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산 역사트레킹> 정조대왕을 생각하며 행했던 역사트레킹___ 2편입니다.

 

 

 

울창한 숲길, 삼막계곡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삼막천을 따라 이동을 한다. 삼막천은 삼성산에서 발원된 작은 하천으로 그 상류 위쪽에는 삼막사가 터를 잡고 있고, 그 하류에는 현재 만안교가 놓여있다. 만안교를 지난 삼막천은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안양천과 합수된다.

복날이 한참 남은 5월이었지만 날씨는 한여름이었다. 땀방울이 눈앞을 가릴 정도로 흘러내렸다. 봄소풍 같은 역사트레킹을 기대했지만, 때 이른 더위로 자꾸 나무그늘만 찾게 됐다. 필자도 지쳐갔고, 팀원들도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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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막계곡 밖에는 햇살이 강했지만 계곡 안쪽 숲길은 나무그늘이 져서 트레킹 하기에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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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막계곡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솟구쳤다. 계곡을 끼고 있는 숲길로 들어선 것이다. 아무리 강한 직사광선이 내린다고 해도 숲속에 있으면 탈진할 일이 없다. 숲속이 강력한 '선크림'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한 여름이라도 숲 속에 있으면 탈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한 나무그늘에 있으면 원기가 회복된다. 이런 숲길을 걷는다면 한 여름 태양 아래에서도 트레킹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듯 싶었다.

1시간 정도 계곡 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삼막사에 도착했다.

 

 


불국사보다 더 오래된 삼막사

삼막사는 677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원효, 의상, 윤필 3대사가 막(幕)을 치고 수행을 하다가 그 후에 절을 지으니, 그 절이 삼막사가 된 것이다. 삼성산의 명칭 유래도 마찬가지다. 원효, 의상, 윤필의 성인이 수도를 한 곳이라 하여 삼성산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지산이다.

서두에서 필자는 삼막사가 불국사보다 더 오래된 연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개창 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불국사의 창건은 751년으로 잡는다. 그러면 삼막사가 불국사보다 무려 70년 정도 앞선 연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유서가 깊어서인지 삼막사에는 수많은 선승들이 머무르며 수도에 정진했다. 신라 말에 도선국사, 고려시대에는 나옹선사,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와 사명대사,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 특히 조선왕조 개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무학대사는 삼막사에서 새로운 왕조에 대한 융성을 기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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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막사 산 정상 능선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삼막사는 사방이 트여있는 형세다. 그래서 좋은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올해 3월 달에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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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막사 돌부적 지운영이 그린 돌부적. 지운영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의 형으로,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는데 그림과 글씨에 능했다고 한다. 지운영은 한 때 삼막사의 한 암자에서 은거하며 수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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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선승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는 건, 달리 말하면 삼막사가 좋은 기운을 품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멀리서 삼막사를 봤을 때, 기운이 사방으로 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막사는 정상부 능선 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 그곳에 올라서면 멀리 인천과 서해바다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데 그런 입지적 조건이 삼막사의 기운을 '쾌'하게 생성시키는 것 같았다. 이런 좋은 기운 때문인지 삼막사는 조선시대부터 남왈삼막(南曰三幕)으로 지칭됐다. 또한 진관사 등과 함께 서울 인근의 4대 명찰로 불리게 됐다.

삼막사에는 무학대사가 중수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1880년(고종 17년)에 지어진 명부전과 그 다음해 지어진 칠성각 등의 당우(堂宇)들이 배치되어 있다. 또 고려중기 시대에 건립된 3층 석탑과 조선 후기시대에 제작된 아미타삼존불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낮에는 세상을 집어 삼킬 듯 강력하게 내리쬐었던 해가 어느덧 서쪽 하늘에 걸려 '붉은 노을'이 되어 있었다. 삼막사 부근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일품이라, 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삼막사 아래에 있는 염불암 탐방을 끝으로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무사히 종료가 됐다.


정조대왕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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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구릉 삼막사 위쪽에 가면 바위구릉이 있는데 그 곳에서 바라본 관악산 연주대 방면. 관악산이 돌산이라는 사실을 이 바위구릉에 올라서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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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마치기 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보겠다.

앞서 필자는 만안교에 얽힌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을 언급하였다. 인근백성들이 '만년동안 편한하게' 건널 수 있도록 튼튼한 돌다리를 축조하고, 그 이름을 직접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백성을 중시했던 정조대왕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능행차 중, 격쟁(擊錚)을 통해 백성들의 호소를 직접 듣고 '민원처리'까지 해주던 개혁군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것이다.

만약 정조대왕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수장이었다면 어떤 조취를 취했을까? 뚱딴지 같지만 필자는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정조대왕이 수장이었다면 최소한 '청와대는 재난 수습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말을 두 번이나 하며,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자신들의 책임을 등한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경호의 원칙을 스스로 깨면서까지, 단순 조문객을 유족으로 둔갑시켜 '조문 빅 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느긋하게 용상에 앉아 행하는 '착석 사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조대왕이 수장이었으면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책임을 통감하며, 크게 사죄하고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했을 것이다. 자신의 책무를 발뺌하지 않고, 백성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을 것 같다.

200여 년 전 백성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튼튼한 돌다리를 축조해 준 정조대왕이 그리운 봄날이다.


● 도움말

1. 삼성산 역사트레킹 코스: 만안교 ▶ 경인교대 정문 ▶ 삼막사 초소 ▶ 삼막계곡 ▶ 삼막사 ▶ 염불암 ▶ 안양예술공원

2. 이동거리: 약 8km / 소요시간: 약 4시간(쉬는 시간, 삼막사 일대 탐방 시간 포함)

3. 삼성산 역사트레킹은 삼막천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중간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음. 또한 삼막계곡을 통과하기에 한 여름에도 트레킹을 진행할 수 있음.

4. 교통편: 수도권 전철 관악역 1번 출구에서 하차하여 남쪽으로 500미터 정도 이동하면, 만안교에 닿을 수 있다. 종료 한 후에는 안양예술공원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관악역으로 이동함. 안양예술공원과 관악역은 버스로 5분 거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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