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덕에 '미역국'을 마시다

 온라인 기사와 종이책... 대립적인 관계도 아닌데





▲ 브런치북 프로젝트 자신의 글을 종이책으로 만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공모전이다.




'브런치'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만든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글쓰기가 편할뿐더러, 작가와 독자들 간의 거리를 확 줄여주었다는 것이 장점인 플랫폼이죠.

브런치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브런치북 프로젝트>라는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종이책으로 발간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수많은 지원자들이 공모전에 노크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 지원자들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글빨'을 발휘하며 지원을 했지요. 그런데 유의사항을 체크해보니 기운이 빠지더군요.

"전자책도 아니고 종이책인데... 왜 이런 조항이?"

유의사항 다섯 번째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역사 트레킹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해당 글들은 전부 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들이었습니다. 그 기사들은 브런치뿐만 아니라 제 다음 블로그나 네이버 블로그에도 옮겨 놓았답니다. 조금이라도 제 글이 파급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그렇게 한 것이죠.

그런데 저만 이렇게 여기저기 온라인 매체에 옮기기를 할까요? 저한테만 무슨 저장 강박증(?)이 있어서 여기 저기 블로그에 자신의 글들을 심어 놓는 걸까요? 글 꽤나 쓴다는 분들은 자신만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혹은 페이스북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블로그나 페이스북에는 브런치에 담긴 글과 동일한 글들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김칫국 마시는' 가정을 한 번 해보죠. 저처럼 <오마이뉴스>나 혹은 다른 온라인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운이 좋았는지 그 사람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됩니다. 이제 자신의 글을 종이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말 겁니다.

 




▲ 브런치북 프로젝트 밑줄 친 유의사항 덕택(?)에 필자는 접수와 동시에 떨어졌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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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 때문입니다. 수상자는 부랴부랴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일일이 삭제, 혹은 숨김으로 돌려놓겠죠. 그런데 온라인 기사는 어떻게 할까요.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서 기사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 건가요?
                                                  
'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라는 유의사항은 상당히 퇴행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역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신문에 연재된 글들이 종이책으로 많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이 발행됐다고 해당 연재기사가 삭제가 되나요? 그런 경우 본 적이 있습니까?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에 작성된 글이 종이책으로 나왔다고 해도 지면화된 해당 포스팅이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웹/앱 서비스에 중복 게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유의사항이 존재하는 한, 저 같은 경우는 수 백 편의 글을 작성한다고 해도 '미역국'만 마시게 됩니다. 공모전 진입이 원천봉쇄가 된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만 미역국을 마실까요? 저 말고도 브런치북 공모전에는 온라인 기사를 모아놓은 응모작들이 간간이 눈에 띄더군요.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도 보였습니다. 참고로 공모전의 응모작들은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공개돼 있습니다. 그런 분들도 단서조항에 발목이 잡히는 걸까요? 아무리 양질의 글을 수 백 편을 쓴다고 해도 공모전 근처에도 못 가보는 건가요?

브런치의 한 이용자는 브런치에 중복게재에 대한 문의를 넣었습니다. 브런치팀은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중복게재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중복게재에 대한 문의 그리고 브런치팀의 답변.
ⓒ 브런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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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미역국'을 마셨다'고, 그것 때문에 투정을 부리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왜 종이책과 온라인 기사를 대립적인 관계로 묶어두는 공모전을 실시하는지가, 그저 의아해서 이 글을 쓰는 겁니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이었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카카오가 무슨 회사입니까? 최첨단 온라인, 모바일 기업이 아닌가요?
                                                                  
지난 3월 31일이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일이었습니다. 이 글은 일부러 공모전 마감일 이후에 작성했습니다. 이번까지는 그냥 지켜보자는 의미로 마감일 이후에 행동(?)을 취한 것이죠.

계속해서 미역국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브런치 프로젝트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여러 번 물을 먹었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또다시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출마자들처럼! 저도 그런 굳은 심정을 가지고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또 누가 아나요? 그 단서조항이 사라져서 저도 수상을 할지! 그때는 미역국 말고, 김칫국도 마시고 떡도 좀 먹고 그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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