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산티아고 대성당




*여행 31일차: 2019년 1월 10일 목요일 맑음

1. 오전 8시 30분 출발함. 허리 아픈 것이 다시 도졌음. 그래서인지 속도 내기가 어려웠음.

2. 오늘은 여러번에 걸쳐 오르막내리막이 있었음. 어려운 높낮이는 아니었지만 허리가 아파서 느림보 걸음을 해야했음.

3. 오는 중에 숲길을 여러번 만났음. 꽤 아름다운 숲길이었음. 5년 전에 분명히 이 길을 걸었는데 왜이리 새로운 건지...ㅋ

4. 드디어 문어 요리로 유명한 melide(멜리데)에서 뽈뽀(문어) 요리를 먹었음. 내가 들어간 집은 조금 짠맛이 났음. 어쨌든 잘 먹었음.

5. 바르가 찾기 어려웠음. 그래도 전날보다는 낫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르 찾기가 어려웠음.

6. 허리가 아픈 상태로 약 29km를 걸었음.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 30km 정도를 걸으니 정말 꽝이었음! ^^;

7. 5년 전에 묵었던 arzua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함. 예상 시간보다 늦어져 오후 5시 30분 도착함.





* 산티아고 가는길




* 양떼목장?





*여행 32일차: 2019년 1월 11일 금요일 맑음

1. 날씨가 참 좋았음. 안개도 끼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았음.

2. arzua 공립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경 출발함. 오늘은 santiago de compostela 입성을 앞 둔 날이라 그렇게 무리해서 갈 필요가 없었음. 오늘의 목적지는 o pedruzo(arcaopino)임. 약 22km 정도만 이동하면 됨.

3. 오늘 길은 숲길이 많아서 걷기에 좋았음. 왜 5년 전에 걸었던 길인데 왜이리 생소한지...ㅋ

4. 처음에는 언제 끝나나 했는데 이제 진짜 끝나는구나! 산티아고 콤푸스텔라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구나!

5. 하여간 먼 길 정말 열심히 잘 걸어왔고, 앞으로 남은 20km도 건강하게 잘 걸어서 꼭 건실하게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합시다!

6. 산티아고 순례길이 막바지에 다다라서 그런가? 목적지인 o pedruzo를 약 2km 정도 더 지나쳐서 빽차를 해야했음. 거의 20분 이상을 왔던길로 되돌아갔음. 5년 전에도 이랬나?^^;

7. 5년 전에 묵은 공립 알베르게에 입실했음.





* 멜리다(melida): 문어 요리로 유명한 도시. 그곳의 돌다리.





* 문어요리집: 호객 행위에 넘어가 들어간 집...ㅋ




*여행 33일차: 2019년 1월 12일 토요일 맑음

1. 밤 12시경에 잠이 깼는데 슬슬 배가 아파왔음.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걸 어쩌나 오바이트를 엄청했음. 저녁에 먹은 스테이크가 문제있었나? 덜 익혀 먹은 것이야? 하여간 아닌 밤중에 홍두께처럼 크게 빈대떡을 부쳤음. 내가 빈대떡을 부쳤는지 아무도 모를껄...ㅋ

2. 산티아고 입성 기념으로 그런 '의식'을 치뤘다고 해야 하나? 오바이트를 하고 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속이 아주 편했고, 나머지 잠도 잘 잤음. 아침도 잘 먹었음. 진짜 대미를 장식하려고 그런 의식을 치룬 것일까?

3. 오늘도 바르 찾아 삼만리였음. 중간에 바르가 없어 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음. 바르에서 쉬는 것과 그냥 노상에서 쉬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음. 종료점 5km 정도를 남기고 바르에 들어갔음.

4. 오늘 걷는 거리는 약 20km 정도임. 사리아 이후로 한국인 수정님, 재원님과 함께 계속 걸었음. 끝까지 같이 동행해줘서 고마웠음.

5. 종료점인 산티아고 콤푸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함. 오후 3시 10분경. 대성당을 다시보니 반가웠음. 5년 전에는 공사중이라 가림막이 쳐져있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끝나 그 위용을 고스란히 다 드러내고 있었음.

