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의 십자가: foncebadon에서 molinaseca로 넘어가는 길에 있음.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molinaseca가는길

*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25일차 / 맑음

1. rabanal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는 그럭저럭 따뜻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2층에 주인장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1층에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1층과 2층이 목재로 구분되어 있는데 층간 소음이 엄청났다. 스페인에 와서 층간 소음의 피해를 당할 줄이야!

2. 주인장 부부가 새벽 2시경에 돌아왔는데 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새벽 단잠에서 깨고 말았다. 휴~

3. 내 옆 침대에 있던 스페인 할매가 옷을 갈입는데... 브라자도 갈아 입더라. 순례길 알베르게에 있다보면 의외의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지만 오늘 장면은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화장실도 가깝고 남자들도 많았었는데... 그 할매한테 내 똥배나 보여줄까보다! ㅋ

4. 오늘은 molinaseca까지 가는 길이다. rabanal del camino에서 molinaseca까지는 약 25km에 달한다. 25km라 못 걸을 거리는 아닌데 산길이라 시간이 더 걸린다. 더군다나 막판 3시간 정도는 계속 내리막 길이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고역일 것이다.

5. 그렇다고 이 코스를 점핑할 수도 없다. 왜? 이 구간은 너무 멋지니까! rabanal del camino에서 약 8km 정도 떨어진 foncebadon 일대는 팜플로냐 대평원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foncebadon 일대는 정말 눈에 다 넣고 싶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6. 하지만 산길이고, 경사도가 있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5060세대들에게는 좀 무리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 곳을 점핑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7. 이 코스를 정상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좀 느그적거리며 9시 30분 이후에 출발을 했고, 점심도 느긋하게 먹었다. 그랬더니 오후 6시가 넘어 molinaseca에 도착했다. 5060세대들과 함께 올 때는 늦어도 8시 30분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8. 좀 긴장하고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 그렇게 해야 그토록 아름다운 구간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지!

* 이동거리: 약 25km

* 누적거리: 526km



* foncebadon: 폰세바돈(foncebadon) 마을을 배경 삼아 한 컷.

*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26일차 / 맑음

1. molinaseca에서는 senor oso라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1박함. 사설 알베르게라 그런지 출입문이 항상 개방되지 않았다. 스페인의 출입문은 왜그리 열고 닫기가 어려운지... 같이 묵었던 프랑스 친구들이 문을 안 열어줬으면 밤새 밖에서 벌벌 떨었을지 모른다.

2. 부르고스(burgos)에서 숙박했던 호스텔도 아스트로가 호스텔도 모두 다 문을 열고 닫기가 정말 어려웠다.

3. 이 알베르게에서 그럭저럭 잠은 잘 잤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은 ponferrada까지만 가고 거기서 villafranca del biezo로 버스를 타고 넘어갈 계획이었다. molinaseca에서

ponferrada까지는 약 8km 정도 걸리고,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약 20km 정도 걸린다.

4. 작년 기억에 의거하면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 구간은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어 그냥 버스 점핑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5. 어제 25km 산길을 걸은 여파 때문인지 왼쪽 다리가 욱신거렸다. 몸살끼도 있었고... 어찌어찌하여 ponferrada까지 왔고, 그럭저럭 점심도 먹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천근만근이었다.

6. villafranca del biezo까지 버스를 타려고 alsa 앱을 검색했는데 오늘은 버스편이 없다는 것이다. 멘붕이었다. 그래서 기차편을 검색했는데 villafranca del biezo 가는 기차편은 없었다. 기차역에 가서 직접 확인했다.

7. 기운은 없고, 왼쪽 다리는 아프고... 또 똥은 매려오고. 어쩔 수 없이 ponferrada에 있는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에 입실했다. 오후 2시 입실. 이렇게 빨리 알베르게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8.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하니 길도 알아둘 겸 슈퍼도 다녀올 겸 버스터미널에 갔다. 그런데 버스가 있다는 거 아닌가! 가격도 저렴해서 1유로70센트. 버스터미널에 오후 2시 50분경에 갔는데 오후 3시 10분경에 버스가 있다는게 아닌가!

9. 어제 산길을 걸으며 knocking on heavens door 노래를 읊조렸는데... 밥 딜런 오리지널 버전부터 건앤로즈 버전까지 읊조렸는데... 버스터미널에서 건앤로즈 버전으로 knocking on heavens door가 나오더라.

10. 안되는 발음으로 노래를 궁시렁거리며 따라불렀더니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하긴 내가 생각해도 미친놈 같더라...ㅋ

11. 슈퍼에서 장을 본 후 오랜만에 빨래를 했다. 저녁식사는 직접 조리해서 먹었다. 좀 이른 오후 5시경.

* 이동거리: 약 8km

* 누적거리: 534km





* 폰페라다성: 폰페라다(ponferrada)에 있는 기사의 성.






* 안개낀 villafranca del biezo

* 2020년 1월 12일 일요일: 27일차 / 맑음

1.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작년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2. villafranca del biezo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오전 7시 30분 경에 알베르게를 나왔다. 버스는 8시 10분 출발이었다. 티켓머신에서 1.7유로를 주고 샀다.

3. 그런데 어떤 술취한 젊은놈 하나가 계속 달라붙었다. 이날이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이니 토요일 밤에 열심히 술을 마셨나보더라.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나한테 담뱃갑을 뜯어내려고 했던 거 같다.

