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길누렁이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7일차 / 맑음(엄청추웠음)

- 순례길 구간을 포기하고 버스투어로 전환하려다가 다시 순례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걷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 걷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또한 어제 만남 루시아님에게 스페인의 음식 문화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맸다. 다시 길에 선 것이다.

- 왕물집이 터져서 발바닥이 쓰린 것이지 발목에 이상이 있어서 못 걷는게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이전 순례길에서도 매번 발바닥이 쓰렸었다. 하긴 순례길이 주단이 깔린 비단길이겠는가?

- 길을 걸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일깨워졌다. 오늘 목적지는 Hornillos del camino였다. 2019년에 왔을 때가 기억이난다. 그때 과식을 해서 오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Hornillos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에서 숙박을 했는데 주인장이었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음식을 맛나게 해주었다.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시원하게 오바이트를 해버렸다. 그런데 오바이트를 할 대 옆을 보니 공동묘지가 있더라.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있었던 것이다.

- 이번에 가보니 알베르게 주인이 스페인 아줌마로 바뀌었다. 아줌마가 좀 까칠했다. 공립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8일차 / 맑음

- 저녁이면 발바닥이 불타올랐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항상 순례길은 쉽지 않았다. 겨울 카미노는 더 그렇다.

- 부르고스(Brugos) - 레온(Leon) 구간은 메세타 평원 구간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한편 고원지대에 있다보니 안개가 자주끼는 곳이다. 거기에 더해 겨울이니까 서리도 자주 내린다.

- 부르고스에서 만난 루시아님과 길동무를 했다. 루시아님은 7년 동안 스페인 현지에서 가이드 생활을 했고, 스페인 음식에 대해서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그동안 스페인 여행에서 만났던 한국인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분이었다. 스페인어를 능통하게 구사해서 현지인들과도 막힘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루시아님 같이 스페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을 만나니 좀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하기 위한 답사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루시아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지식이 얄팍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솔직히 충격먹었다. 그런 알량한 지식으로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했다면 두고두고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 냉정하게 따지면 현재의 내 지식으로는 스페인 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걸 루시아님을 만나면서 제대로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더 많이 답사하고, 더 많이 자료를 섭력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게 내 재능이다! 재능을 썩혀서는 안 된다!

- 루시아님이 스페인 음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계속 스페인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해보라고 부축였다. 어쩌면 꼰대스럽고, 질척거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루시아님이 착해서 그런지 다 받아주었다. 얼굴이 복스럽게 생겼는데 마음도 참 복스럽다. 하여간 루시아님은 충분히 재능이 있었고, 난 그 재능을 알아본 사람이다. 반대로 루시아님은 내게 큰 죽비소리를 내린 사람이다.

- 메세타평원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지평선은 이루고 있는 곳이다. 만주벌판을 그리워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걸어볼만한 곳이다.

- 오늘의 일정은 castrojeriz까지다. Hornillos del camino castrojeriz까지는 약 20km 떨어져 있다.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에서 신년 연휴 주간까지는 알베르게는 물론, 바르까지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겨울 카미노가 이렇게 어렵다.

- castrojeriz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음. 오후 3시경. 이후 루시아님과 함께 식당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음.

 

 

 

* castrojeriz가는길

 

 

 

 

*메세타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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