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녀탕: 보다시피 선녀는 없고 아저씨만...

 

 

 

 

 

 

 

2021년 5월 21일 금요일 / 여행 3일차

 

전날 오전에 양양 낙산사를 방문한 후 오후에는 선림원지를 탐방하려고 했다. 선림원지는 유명한 미천골에 자리잡고 있는 폐사지인데... 가보니 미천골 휴양림이 일대 공사중이었다. 휴양림을 통과해야 선림원지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선림원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덕분에 터벅터벅 한 15km 정도 걸은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양양 읍내로 돌아왔는데 돈도 아낄겸 2만 5천원 짜리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휴~ 눈이 높아진 건가? 전에는 실내에서만 자도 감지덕지한 적이 있었다. 뭐 가난뱅이 여행자들은 그 말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2만 5천원 짜리 여관은 정말 딱 그 수준이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우울하고... 성인방송도 안 나오고...ㅋ

 

전날 선림원지 답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우울한 마음을 씻겨줄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해서 오색약수로 유명한 남설악산 주전골 계곡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오색약수 입구

 

 

 

 

 

 

 

양양 읍내에서 오색약수로 향하는 1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데 시골버스치고는 배차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25분 가량 이동을 하는데 차창밖 풍광이 아름다워 지루하지가 않다. 그냥 시내버스만 타도 신나는 여행이 된다. 사실 이 길은 국도 44호인데 이 길을 따라 가면 한계령을 넘어 인제군에 닿을 수 있다. 그러니 차창밖 풍광이 아름답지! 버스에서 내리면 우뚝 솟아있는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여러분의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 온 몸을 감싸듯 강렬하게 전해지는 돌산의 딴딴한 기운! 그 기운에 흠뻑젖어 보는거다!

 

그렇다. 설악산은 누가뭐래도 우리나라 제일의 골산이다. 바위산이다. 독특한 형상을 자랑하는 바위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자신이 신선이 되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만큼 설악산이 발산하는 아우라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오색약수터 -> 성국사(오색석사) -> 독주암 -> 선녀탕 -> 용소폭포 -> 용소폭포탐방로

 

약 3.2km 로 정도되는 코스인데 지형특성상 원점회귀를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약 6.4km로 정도된다. 돌산, 즉 '악'자 들어가는 산은 보기는 멋있는데 직접 탐방하려면 겁부터 난다. 하지만 이 코스는 길이 순하다. 정식 명칭이 <오색주전골 자연관찰로>인데 둘레길 수준이다.

 

트레커는 오색약수를 가장 먼저 만난다. 주전골 계곡은 잘 모르더라도 오색약수는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다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래전 이 인근에 오색석사(五色石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이 사찰은 성국사로도 불렸다. 그 사찰의 승려가 계곡 너럭바위 위에서 용출되는 샘물을 발견했기에 오색약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경내에 다섯 가지 색의 나무가 있다하여 오색석사라는 이름을 가졌다는데 아무래도 알록달록한 단풍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색약수가 있는 곳은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이니까!

 

계곡 너럭바위 위로 뿜어져나와서 그런지 오색약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약수터의 모습이 아니다. 경사면 한쪽에 배관 같은 구멍이 있고, 그 사이로 졸졸졸 물이 흘러나오는 통상적인 약수터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가지도 걸려있고, 주인대신 석유통 같은 물통이 줄을 서 있는...ㅋ

 

계곡과 구별되지 않는 구조라서 그런지 오색약수는 비가 많이 오면 계곡물에 잠기게 된다. 실제로 2006년도에 비가 많이 와서 오색약수가 훼손됐다. 지금의 모습은 그 이후에 복원한 것이고, 2011년도에는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지정된다. 참고로 오색약수는 두 개의 구멍에서 뿜어져나온다. 또 인근에는 오색온천이 용출되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선녀들처럼 노천에서 즐길 수는 없고, 욕실을 갖춘 숙박시설에 들어가야한다.

 

눈이 많이 와도 오색약수의 형태는 구별이 안 될 거 같다. 설악산도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눈이 많이 왔을 때 오색약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주전골계곡

 

 

 

 

 

 

* 주전골계곡

 

 

 

 

 

 

 

이제 본격적인 주전골 탐방에 나선다. 초입부터 돌산의 계곡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거북바위. 공룡알 바위 등등... 형태도 제각각인 바위들이 트레커들을 반긴다. 원시림 같은 때묻지 않은 계곡의 숲이 있어 더 기분 좋은 길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성국사에 도달할 수 있다.

 

성국사는 오색약수의 어원이 되어준 오색석사의 다른 이름이다. 주전골의 어원도 이 사찰에서 나왔다고 한다. 오색석사에 있던 어떤 중이 엽전을 위조했다하여 이 일대가 '주전골'이라고 불리게됐다는 것이다. 오색약수도 그렇고 이 사찰에서 많은 것들이 뻗어나왔던 거 같다.

 

성국사는 도의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도의선사는 신라 말기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가지산문을 창시했던 고승이다. 구산선문은 경전 위주의 교종과는 달리 수행에 중심을 둔 선종의 9개 선문을 말한다. 한마디로 신라 말기에 9개의 선종 문파가 산을 중심으로 세워졌다는 것이다. 그중 도의선사는 장흥의 가지산문에서 선종 불교의 진흥을 위해 힘썼다는 것이다.