4. 하지만 그런 넘에게 내 아까운 동전을 뜯길 수 없는 법! 그래서 제 풀에 지치게 터미널 주위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넘이 계속 따라왔고, 내가 탄 버스까지 올라오더라. 이 상황을 주시하던 버스 기사가 호통을 치니 궁시렁궁시렁 대다가 결국은 버스에서 내리더라. 버스 기사 말로는 소매치기일 거라고 했는데... 눈도 풀려있고 삐쩍 마른 거 봐서는 그냥 여행객들 상대로 동전 삥이나 뜯는 넘으로 보였다.

5. 하여간 순례길을 여행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단 말이야!

6.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렸다. 요금도 꽤나 저렴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편 없다는 단점이 있다.

7. 오늘은 o cebreiro로 까지 가는데 약 29km를 걸어야 한다. 거리도 길지만 막판 10km 정도는 산길을 걸어야 한다. 피레네 산맥 이후로 가장 난코스로 불릴만한 곳이다.

8. 하지만 작년에도 그 29km를 씩씩하게 걸었고, 오늘도 열심히 걸었다. 오후 6시경에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예상한 시각과 딱 맞아 떨어졌다.

9. 이 코스는 힘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주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o cebreiro 공립 알베르게는 산꼭대기에 있는데 그 경치가 정말 일품이다. 풍광만 따지면 최고의 알베르게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다.

10.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섰다. 이제 서서히 순례길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엠마와 폴 등등... 프랑스 팀을 다시 만났다. 엠마를 여친으로 둔 폴이 왜그리 부럽던지!

11. 다음에 비지니스가 아닌 그냥 순수하게 순례길을 걷는다면 여자친구랑 같이 걸어야겠다. 그러고 싶다!^^

12. 아참 이 구간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난이도 때문에 5060세대들과는 같이 걸을 수 없을 거 같다.

* 이동거리: 29km

* 누적거리: 563km




* 프랑스팀: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한 컷. 잘못 촬영했는지 좀 깨지게 나왔다.






* o cebreiro: 지붕을 짚으로 올렸다. 초가집? 신기해서 한 컷. 가정집은 아니고 창고로 쓰이는 곳으로 보임. 이렇게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 내륙과는 좀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 o cebreiro에서 바라본 일출.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일출을 순례길에서 보다니~!







☞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portomarin: 중세시대에는 다리였으나 지금은 아치형 계단으로 쓰이고 있음. 홍수로 인해 다리는 무너졌고, 그 다리에 있는 아치 하나를 현 위치로 옮겨와 계단으로 이용하고 있음. 




*여행 29일차: 2019년 1월 8일 화요일 맑음 / 안개가 짙었음

1. sarria credencial 알베르게 출발함. 오전 8시 30분경. 밤에 춥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잘 만했음. 

2. 아침에 일어나 짐 정리를 하는데 허리가 우지끈했음. 허리에 담이 들린 것임. 하루종일 담 때문에 고생을 했음. 한국분인 수정님한테 스포츠 마사지 젤을 빌려서 허리에 듬뿍 발랐음. 또한 진통제도 먹었음. 이제 100km 정도 남았는데, 정말 100km 정도 남은게 아쉬워서 그런건지 아침부터 용을 쓰는구나!

3. 중간에 오늘 마드리드에서 사리아(sarria)로 넘어 온 분이 있었음. 2014년의 기억을 되살려 크레덴샬을 받을 성당을 안내해줬음. 그 분은 크레덴셜을 발급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던 것임. 평소에 걷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분도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했음. 중간중간에 이분을 기다렸음.

4. sarria에서 오늘의 종료점인 portomarin까지 오는 구간에 바르가 한 개도 열리지 않았음.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래서 점심도 먹지 못했음. 중간중간에 마을은 많았지만 문이 열린 바르가 하나도 없었음. 예전에 밥도둑(?)을 만난 바르도 문을 닫았음. 다음에 산티아고 리딩을 할 때 이 구간은 필히 행동식을 넉넉히 준비하라고 안내해야 할 듯함!

5. 담이 들린 허리를 부여잡고 portomarin에 도착함. 5년 만에 다시 본 portomarin은 역시나 아름다웠음. 5년 전에,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대로 됐음...^^

6. casona-ponte 알베르게에 도착함.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casona-ponte는 시설이 꽤 좋았음.



* portomarin




* 안개낀 숲길




*여행 30일차: 2019년 1월 9일 수요일 맑음 / 안개가 짙었음

1.portomarin의 casona-ponte 알베르게 출발함. 오전 8시 30분경.

2. 강가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portomarin은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의 지역인 갈리시아 지방, 거기에 더해 강가에 위치한 portomarin은 안개의 진수를 보여줬다.

3. 거의 3시간 이상 바르가 문을 연 곳이 없었음. 5년 전에 들렀던 gonzar에 있던 바르도 이날은 문을 닫았음. 거의 11km정도 이동한 후에야 겨우 바르 하나를 찾았음. 거기서 따뜻하게 커피 한 잔을 마셨음.

4. hospital de cruz 이후에야 드문드문 바르가 열려있었음. 그래서 점심을 행동식으로 떼웠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바르 찾아 삼만리!

5. 오늘 길도 양호했음. 평탄했고, 숲길도 있었음. 5060세대들도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임.

6. 목적지는 palas del rei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함. 



