. sahagun에 갔더니 슈퍼마켓이 다 문을 닫은 것이다. 오늘은 대축일이라 하여 휴일이라 한다. 어쩐지 월요일인데 문을 닫은 곳이 많더라.

6. 오늘은 el burgo ranero라는 곳까지 가는데 약 26km 정도를 걸어야했다. 안개도 끼고 길도 재미없고 했다. 대신 간간이 렌페 열차가 지나가서 손을 흔들어줬다. 저 기차를 잡아 타고 확 가버려? 응?

7. el burgo ranero를 약 3km를 남기고 다리가 너무 아팠다. 햄스티링이 또 도진 것이다. 이 다리 상태로 순례길을 다 완주할 수 있을까?

8. el burgo ranero 공립 알베르게에 오후 5시 30분경 도착함. 관리자가 공석이라 스스로 명단을 작성하고 스탬프도 찍었다. 기부제 알베르게라 돈은 내일 내도 된다. 안 내면 좀 그렇고...ㅋ

* 이동거리: 26km

* 누적거리: 442km




*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공립알베르게: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곳임.






* aragon 표지석: 옛 아라곤 왕국의 문장을 석각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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