 

사실 울산 언양에 있는 가지산이 훨씬 더 유명하다. 영남알프스에 포함되니까. 하지만 도의선사가 세운 가지산문은 전라남도 장흥군에 있다. 착오가 없으시길.

 

숲길에서 잠깐 벗어나 성국사 경내로 들어가보자. 계곡 안쪽에 있는 성국사는 작은 사찰로 좀 허전해보인다. 살짝 폐사지의 느낌도 전해진다. 이런 성국사에 양양 오색리 3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3층 석탑은 전형적인 신라 말기시대 석탑으로 한적한 경내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보물 제497호로 지정된 3층 석탑은 무너져있던 것을 1971년에 복원을 했다.

 

2중 기단 위에 3층짜리 탑신석이 올려진 석탑은 상층 기단부분과 1층 탑신 부분이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다. 아래쪽에 네모난 택배 상자 같은 부분은 상층 기단이다. 탑신이 아니다. 4층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2층 탑신은 급격히 줄어들어 상승감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오래된 탓인지 옥개석의 모서리 부분은 훼손된 부분이 많다. 그리고 3층 위쪽 상륜부도 훼손되어 있다.

 

양양 오색리 3층석탑의 가장 큰 매력은 주위의 산들과 어우러져있다는 것이다. 빽빽하게 숲이 들어선 산 중에 공터처럼 성국사가 자리잡고 있고, 그 한쪽편에 3층석탑이 있으니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에 사람의 인공미가 가미된 모습이다. 이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원래 둘이 하나였던 거 같다.

 

이 밖에도 성국사에는 돌사자 같은 석재들이 남아 있다. 한쪽 편에는 또다른 탑의 잔해물들이 있다. 예전에는 다른탑도 서 있었던 것이다.

 

 

 

 

 

* 양양 오색리 3층석탑

 

 

 

 

 

 

 

* 독주암: 가운데 있는 바위가 독주암이다. 한 명 정도는 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경내를 벗어나 걷다보니 계곡 한쪽편에 독주암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보인다. 혼자 앉아 있기도 비좁다하여 독주암이라 불리는데 이 바위는 주전골 최고의 비경이라고 불린다.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듯 계곡 옆에 우뚝 서 있는 독주암은 그 자체로 절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진 풍광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다. 우뚝 솟아있는 바위들에 넋을 잃었다. 장가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아무리 완경사라고 하지만 계곡길은 계곡길이다. 바위도 많고 잔돌도 많다. 이 길을 걸으시려면 운동화보다는 트레킹화 이상을 신으셨으면 한다. 어떤 분들은 구두를 신고 오시기도 하던데 좀 위태로워보였다. 계곡이니만큼 미끄러운 구간이 많다.

 

길을 계속가다보니 선녀탕이 보였다. 선녀탕은 탐방로에서 벗어나 그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선녀가 있을까 하고 바로 앞까지 갔지만... 사진에서 보이듯 어떤 아자씨만 있었다. 분풀이는 나뭇꾼에게 해야겠다. 요즘은 나뭇꾼도 가스보일러 때나?ㅋ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에머랄드색의 물빛이 참 매력적으로 보인다. 선녀들이 은밀하게 노닐만 하다. 그런 에머랄드 빛깔은 마지막 탐방지인 용소폭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가 귀를 정화시켜준다. 용이 노닐만한 곳이다.

 

이렇게하여 주전골 계곡 탐방을 마쳤다. 눈이 호강하고, 귀가 맑아지는 트레킹이었다. 또 공기는 얼마나 좋은가. 한 1년쯤 젊어진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3.2km를 걷는동안 필자는 계속 어깨춤을 추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계속 미친놈처럼 어깨를 들썩였던 것이다. 이런 느낌은 인근에 있는 천불동계곡에서도 느껴본 적이 있다.

 

- 어떤 느낌?

- 신선이 된 느낌!

 

 

 

 

 

 

 

* 용소폭포

 

 

 

 

 

 

 

*만경대: 사진 중앙 상단에 있는 것이 만경대다. 설악산에는 여러 만경대가 있다. 이 주전골 만경대는 47년동안 페쇄됐다 2016년에 다시 개방됐다. 하지만 가을철에만 개방한다고 하니 탐방을 원하시는 분들은 꼭 확인을 하셔야한다.

 

 

 

 

 

 

 

 

* 주전골: 만물상

 

 

 

 

 

 

 

*** 남설악 주전골 가는법

 

1. 서울 경부터미널에서 양양행 고속버스 탑승. 약 2시간 소요됨.

2. 양양버스터미널에서 오색약수행 시내버스 탑승. 약 25분 정도 소요됨. 배차시간은 1시간에 1대 정도임.

3. 코스는 3.2km이나 지형 특성상 왔던 길을 다시 와야하는 왕복 코스임. 그래서 6.4km 정도됨. 정류장에서 이동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총 7km 정도 예상함.

4.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오색약수행 시외버스도 있음. 하지만 편수가 많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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