* 순례자: 순례자 인형이 좀 무서우면서 익살스러웠음. ^^;









☞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순례길 조형물





*여행 27일차: 2019년 1월 6일 일요일 맑음

1. 아름다운 o cebreiro는 스페인 사람들도 좋아하는 유명 관광지임. 그래서인지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을 정도였음.

2. 다음 알베르게에 도달하는 시간이 어정쩡할 거라는 이유로 서둘렀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서둘러 나올 필요가 없었음. 힘들면 쉬어가면 되니까! 이제 40km를 걸을 여력이 없음. 그냥 쉬고 싶어짐.

3. 그래서 21km 떨어진 triacastela에서 일정을 마무리했음. 너무 무리하지 맙시다!

4. 갈리시아에 와서 그랬나? 새벽에 일어나 별을 봤는데 정말 환상적이었음. 이 맛에 순례길을 걷는 거지!

 


* 아름다운 갈리시아 지방





* 날씨를 종잡을 수 없는 갈리시아




*여행 28일차: 2019년 1월 7일 월요일 맑음 / 안개가 짙었음

1. triacastela 알베르게 출발함. 오전 8시 30분 알베르게를 포함한 동네 전체가 정전이 됨. 어두운 침실에서 랜턴을 켜고 짐 정리를 했음. 야간트레킹을 위해 구매한 랜턴을 정전 때문에 쓸 줄이야!

2. sarria를 향해 가는길. sarria부터는 2014년에 한 번 걸어봤음. sarria는 산티아고콤푸스텔라에서 약 110km 정도 떨어진 곳임. 이제 옛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있게 됨. 이제 정말 100km 정도 밖에 남지 않았구나!

3. galicia는 galicia(갈리시아)였음. 비 많이 내리고 안개 많이 끼고! 오늘은 날씨는 맑은데 왜그리 안개가 꼈는지... 태양이 떴는데도 짙은 안개가 희뿌옇게 흩날리고 있었음. 또 낙농업으로 유명한 갈리시아답게 소똥 냄새도 아주 많이 맡았음.

4. 오늘도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음. 그래서 가볍게 23km만 걷고 일정을 마무리했음. sarria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들어옴.





* 서리꽃이 내린 나무?: 날씨는 무척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해가 떴으니까.








☞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템플기사의 성: ponferrada





*여행 25일차: 2019년 1월 4일 금요일 맑음

1. 어제와 같이 오늘도 좀 쌀쌀했음. 중간에 바르에 들러 추위를 이겨냈을 정도임.

2. ponferrada에 있는 nicadas flute 알베르게는 외형적으로 훌륭했으나 내용적으로는 별로였음. 기부형으로 운영되는데 일부러 아주 적은 돈만 냈음.

3. ponferrada에 있는 기사의 성(castle)은 무척 인상적이었음. 6유로를 내면 성 내부까지 볼 수 있다고 함. 시간 관계상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와서 한 번 보고 싶음.

4.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rzo까지 이동함. 도심지를 걷는 길도 있고, 컨디션도 안 좋고 해서 22km만 이동했음.

5. villafranca del bierzo는 고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좀 쌀쌀했음.




* 템플기사의 성




* 인증샷: o cebreiro 가는길




*여행 26일차: 2019년 1월 5일 토요일 맑음

1. villafranca del bierzo의 알베르게는 너무 추웠음. 난방비기가 가동되지 않는 알베르게였던 것 같음. 순례자들 중에는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임. 밥도 맛있고, 샤워물도 따끈한데... 겨울 장사를 이렇게 하면 안됨.

2. villafranca del bierzo에서 trabadelo까지 약 10km 구간은 2차선 도로 옆을 지나왔음.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3. ruitelan부터 이날의 종료점인 o cebreiro까지는 걸을만 했음. 특히 las herrerias부터 o cebreiro까지는 산길이 이어졌고, 풍광도 아름다워 아주 멋졌음.

4. 오늘은 마지막 난코스라고 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걸을만 했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으니까. 역시 호들갑은 호들갑일 뿐임. 특히 나는 오르막 전문가 아닌가!...ㅋ

5. 종료점인 o cebreiro는 갈리시아 지방에 위치해 있음. 이제부터는 갈리시아 지방에 입성하게 된 것임.
별들이 쏟아지는 갈리시아...

6. o cebreiro는 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곳임. 산 정상에 알베르게가 있는데 밤하늘에 별들도 엄청 많고 야경보기도 정말 좋았음.

7. 왜 사람들이 이곳을 추천했는지 알겠음. 일일이동 거리는 약 30km 정도임.



* 소떼들: 나한테 들이밀었다. 스테이크를 해먹을까 보다...ㅋ






 

대서양에 작은 다짐을 실어보내며

 

[22일간의 스페인 여행 8] 스페인의 땅끝 피스테라

 

15.01.22 08:25 최종 업데이트 15.01.22 08:28
곽동운(artpunk)

 

 

 

 

 

 

 

 
▲ 피스테라 스페인의 땅끝 피스테라. 바위 위에 철로 만든 신발상이 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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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여행 10일째.


이전 여행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페인의 땅 끝 마을인 피스테라(Fisterra)의 길은 확실히 개발이 덜 된 느낌이었다. 황무지 같이 방치된 곳들도 있었고, 간간이 버려진 집들도 눈에 띄었다. 스페인의 농어촌도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심각해 보였다.