6. 나의 순례길 여행은 31일 만에 종료됐음. 그 시간동안 난 무엇을 찾았는가? 혹은 잃은 것은?
어쨌든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그렇게 완주했음. 그걸로 족한 거지비!^^;


*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 31일
* 총 지출비용: 729유로  





* 산티아고 대성당: 드디어 도착했다! 정말 수고 많았어!






 

왜 산티아고에 한국인이 많냐고? 스트레스 사회라서

 

[22일간의 스페인 여행 ⑤] 산티아고를 걷는 한국인들

 

15.01.06 13:18 최종 업데이트 15.01.06 13:18

 

 

 

 

 

 

 

 

 

 
▲ 멜리다 중심부에 위치한 성당 멜리다는 내륙에 위치했지만 문어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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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7일, 여행 5일째다.


"저 고백할 게 있습니다."

필자의 뜬금없는 말에 순례팀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저, 사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스페인어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따가운 시선과 함께 핀잔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렇게 스페인어를 몰라!"

 

 



 
▲ 개 신기한 듯 필자를 쳐다보고 있는 개. 그러고보니 '아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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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말(animal)'들은 일단 맞고 시작했다


그 말이 맞다. 필자가 아는 스페인어라고는 CASA(집)와 ANIMAL(동물) 같은 간단한 단어들뿐이다. 아예 회화는 불가능하고 저런 간단한 단어들 정도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제대로 스페인어를 공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몽둥이찜질을 당한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스페인어 선생님은 단어 암기를 무척이나 강조하셨다. 그래서 매일같이 단어 쪽지 시험을 봤다. 스페인어는 발음 기호가 없어 로마자를 그대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bar를 '바르'로 animal을 '아니말'로 읽는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며 줄을 세우셨다.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은 아니말입니다. 아니말들은 일단 맞고 시작합시다."

필자는 스페인어 시간마다 '아니말'이 되어 두들겨 맞는 줄에 세워졌다. 그외에 스페인어 학습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저 '동물적 감각'으로 그 시간을 회피하고 싶었다는 것과 볼기짝의 아픈 트라우마가 있을 뿐.

저토록 형편없는 스페인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을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물론 스페인어 뿐 아니라 영어까지 능통하면 여행이 더 윤택해질 수 있고,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과 함께 어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페인어나 영어가 완숙되기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만큼 산티아고 순례길은 외국어가 짧은 사람도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보여행자들이 순례를 떠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 개와 순례자 개 한 마리가 순례팀 막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막내는 너무 발에 꽉 끼는 트레킹화를 신어 고생을 많이 했다. 결국에는 트레킹화를 벗고 슬리퍼를 신고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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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물집을 터뜨리며 '아니말'이 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현실이란 바로 육체적인 괴로움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깨와 무릎 통증, 더불어 물집이다. 그런데 어깨와 무릎 통증은 각 개인별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물집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순례자의 숙소인 알베르게에서는 밤마다 물집을 터트리는 순례자들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필자도 그런 신음 소리 대열에 참가했다. 잘잘한 건 그래도 터트리는 맛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대왕 물집을 터트릴 때는 인간이 아닌 '아니말'이 되어 비명을 내질렀다.

"아, 읔"

 

 

 



 
▲ 신라며 컵라면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런 광고문구를 내건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그나저나 저 광고문구를 보니 입 안 가득 군침이 돌았다. 계란 탁, 파 송송 썰어 김치 한조각 올려 후르륵~ 필자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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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 서구권 순례자들은 우리에게 물었다. "왜이리 한국인들이 많이 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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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스트레스가 많아서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보면 많은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비유럽권 순례자들 중에서는 한국인들이 단연 압도적일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 현지인들과 서구에서 온 순례자들은 이렇게 많이 물어왔다.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불교나 유교 국가일 것이다. 그래서 야고보라는 가톨릭 성인을 기리는 순례길 곳곳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난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서구인들이 물어왔을 때마다 필자는 못하는 영어로 떠듬떠듬 설명을 했다.

한국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무척 많이 알려졌고, 이 길을 걷고 싶어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넣은 사람들이 많다고. 필자의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흔쾌히 납득했던 표정을 지은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온 노부부와 함께 잠깐 휴식을 취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왔어요. 이제 곧 목표한 지점에 도달합니다."
"대단하세요. 그런데 힘들지 않으세요?"
"아니요. 우리는 쌩쌩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은 거죠?"


