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똥에 그만 '철퍽'하고 넘어졌다 1편

 

[공모- 더러운 이야기]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서 벌어진 일, 그만 웃어버렸다

 

14.08.10 14:54  최종 업데이트 14.08.10 14:54
 

 

 

 

 

 

 

 
▲ 화장실 화장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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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여름.


당시 필자는 1차 국토종단 자전거여행을 행하는 중이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여행은 목포를 찍고 제주까지 이어졌다. 무려 17일 동안 계속된 여행이라 재밌는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 그래서 에피소드도 넘쳐났다. 특히 그날의 에피소드는 정말 '거시기' 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지저분한 일이었다.

장기간의 여행이었지만 식사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똥'이었다. 평소에는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았었는데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여행 중에는 무척 자주 가게 됐다. 자전거 타기가 장운동에 좋아서 그런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아주 넉넉하게 일을 처리했다. 변기가 막혀 조마조마한 적도 있었다. 자전거 타기가 숙변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골에는 화장실 시설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야산에다 일을 처리 한 적도 있었다. 야삽으로 터를 잡고 일을 처리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일을 볼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제주산 똥돼지로 배를 채웠던, 그날 밤

제주도의 한 아영장.

문제의 사건은 여행의 끝무렵이었던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필자는 그날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있는 한 야영장에다 텐트를 쳤다. 야영장이라고 하지만 폐쇄가 됐는지 시설은 다 노후화 된 곳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몸을 씻을 수 있을 정도의 수도 시설은 있었다.

그 날 그 곳에는 필자 혼자였다. 달빛이 있었지만 어두웠다. 가로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좀 쓸쓸한 밤이었다. 한라산 중턱 부근에 홀로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쓸쓸함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문제의 그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낮에 '똥돼지'로 불리는 제주산 돼지를 배불리 먹었더니 신호가 오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아주 큰 녀석이 배출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욱신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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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여행 2009년에 행한 1차국토종단 자전거여행. 주렁주렁 매달고 지저분하게 하고 다녔다. 정신이 없었는지 뒤쪽 받침대도 안 올리고 타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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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뭐야!'


화장실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건 화장실이 아니었다. 그 곳은 귀신도 줄행랑을 칠 정도로 아주 최악의 화장실이었다. 냄새는 그렇다 치고 두 발로 자세잡기도 힘든 곳이었다. 아영장에 왜 사람이 없었는지, 왜 그렇게 시설이 낙후됐는지 깨닫게 되는 대목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자연을 벗 삼아 일을 치르기로 결심 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데 이게 딱 그거네. 오늘 따라 무척이나 비데있는 좌변기가 그리워지는구나!'

서둘러 땅 팔 곳을 찾았다. 허겁지겁 일을 치를 곳을 물색했는데,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만 '쾅'하고 돌에 부딪혀 오른쪽 무릎이 크게 다치게 된 것이다. 야영장이 어두웠던 데다 장기간의 여행 여파로 피로가 누적됐는지, 그만 다리 힘이 풀렸고 바위를 들이 받은 것이다.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엄청 세게 다쳤지만 아파도 별 도리가 없었다. 그저 빨리 일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당시 필자는 인간의 배설욕구가 외상의 고통 정도는 쉽게 불식시킨다는 것을 온 몸으로 습득하였다.

그렇게 볼일을 봤다. 정말 시원했다. 그렇게 원초적인 순간이 지나가니 자연스럽게 무릎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출혈이 심했던 것이다. 상처 부위도 상당히 넓었다. 그렇게 큰 상처가 났을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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