그렇게 개발도 안 됐고 인적도 드물다 보니,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중 인상적인 지형도 눈에 띄었다. 아침에 올베이로아(Olveiroa)에서 출발을 한 후, 1시간 정도 이동했을 때였다. 길 옆쪽으로 살라스 강(rio xallas)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는데 감입곡류 형태였다.

 

 

 


 
▲ 살라스 강 감입곡류형 하천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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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입곡류는 하천이 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뱀처럼 꾸불꾸불하게 감겨 나가는 것을 말한다. 감입곡류 일부 구간에서는 강물이 350도로 휘돌아 나가기도 한다. 그런 살라스 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월의 한반도 지형과 예천의 회룡포가 생각났다. 사실 한반도 지형을 담은 서강과 회룡포를 만든 내성천에 비하면 살라스 강의 꾸불꾸불함은 새발의 피였다. 이렇게 남의 것을 바탕삼아 우리 것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해외 도보여행의 장점 중에 하나다. 


뱀처럼 휘감겨 흐르는 살라스 강처럼, 강은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해야 한다. 괜히 직선화를 한다, 보를 세운다 하면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럼 강은 역습을 하게 된다. 지금의 4대강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360도 전체를 보는 도보여행

 


 
▲ 피스테라 스페인의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 피스테라, 묵시아(Muxia), 산티아고 콤푸스텔라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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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가? 걷고 또 걷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듯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수그려서 걸으니 정면만 응시했다. 시야가 무척이나 좁아진 것이다. 그날 여행수첩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도보여행은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사방 360도 전체를 보고 가는 것이다. 길을 가다 잠시 멈춰 서서 꽃과 나무를 감상하고, 시냇물 소리도 듣고, 바람도 느끼는 것이 진정한 도보여행이다."

 


여행수첩에는 "도보여행은 360도"라고 적어 놓았지만 정작 필드에서는 시야각이 겨우 45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필자는 자신이 적어 놓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결국 목적지인 피스테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보여행의 마지막을 아주 화끈하게 불태운 듯싶었다. 발바닥이 불이 난 듯 아주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본 대서양에 발을 담가 열을 식히고 싶을 정도였다.

4년 전 행한 국토종단 여행도 무척 힘들었다. 해남 땅끝 마을을 방문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태풍을 만나고, 텐트가 망가지고... 하지만 결국에는 국토종단 여행을 무사히 종료 됐다. 그렇게 고생스러운 여정 때문이었는지 아직까지도 그 여행은 필자의 뇌리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피스테라 길을 포함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고 또한 많이 배운 여행이라서 그런지 여운이 아주 길게 갈 것 같다. 

 

 



피스테라와 야고보는 관련이 없다?

 

 


 
▲ 오레오 곡물 창고인 오레오. 습기와 설치류들을 피하기 위해 기둥을 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기둥은 끝 마무리를 둥글게 했다. 기둥 마무리 부분이 둥그니 아무리 쥐들이 기둥을 타고 올라와도 끝 부분에서 떨어지고 만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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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테라는 스페인의 땅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도 대개 그곳을 유럽대륙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피스테라를 소개하는 일부 책자에도 그렇게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피스테라는 필자가 반복해서 기술한 대로 스페인의 땅끝이지 유럽 대륙의 땅끝은 아니다.


정확히 유럽 대륙의 땅끝은 호카 곶(Cabo de Roca)이다. 호카 곶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깎아질 듯한 해안절벽이 일품인 곳이다.

 

 



 
▲ 피스테라 스페인의 땅끝 피스테라에 선 필자.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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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테라에 대한 환상(?)을 한 가지 더 깨보자. 앞선 여행기 2편
(관련 기사 : "산티아고에 '산티아고'가 없다고?")에도 언급했듯이, 야고보 성인은 이베리아 반도에 복음을 전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야고보의 시신이 담긴 배가 예루살렘에서 피스테라까지 옮겨왔다는 이야기도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의 항해 기술은 둘째 치고, 사역을 하지도 않은 곳에다 자신의 시신을 묻어 달라는 전도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스테라가 왜 야고보와 연결이 됐을까? 아무래도 야고보의 존재를 더욱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피스테라가 동원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로마인들은 피스테라를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끝에서 야고보 성인의 시신이 도착하여 별들의 들판이라는 산티아고 콤프스텔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정리될 수 있다. 이런 전개 과정 자체가 여행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익사이팅'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잘 사는 것이 진정한 챔피언'

 
▲ 챔피언 이 스페인 사람은 피스테라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에게 큰 감흥을 주어서 이번 여행기에 사진을 올려본다. 이 분의 왼쪽 다리를 보시라. 의족이다. 저런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더 당당했다. 저 자전거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 이베리아 반도 순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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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깨졌다고는 해도, 피스테라는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넘실대는 파도와 해안절벽들을 따라 가다보면 땅끝 등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대서양의 모습은 일품 중에 일품이다. 특히 이곳의 노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피스테라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자신의 신발이나 옷가지를 태워 대서양에 띄우는 의식을 행한다.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자신의 것들을 산화 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등대 근처 곳곳에는 순례자들이 태운 신발과 옷가지의 흔적들이 널려 있었다.

피스테라는 그런 장소였다. 무언가 의식을 행하거나 다짐을 하게 만드는 장소였다. 마치 해남 땅 끝에 가면 무언가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필자도 대서양 바다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하루하루 잘 사는 것이 진정한 챔피언!'

