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두껍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꾹 참고 써본다. 내가 추천하는 브런치북은 <트레킹은 생각창고>다. 그렇다. <트레킹은 생각창고>는 내가 쓴 작품이다. 잘나도 내 작품, 못나도 내 작품이기에 염치불구하고 추천을 해본다.

 

<트레킹은 생각창고>는 사연이 많은 원고다. 이 원고의 오리지널 제목은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이었다. 오리지널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이 원고는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서 행한 역사트레킹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트레킹은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트레킹을 행하며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아주 고급진 아웃도어 활동이다. 역사트레킹은 아웃도어에서 행해지는 터라 요즘 같이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는 시절에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원고들에는 내 역사트레킹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져있다. 처음 작성했던 원고가 2013년도였고, 브런치북으로 간행된 것이 2020년 6월이었으니 약 7년이란 시간동안 숙성이 된 원고라는 뜻이다.

 

 

 

 

 

 

 

7년 동안 자연 상태로 두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휘저었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에필로그인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총 20화로 엮었는데 재작성만 10번 이상을 한 꼭지도 있었다. 그렇듯 재작성도 만만치가 않았다. 글을 새로 한 편 쓰는 정도의 에너지가 들 필요했으니까. 그만큼 제대로 쓰고 싶었고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원고가 손이 많이 갔다는 건 외부적인 충격이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이 원고는 출간 제의를 3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3번 다 처참할 정도로 차였다. 그렇게 출간이 불발됐으니 이렇게 브런치북 공모전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이번 공모전까지 떨어지면 도대체 몇 번을 차이는 거지?

 

- 우리출판사는 역사서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내용을 보강해주세요.

- 적어도 30꼭지는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분량으로는 부족합니다.

- 트레킹에 중점을 둔 실용서가 우리의 방향입니다. 맛집이나 주변관광지를 포함하는 건 당연하고요.

- 글 앞뒤에 있는 에세이 부분을 더 강조해주세요.

 

각기 다른 3곳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다보니 요구 멘트도 중구난방이었다. 거기에 휩쓸리듯 원고에 손을 댔던 것이다. 그러니 재작성을 10번 이상한 원고도 나오게 됐다. 제목도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에서 <트레킹은 생각창고>로 변경을 하게 됐다.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쓰고 고치고를 여러번 하다보니 웬만한 오탈자나 비문은 다 잡아냈다. 추가된 내용들도 원문글에 잘 녹였다. 시간이 갈수록 잘 숙성 된 듯싶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읽기만 하면 되는데...

 

10km짜리 역사트레킹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00km 이상을 탐방해야 한다. 한 번 갔던 길을 여러번 반복해서 가야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길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또 가고, 또또 가야 하는 것이다.

 

<트레킹은 생각창고>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더 알찬 내용을 담기위해 눈을 비비며 글을 작성했었다. 역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교차검증을 철저히 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걸린 적도 있었다. 그만큼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못난 그림 솜씨로 지도도 그려 넣었을까! 이해도를 높이려고 그랬던 것이다.

 

그렇게 공을 들여서 만든 <트레킹은 생각창고>였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신통치가 않다.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게 글이 길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설명식의 딱딱한 글이어서 그런가?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하지 않던가. 성적이 좋든 나쁘든 <트레킹은 생각창고>는 내게는 자식처럼 아주 소중한 존재다. 잘났든 못났든 어쨌든... 내 소중한 작품이다.

 

 

*** 브런치북을 소개하는 공모전에 출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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