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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하나뿐인 지구>의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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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의 어느 날.


당시 필자는 중부내륙 자전거여행을 행하고 있었다. 강원도 횡성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야영지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자정에 가까웠기에 다급했다.

그러다 현지 경찰분들의 도움으로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 대한 정보를 얻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 날은 '도깨비 도로'라는 거시기한 이름의 급경사 도로를 통과했던 만큼 심신이 무척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폐교를 리모델링했다는 그 캠핑장이 '스위트 룸'이 되어주길 기대했다. 달콤한 휴식을 기대하며 페달을 굴리는데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헉!"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필자의 인상은 찌푸려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시간은 한밤중이었지만 그곳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여기저기서 고기가 구워졌고,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기 굽는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였고, 술자리의 떠들썩함이 온 동네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 또한 한편에서는 불꽃놀이도 벌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필자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화끈한 곳에서는 심신의 피로를 달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로가 더 가중될 뿐이다. 결국 그날은 자정을 훨씬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어느 이름 모를 공사장에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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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달궁 캠핑장 지리산 국립공원에 있는 오토캠핑장. 여름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2012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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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필자는 캠핑을 많이 하지만 캠핑장을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캠핑장이 아닌 곳에다 텐트를 친 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골동네 팔각정, 마을회관 뒤편 공터, 다리 밑, 야산 공동묘지 등등.

그렇게 캠핑장이 아닌 곳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난뱅이 여행을 하는 터라 돈이 없고, 둘째 현재 우리나라 캠핑문화가 탐탁지 않아 그렇게 했다. 캠핑장 입장료가 몇 푼 한다고 비용 문제를 언급하겠는가. 그렇다. 캠핑장 입장을 실제적으로 꺼리는 이유는 두 번째 사유 때문이다.

EBS의 환경다큐멘터리 중에 <하나뿐인 지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지난 2월 28일에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라는 제목을 걸고 우리나라 캠핑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릇된 캠핑문화를 질타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들을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당신의 텐트와 차는 얼마나 큽니까?'
'캠핑장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것을 채워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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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당골캠핑장 필자는 소형텐트로 캠핑을 한다. 2012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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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생활을 옮겨 놓은 '자연 속' 오토캠핑장


처음으로 대형 캠핑장에 갔을 때 필자는 손수레의 쓰임새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얼핏 쓰레기 적재에 쓰인다고 봤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자동차에서 짐을 꺼내 자신의 사이트(텐트 세팅지)로 움직일 때 이동수단으로 쓰였다.

내부에서 차량 이동이 되지 않는 캠핑장에서는 손수레가 이동수단으로 사용된다. 일단 텐트 무게가 있고, 기타 짐들이 가득하니 손수레를 이용해 이동을 하는 것이다. 어떤 캠퍼들은 한 차로는 부족했는지 두세 번 왕복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캠핑장에서도 손수레로 캠핑 장구들을 나르는 광경은 아주 흔하게 목격됐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조용히 있다 조용히 간다'라는 말처럼 캠핑에는 많은 물품들이 필요하지 않다. 하루짜리 야외생활에 적합한 물품들만 있으면 충분하다. 손수레로 두세 번 왕복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토캠핑장에 오는 사람들은 왜 엄청난 짐들을 싣고 오는 것일까? 'city life', 즉 도시생활을 끌고 왔기 때문이다. 그 짐이라는 것들을 보면 캠핑 본연의 물품들이라기보다는 도시생활을 옮겨 놓은 것들에 가깝다. 탁자, 주방기구, 영상기기 등등…. 혹한기에는 난방용품까지 추가되는데 난로와 전기장판까지 휴대품으로 소지한다. 그러니까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캠핑 장비가 많을수록 그것을 싣는 자동차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 그래서 캠핑을 위해 더 큰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생길 정도다. 캠퍼들 사이에서는 캠핑장비가 넘쳐나 일반 승용차에서 SUV로 바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캠핑의 주도권이 캠퍼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캠핑장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캠퍼와 캠핑 장비 간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도시의 안락한 생활을 캠핑장으로 옮겨 놓는다면 무엇하러 캠핑을 하러 가는가? 엄동설한에 전기장판과 난로를 가져가서 캠핑을 하느니 차라리 저렴한 민박집에 가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해당 지역경제에 보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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