 

 


 
▲ 유럽대륙을 자전거로 피스테라에서 만난 한국 여대생. 터키에서부터 스페인 피스테라까지 무려 5000km 넘는 거리를 단독으로 여행 했다고 한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진짜 강철같은 에너지를 가진 청년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전거로도 순례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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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보는 대서양 앞에서 다짐을 한 말치고는 무척 소박한가? 그래도 상관없다. 작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큰일도 못한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삶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허상과도 같은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바로 앞에 있는 일들을 척척해내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를 괴롭게 되새기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억지로 끌어와서 현재를 낭비하지 말자는 뜻이기 하다. 대신 너무 현실적으로 살지는 말자. 가능한 꿈은 얼마든지 꾸자!

이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도보여행은 끝이 났다. 도합 200km 정도를 걸었는데도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래서인지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작성해 송고할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였다. 당장 배낭을 꾸려서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꾹 참아야 했다. 그만큼 순례길은 필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남북한 순례자들이 함께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

글을 마치기 전에 순례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본다.

순례길은 화합의 길이었다. 지역감정으로 유명한 마드리드, 카탈로니아, 바스크 사람들이 서로 정답게 트레킹을 하는 곳이 순례길이었다. 스페인 내국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앙숙이었던 아일랜드와 영국, 그리고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발트3국) 청년들이 서로 의지를 하며 걷는 곳이 바로 순례길이었다.

도보여행을 하는데 국적이니 지역이니 하는 것들은 다 소용이 없다. 순례자의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열심히 즐기며 도보여행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필자도 일본인 친구들과 짧게나마 즐겁게 걸었다. 니가타 출신이라는 처자는 필자에게 한국말로 '오빠'라고 칭해 주었다. 필자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응답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재미다.

산티아고 카미노에서 북한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순례길을 걷는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일일 것이다. '통일대박' 시대에 자연스러운 남북한의 인적교류가 이루어지는 거니까!

순례팀은 차량을 통해 피스테라에서 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또 다른 바닷가 마을 묵시아(Muxía)로 이동을 했다. 묵시아도 풍광이 무척 아름다운 어촌 마을 중에 하나였다. 묵시아 여행을 끝으로 필자는 개인 배낭여행 형식으로 스페인 중부권 일대를 탐방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다.

 

 



 
▲ 묵시아 묵시아는 풍광이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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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땅끝 가는 길에 만난 '빤스' 할아버지

 

[22일간의 스페인 여행 7] 스페인의 땅끝 피스테라 가는 길

 

15.01.13 11:00최종 업데이트 15.01.13 13:51

 

 

 

 

 

 

 

 

 
▲ 피스테라 가는길 스페인의 땅끝 피스테라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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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창피해서 명함을 못 내밀겠네요."

"뭐가요?"
"800킬로 찍은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겨우 100킬로 밖에 못 뛰었으니까요."
"에이, 그래도 100킬로도 적은 거리가 아니죠."

 


산티아고 대성당 인근에서 만난 한국 순례자들과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100km도 적은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풀코스인 800km를 마친 순례자들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필자도 국내에서는 무동력 여행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누볐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저 1/8만 채운 순례자였을 뿐이다. 그런 자격지심 때문인지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래서 다음 목표를 향해 당장이라도 발을 떼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 감정은 필자 혼자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다. 순례팀 전체가 느끼고 있었다.

 



 
▲ 피스테라 가는길 피스테라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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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땅끝마을 '피스테라'


2014년 11월 10일, 여행 8일째. 아침 일찍, 순례팀은 피스테라(Fisterra)로 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피스테라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서쪽으로 약 9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스페인의 땅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야고보의 시신은 나룻배에 실려 에스파냐 땅에 닿게 됐는데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피스테라였다고 한다. 그런 역사적인 스토리텔링에다 땅끝이라는 지정학적인 의미가 더해진 곳이기에 피스테라는 순례여행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피스테라로 가는 시작점은 산티아고 대성당이다. 대성당은 순례길의 종료점이기도 했지만 땅끝으로 가는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곳을 보고 있자니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새삼스레 인생은 끝없는 여정이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시작 할 때는 이게 언제 끝나나, 하고 막막해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마침표를 찍게 되고, 그러다 또 다른 시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예전 국내여행을 할 때도 그랬다. 시작할 때는 막막했지만 여행이 종료가 될 때는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미 다음 여행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었다. 

'이번에는 종단을 했으니까 다음에는 남해안을 휙 가로질러 횡단을 해야겠군. ' 

 


 
▲ 산티아고 대성당 피스테라 길의 시작점인 산티아고 대성당. 중앙에 있는 이는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이다. 순례팀이 방문했을 때, 대성당은 공사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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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필요한 피스테라 길


산티아고-피스테라 구간은 확실히 순례객들이 적었다. 전날까지 북적거리던 길은 한산하다 못해 인적이 뜸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순례팀을 이끌었던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완주자들은 프랑스 국경에서 800km를 걸어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온 거예요. 그래서 성취감과 함께 공허함 같은 것이 밀려 와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울기도 해요. 또 어떤 이들은 식사를 하다가 눈물을 닦기도 하고 그래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심경에 놓이는 거죠. 한편으로는 몸에서 진이 빠진 것도 있고요."