필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한국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노부부는 수긍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보온병을 꺼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씩씩하게 걸어가라고 주는 차 한 잔이었다.

 

 

 


 
▲ 멜리데 저 다리를 넘으면 멜리데 시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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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요리로 유명한 내륙도시 멜리데


순례팀의 목적지는 아르주아(Arzúa)였는데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멜리데(Melide)라는 도시를 지나야했다. 멜리데는 바닷가와 많이 떨어진 곳임에도 문어(pulpo)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 도시에 들러 꼭 문어 요리를 맛 본다고 한다.

그날은 트레킹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트레킹이든 자전거여행이든 3일째가 제일 힘겨운 법이다. 그 순간을 넘기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완주를 할 수 있다. 그만큼 고비라는 뜻이다. 여행 수첩에도 그날 무척 힘들어다는 기록이 구구절절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필자는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후미에 섰는데 말이 사진사 역할이었지 다리가 후들거려서 자연스럽게 뒤로 처졌던 것이다.

그렇게 육체적으로 힘겨운 날에 멜리데 인근에서 철웅이를 만났다. 대학생이었던 철웅이는 다국적 팀과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영어를 잘해서 그런지 일행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말 그대로 다국적으로 '놀고' 있었다. 얼마나 부럽던지!

거의 한 시간 이상 철웅이와 이야기를 하며 걸은 것 같다. 홀로 걸었으면 그냥 주저앉았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격려를 하며 걸어가니 훨씬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격언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그렇게 동행이 되어준 철웅이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해줄 건 없고 해서, 내륙에 위치한 멜리데가 왜 수산물(문어)의 산지인지를 알려주었다.

"혹시 충남 논산에 강경이라는 곳 알아요? 거기도 내륙 안쪽에 있는 곳인데 젓갈 산지로 유명해요. 예전에는 쌀과 수산물 집산지로도 유명했고요. 그게 다 금강 때문에 가능한 거에요. 강을 따라 배들이 올라왔던 겁니다. 이 곳도 마찬가지에요. 대서양에서 잡은 문어를 옛날에는 내륙수운을 통해서 여기까지 가지고 온 거죠."

실제로 멜리데 주위로 카타솔 강(rio catasol)과 프레로스 강(rio furelos)이 흐르는데 이 두 강은 합수되어 울라 강(rio ulla)이 된다. 이 울라 강은 대서양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강경도 이와 비슷하다. 금강은 옥녀봉 인근에서 논산천을 합수하여 더 큰 강폭을 자랑한다. 그리고는 유유히 서해바다로 빠져나간다.

 

 


 
▲ 철웅이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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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워도 아니말이 되지 말자!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아직 철웅이처럼 대학생 신분이거나 과감히 사직서를 쓰고 온 20대 청년들이 많았다. 그들은 아직 스트레스 사회의 중심에 섰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본격적인 스트레스 사회 진입을 위해 준비중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들이 직면해야 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갑보다는 을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 사회의 중심에 놓이게 되면 대왕 물집을 터트리며 걷는 순례길의 현실을 무척이나 그리워 할지 모른다. 그런 척박한 현실이 싫다고 도망갈 수 없다. 그러면 정말 '아니말'이 되는 것이다. '아니말'이 되지 않기 위해 파이팅 한 번 해보자. 좀 늦었지만 2015년 새해 각오도 다지면서...

"힘들고 외로워도 파이팅입니다! 가야할 길이면 가야 하는 게 운명이잖아요. 여행이든 현실이든..."

 

 



 
▲ 메모 한국인 순례자가 적어 놓은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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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1. 장거리 도보여행을 할 때에는 일반 운동화보다는 트레킹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예행연습을 하며 미리 국내에서 길을 들여야 한다.

 


2. 트레킹화는 자신의 발보다 5㎜ 정도 큰 것을 장만하는 게 좋다. 그 여유 부분은 양말이나 끈 조임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한편 개인적인 건강에 따라 발이 부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트레킹화는 꽉 끼지 않는 것이 좋다.

 


3. 우리팀의 막내는 너무 꽉 끼는 트레킹화를 가지고 왔는데 현지에서 신어보고야 그걸 알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예행연습을 하지 않아 이후 큰 고생을 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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