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레네가는길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3일차 / 맑음


1. 자전거 뒷안장이 필요하기에 생장피에르드포드에 있는 자전거샵을 찾아갔음. 그 자전거샵은 작년에 길을 헤매였던 곳에 위치해있었음.


2. 자전거샵에 가니 주인장이 문을 닫으며 30분 후에 돌아온다고 했음.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1시간 후에 나타났음.


3. 뒷안장을 달고 하니 돈 좀 들었음. 무려 66.6유로. 깎아서 66유로를 지불함. 무슨 뒷안장 다는데 무려 8만원 가까이나 하나!ㅋ


4. 하여간 뒷안장을 달고 임시방편으로 양쪽에 바구니를 달아서 드디어 여행자전거 형태가 나옴. 이제 시작인가! 이제 열심히 주행하는 일만 남았음.


5. 그런데 자전거를 탄지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자전거를 타는게 너무 불편한 것이다. 바지도 자전거를 타기에는 불편했다. 너무 거치적거리는게 아닌가? 이러다 나중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6. 생각해보니 국내에서 자전거여행을 할 때는 항상 여름이었다. 그러니 복장이 간편하고 거치적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 아닌가? 겨울 바지를 입으니 페달 굴리기가 어렵지.


7. 그런 와중에 뒷바퀴가 펑크가 났음. 주행한지 5km도 안 됐는데 펑크가 난 것이다. 수리 공구도 마땅치 않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8. 고심 끝에 다시 생장피에르드포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현지인을 만났는데 내 자전거를 보니 순례길 여행을 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하더라. 강하지 않은 약한 자전거라고. 차라리 자전거샵에 팔아버리거나 기부하라고 했다.


9.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 자전거는 도시형 자전거라 장거리여행에 적절하지가 않았다. 중고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이게 장거리여행에 적합한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참 여러가지로 꼬인다 꼬여!


10. 고심 끝에 뒷안장을 달았던 자전거샵에 가서 자전거를 팔았다. 정확히는 기부를 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아까 받았던 뒷안장 값을 돌려주었다. 70유로. 뒷안장 값이 66유로였으니 자전거를 4유로에 판 셈이다. 180유로에 사서 이틀도 못되서 4유로를 받고 판 것이다.


11. 나의 산티아고순례길 자전거여행은 5km 만에 끝이 났다. 아이고 이를 어쩌냐! ㅋ


12. 돈이 아까운 건 둘째치고 기획했던 일정이 엉망이 된 것이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계속 비가 온다는데 그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기에는 너무 위험했으니까.


13.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냥 작년처럼 도보여행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걸어야지. 자전거를 대신해서 열심히 걷는 거야! 아자아자~





* 자전거: 바디만 있는 자전거. 생장피에르드포드 알베르게 앞에서.





* 펑크난 자전거: 호기롭게 시작된 자전거 여행은 약 5km도 안 되서 아웃됐다.






* 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4일차 / 흐리다 비 옴


1. 9시 30분경 생장피에르드포드(saint-jean-pied-de-port) 알베르게(albergue)에서 체크 아웃함. 드디어 순례길을 다시 시작한다. 자전거가 사라졌으니 새로운 각오로 다시 임해야 한다.


2. 배낭을 꾸려서 출발을 하려고 할 때 순례길 사무소 할배가 와서 뭐라고 뭐라고 그런다. 처음에는 같은 알베르게에서 이틀 연속 묵은 거에 대해 질책을 하는 줄 알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알베르게에서는 연박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피레네 산맥에 강한 바람이 부니 조심하라는 거였다. 할배가 무표정하게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니 질책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었나...ㅋ


3. 알고보니 전날 피레네를 넘은 팀들 몇 명이 조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할배가 경고를 한 거 같다.


4. 1년 만에 다시 피레네를 넘을 생각을 하니 셀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작년에 정말 힘들게 넘어서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난 것이다. 그때 비를 엄청 맞고 걸었으니...


5. 1년 만에 다시 악몽이 되살아 났다. 자전거 여행용으로 짐을 싸서 그랬는지 짐이 많았다. 물론 작년에도 많았지만... 짐 무게는 짓눌려 오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약 1년 만에 다시 똑같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정말 중간에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택시라도 불러서 점핑을 하고 싶었다.


6. 그 와중에 배낭 레인커버를 분실했다. 일체형이 아닌 분리형이라 바람에 날라갔던 것이다. 비닐 봉지로 배낭을 감싸기는 했는데 진짜 임시 방편이지!


7. 빗줄기는 거세지고 바람도 거세졌다. 배낭 무게도 점점더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짐 무게가 내 어깨를 눌러댔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면 가자! 그래 가자!


8. 중간에 산길을 거쳐갔는데 전날 강풍의 영향으로 등산로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무소 할배가 경고를 할만 했다.큰 나무들이 쓰러졌기에 그 나무들을 피해 기어가야만 했다.


9.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비를 맞으며 홀로 걷는 피레네 산맥. 역시 피레네는 피레네였다. 우여곡절 끝에 9시간 만에 목적지인 론셀바예스(Roncesvalles) 알베르게에 도착함. 아이고 힘들어! 그래도 또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10. 하도 배가 고파서 바르에 가 닭고기+ 감가칩을 먹었음.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게 먹었음.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고 판단됨. 주인장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racion이라고 했음.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racion은 '1인분의 요리' 이런 뜻이었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요리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야겠음.


* 이동거리: 약 26km

* 누적: 26km





* 피레네 가는길





*배낭:자전거를 팔고(?) 다시 도보여행자로. 무슨 돗떼기 장수 같다...ㅋ





* 도보여행자: 본의 아니게 이틀 연속 잠을 청한 생장피에르드포드 알베르게. 그 앞에서 한 컷. 휴대폰 카메라가 별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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