손성일 대장은 이번으로 해서 순례길만 벌써 3번째인데 자신도 처음 순례길을 완주했을 때 식당에서 갑자기 울컥한 적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진이 빠진 사람들이 굳이 90km 남짓한 거리를 또 걸어서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산티아고 시내에서 피스테라까지는 직행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그걸 타면 편안히 이동할 수가 있다. 요금은 약 10유로(약 1만4천 원)정도라 저렴하고,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피스테라 구간은 순례객들이 적은 만큼 편의 시설도 적다. 당연한 것이다. 사람 가는 데 돈 간다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으니 바르(bar)나 알베르게(albergue)도 드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좀 더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알베르게 위치를 고려하여 하루 이동거리를 정확히 산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야간 트레킹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피스테라 가는 길 피스테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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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 산맥이 공존하는 갈리시아 지방

 


피스테라 길은 인적도 드물었지만 마을 자체도 듬성듬성 있었다. 조금은 척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발이 덜 된 곳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갈리시아 지방의 속살을 들여다본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스테라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속한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의 북서부에 위치해 있는데 서쪽으로는 대서양, 위쪽으로는 비스케이만에 둘러싸여 있다. 지형은 산지 형태를 띠고 있는데 험준한 산악지형이라기보다는 구릉형 산지가 층층이 쌓아 올려진 형태다. 

여행기 2편(관련 기사 : 산티아고에 '산티아고'가 없다고?)에도 언급했듯이 이 지역은 이베리아반도가 이슬람의 지배 하에 있을 때도 그 침략의 사슬에서 벗어나 있던 곳이다.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온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은 서고트 왕국을 멸망시켰고, 이에 서고트 왕국의 옛 귀족들은 반도의 서북부에서 아스투리아스(Asturias)를 건립하여 가톨릭 왕국의 재건에 나선다. 아스투리아스 왕국은 서북부 지역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들어섰다. 이곳은 첩첩산중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악지형을 띠고 있기에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했을 것이다.

대서양에 가까워지는 만큼 기후변화가 더 심해졌다. 비가 더 심하게 오락가락했다. 그때마다 배낭에서 판초우의를 꺼냈다, 넣었다도 반복됐다.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도 변덕스럽지만 여기에 오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호랑이가 장가'를 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무지개도 무척이나 많이 봤다. 평생 본 무지개보다 순례길을 걸은 동안 본 무지개가 훨씬 더 많았을 정도다.

 



 
▲ 무지개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그런지 무지개도 자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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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두 번의 '폭풍우'를 만나다


11월 11일에는 짧은 순간이나마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다. Olveiroa라는 마을로 향하는 길에 우박을 동반한 집중호우를 만났는데 무슨 태풍이 온 줄 알았다. 빗줄기는 따가울 정도로 세게 내려치지, 강풍으로 몸은 휩쓸려 갈 것 같지. 그날의 폭풍우가 얼마나 거셌는지 여행수첩에 이렇게 기록해 놓을 정도였다.

"서울 촌놈 스페인 깡촌에 와서 듣도 보도 못한 '스페인 폭풍우'에 휩쓸려 갈 뻔했네."

순례팀은 몸이 싹 다 젖은 상태로 사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사립 알베르게는 10~15유로 정도인데 공립보다는 좀 더 시설이 쾌적하다. 이날 1박을 한 사립 알베르게는 바르까지 함께하는 곳이라 숙식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침대도 깨끗하고 안락했다.

하지만 그렇게 쾌적한 알베르게에서, 필자는 또 한 번의 작은 '폭풍우'을 만나야 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폭풍우를 만난 터라 몸이 피곤했고, 또한 배도 살살 아파왔다. 그래서 화장실을 좀 오래 썼다. 이곳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붙어 있는 곳이었는데 그날따라 '폭풍우'처럼 시원하게 화장실을 봤다. 변기가 넘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아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샤워를 하며, 비에 젖은 속옷과 양말 등을 빨려고 세면대에 담가두었다. 화장실도 오래 보고, 샤워도 오래했더니만 밖에서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들겼다.

"쾅쾅쾅"

다른 쪽도 두들긴다.

"쾅쾅쾅"

단순히 노크가 아니라 아주 감정이 실린 듯 세게 두들겼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스페인어가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나온 말들이 마치 폭풍우처럼 필자의 몸을 감싸왔다.

"아임 쏘리, 아임 쏘리(I'm sorry, I'm sorry)."

 

 



 
▲ 사립 알베르게 저 곳에서 연타석(?)으로 폭풍우를 만났다. 도착하기 전에 한 번, 그 곳 화장실에서 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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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미안하다고 말했다. 괜히 '폭풍우'와 맞설 필요가 없으니까. 대충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후 문을 여니 어느 스페인 할아버지가 '빤스'바람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필자에게 또 속사포를 쏴댔다. 이에 필자는 합장을 한 후 다시 '아임 쏘리'라고 했더니, 그분은 무언가 울분 같은 걸 삼킨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또 폭풍우를 하나 넘기게 됐다.


바르에서 치킨샐러드와 와인으로 맛있는 저녁을 즐긴 후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폭풍우 때문에 진이 빠졌기에 몸이 아주 노곤했다.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침실로 돌아왔을 때 좀 당혹스러웠다. 속사포로 작은 '폭풍우'를 일으켰던 '빤스' 할아버지가 맞은편 침대에서 느긋하게 '빤스' 바람으로 누워있던 것이 아닌가! 대신 이번에는 뭐가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 다혈질이라는데 '빤스' 할아버지를 보니 그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듯싶었다.

이렇듯 스페인의 땅끝마을로 가는 길도 역시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넘쳐났다. 폭풍우를 연이어 만났으니...

 

 



 
▲ 사이 좋은 개와 고양이 개와 고양이는 서로 앙숙이라는데 저 녀석들을 보니 그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순례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편 필자도 저 사진에서처럼 그 스페인 '빤스' 할아버지와 다정(?)하게 1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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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1. 산티아고-피스테라 구간은 약 90km 정도다.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구간은 바르나 알베르게 같은 편의시설이 메인 루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심지어 3시간 만에 겨우 바르를 하나 만난 적도 있었다. 그러니 하루 이동거리를 적절히 계산하여 움직여야 할 것이다.

2. 바르가 부족하다보니 한두 끼 정도의 식량은 항상 몸에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 구간에서는 거의 3인분 정도 되는 식량을 계속 지니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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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밥도둑들에게 도시락을 빼앗기다!

 

[22일간의 스페인 여행 ③] 버렸더니 채워졌다

 

14.12.22 10:14 최종 업데이트 14.12.22 10:14

 

 

 

 

 

 

 

 
▲ 포르토마린(Portomarin) 포르토마린을 흐르고 있는 미뉴(Minho)강. 강 한가운데 로마시대에 지어진 다리의 잔해가 있다. 서기 2세기에 지어진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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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5일, 여행 3일째


순례팀은 전날 기차를 타고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사리아(Sarria)에 도착했다. 사리아는 순례길의 종료점인 산티아고 시에서 동쪽으로 약 1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굳이 사리아에서 순례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완주증' 때문이었다. 100km만 걸어도 정식으로 발급되는 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하면 순례길의 메인이라고 불리는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의 전 구간, 즉 800km를 다 걸은 이에게만 완주증이 발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100km 이상 걸은 이에게도 발급한다는 건 그만큼 더 순례길을 대중화시키겠다는 이야기다. 여건상 전 구간을 종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일정 부분에 도달하면 '완주'를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 사리아 사리아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동쪽으로 약 110k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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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짐은 고행의 지름길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오락가락했다. 우비를 부실한 걸 챙겨와서 그런지 입어도 변변찮았다. 트레킹 첫날 오전부터 '삐끄덕'거리는 느낌이다. 비도 그랬지만 가장 문제였던 건 짐이었다.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배낭에 한 가득이었다. 배낭을 제대로 못 닫을 정도로 짐이 넘쳤다. 인천공항 수하물 코너에서 무게를 체크 할 때는 12㎏이었다. 그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 했는데 오전에 배낭을 매어보니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전날 마트에서 과소비(?)를 해서 그랬던 것이다.

스페인의 물가는 다른 유럽국들보다 더 저렴했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식료품을 구매한 것이다. 우유, 치즈, 버터, 요거트, 빵 등은 한국보다 더 저렴해서 그런지, 한가득 집었는데도 8유로(1유로: 약 14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필자는 자칭 빵돌이, 치즈돌이인 터라 매우 흐뭇하게 마트에서 나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콧노래를 부르며 그것들로 저녁을 먹었고, 다음 날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준비했다. 버터를 바르고 치즈도 넣고, 딸기잼으로 마무리 한 특선 도시락을 넉넉히 준비하였다. 또 남는 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배낭 속에 넣었다.

'무겁더라도 다 가져가야지. 어떻게 먹을 것을 버리고 가나!'

 

 


 
▲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카미노를 걷고 있는 순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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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배낭이 무겁지! 배낭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배낭이 30리터든 60리터든 빈 공간을 다 채우려고 드는 것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 챙겨 넣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필자는 원래 짐에다 부식까지 잔뜩 더 짊어졌기에 어깨를 늘어뜨리며 걸어야 했다.


과도한 짐들은 어깨를 내리 누르고,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즐거워야 할 도보여행길은 고행길로 바뀌게 된다. 물론 순례자라면 일정 정도 고행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고행은 도보여행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순례길을 여행하려고 스페인에 왔지, 골병들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니까. 

 

 

 



어깨는 짓눌리고, 뱃속은 부글부글...

어쨌든 필자는 첫날, 고행과 더불어 고역을 겪어야 했다. 과도한 짐무게로 어깨는 내려앉을 것 같은 데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아파왔기 때문이다. 유제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엄청 배불리 먹었다가 탈이 난 듯싶었다.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히 사고, 적당히 먹었어야 했는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뱃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그러다보니 주위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무척 아름다운 풍광이 연이어 이어졌지만 필자의 눈은 그저 화장실을 찾는 데 혈안이 됐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노상방변(?)까지 심각하게 고려를 했을까.

 

 



 
▲ 바르(bar) 사장 바르(bar) 사장과 '밥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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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점까지 100km가 남았다는 표지석을 뒤로 하고 바르로 내달렸다. 'bar'를 영어로는 '바'라고 하지만, 스페인어는 발음 기호가 없이 로마자 그대로 읽어 '바르'라고 한다. 스페인도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공공화장실 개념이 희박하다. 마드리드 지하철역에도 화장실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여행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바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주 시원하게 일을 처리했다. 10년 묵은 체증이 밀려나가듯 무척 후련했다. 박재동 화백이 저술한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에서는 아침 인사말이 '화장실을 잘 갔냐?'였다. 해외여행을 하면 긴장감 때문에 일을 시원하게 못 보기에 그런 인사말이 오갔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순례길을 걷는 첫날부터 아주 유쾌하게 처리했다. 역시 도보여행은 화장실 '도우미'다.

 

 



'밥도둑'들에게 도시락을 빼앗겼다

비웠으니 다시 속을 채울 때였다. 전날 준비했던 특선 도시락이 빛을 발했다. 1유로 짜리 커피 한 잔과 함께 도시락을 펼쳐놓았다. 이제 맛있게 점심을 즐길 시간이었다. 그런데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밥도둑'들이 몰려들었다. 그 녀석들은 순식간에 주위를 감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길 닦아놓으니 뭐가 먼저 지나간다고, 도시락 뚜껑을 여니까 누렁이랑 야옹이가 먼저 달려드네!'

 

 


 
▲ 밥도둑 누렁이 표정이 참 거시기해서 빵조각을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었다. 앉은 자세도 참 거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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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치즈, 잼을 골고루 넣은 빵맛이 좋았나 보다. 한두 점 떼어주면 그것만 먹고 돌아설 줄 알았더니만 그게 아니었다. '밥도둑'들은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도시락 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녀석들 빵맛을 아는구먼!'

그런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안양 삼막사에 있는 토종개 삼총사가 생각났다. 밥 때에 맞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공양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토종개들...

그렇게 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웠더니 그제야 주위 풍광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순례팀이 도보여행을 시작했던 사리아와 대성당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모두 갈리시아(Galicia) 지방에 속해 있다. 갈리시아는 이베리아반도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왼쪽 면에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고, 기후는 다른 스페인 지역과 달리 대체로 습하다. 또한 비도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 소몰이 한 지역 주민이 소떼를 몰고 있다. 소들도 이런 산책(?)이 익숙한 듯 나름대로 진영을 갖춰 이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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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제주 올레길을 떠올리다


필자도 나름대로 도보여행가라 이 곳의 지형을 자세히 살펴봤다. 갈리시아 지역은 대체적으로 산악지형이었다. 여행기 2편에서 이슬람 무어인들에 의해 서고트 왕국이 멸망당했고, 옛 귀족들이 규합하여 반도 북부에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설립했다고 언급했다(관련 기사 : 산티아고에 '산티아고'가 없다고?).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아스투리아스 왕국은 산악지형을 이용하여 이슬람 세력의 침공을 가까스로 막아냈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 곳의 지형은 경사도가 가파르지 않고 무척 순했기 때문이다. 산악지형이긴 했지만 산들은 완만한 언덕배기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급격한 경사도를 나타내는 지형은 거의 없어 보였다. 방어력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천혜의 요새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험준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당시 코르도바 왕국은 반도 북부지역을 점령할 의지가 없었다고 기술한 역사책도 있었다. 아스투리아스 왕국이 지형을 방패삼아 방어를 잘 한 것이 아니라 애초 이슬람인들에게 북부지역은 관심권 밖이었다는 이야기다.

 

 


 
▲ 돌담 너머 보이는 목초지 넓은 평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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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만한 지형과 풍부한 강수량 때문인지 갈리시아 지역은 오래전부터 목축업이 잘 발달되었다.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에서 소와 말들이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는 풍광은 갈리시아 지역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들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고, 시원스러웠다.


순례팀은 약 25km를 걸어 포르토마린(Portomarin)에 도착했다. 미뉴(minho river)강을 넘어 다다른 포르토마린은 그 자체로 절경이었다. 미뉴강의 흐름으로 생성된 완만한 협곡 지형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지금이야 현대식 교량으로 미뉴강을 넘지만 중세시대의 순례자들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교량을 넘어 도시로 진입했다. 그 교량은 서기 2세기 경에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강 한복판에는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정겨움이 가득한 돌담들 너머 소와 말들이 한가롭게 초원을 누비는 모습, 미뉴강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고 있는 포르토마린까지 보고 있자니 제주도가 생각났다. 또한 자연스럽게 올레길도 연상됐다. 필자가 산티아고에서 제주 올레를 떠올리듯, 유럽 출신 순례자들이 제주 올레를 걷는다면 산티아고 카미노를 떠올릴지 모른다. 필자는 평소에 지론이 하나 있다.

'아무리 지역이 다르더라도 아름다움은 서로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에는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다리가 있었다. 중세시대 순례자들은 그 다리를 넘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사진에서 보는 잔해물들이 그 다리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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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1. 필자는 짐을 꾸릴 때 3-3-3 원칙을 썼다. 속옷 3, 양말 3, 상의 3. 이런 식으로 짐을 꾸렸다.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서 그런지 일부 순례자들 중에는 '단벌신사'들도 있었다. 하여간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옷을 너무 많이 휴대하지는 말자. 가벼운 짐은 순례여행을 더 알차게 만들 것이다.

2. 배낭이 커지면 꾸역꾸역 채워 넣으려고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러니 배낭은 40리터가 넘지 않는 것을 구매하는 게 좋다. 여성순례자들이라면 30리터짜리 배낭을 메는 것도 좋을 듯싶다. 

3. 스페인의 11~12월은 우기라고 한다. 하루에도 비가 계속 오락가락한다. 그러니 꼭 우비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침낭도 필수다. 침구류가 없는 알베르게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4. 도시락용 플라스틱 용기를 준비하자. 의외로 많은 순례자들이 자신이 만든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바르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도시락도 그럭저럭 괜찮다.

 

 


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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